(왼쪽부터) 만한대찬 우육면. /사진제공=GS25. 마라불닭볶음면. /사진제공=삼양식품

# 30대 직장인 윤모씨는 최근 이직 때문에 한동안 보지 못한 친구들과 오랜만에 저녁약속을 잡았다. 이직 준비와 업무에 적응하느라 스트레스가 쌓일 대로 쌓인 윤씨에게 친구들은 마라탕을 추천했다. 이것저것 재료를 담은 마라탕을 먹자 혀가 얼얼해지는 화끈한 육수에 볼이 벌게지고 땀이 송글송글 맺히지만 스트레스가 풀리는 느낌이다. 윤씨는 이후에도 스트레스가 심할 때면 이따금 마라탕이나 마라샹궈를 먹으러 간다.
마라탕과 마라샹궈는 향신료인 ‘화자오’를 넣어 만든 중국 쓰촨성 대표 요리다. 마라탕은 매운 육수에 꼬치를 담가 데쳐먹거나 원하는 재료를 한꺼번에 조리해 먹고 마라샹궈는 국물 없이 매운 마라소스에 볶아서 먹는다.

마라요리는 강한 향신료 때문에 호불호가 갈리는 음식이었다. 과거 우리나라에서 마라탕이나 마라샹궈는 중국인 밀집지역에 있는 중식당에서나 볼 수 있던 음식이었지만 영화나 음식 소개 프로그램 등에 이색 음식으로 등장하면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마라신선식품3종. /사진제공=CU

◆한국입맛 사로잡은 ‘마라’
마라요리의 인기는 tvN 예능프로그램 ‘SNL’에서 ‘양꼬치엔칭따오’로 시작된 양꼬치집 열풍에 이어 마라탕, 마라샹궈 등을 접할 기회가 많아지면서부터다. 양꼬치를 먹을 때 사이드메뉴로 시키던 마라탕과 마라샹궈는 특유의 매운맛으로 20~30대 입맛을 사로잡았다.


젊은층이 마라요리를 다시 찾는 이유는 바로 혀가 얼얼해질 정도의 매운맛 때문이다. 의료계에 따르면 매운맛은 뇌에서 통증으로 인지하기 때문에 고통을 완화시키기 위해 엔도르핀 같은 마약성 진통물질을 분비한다. 이에 매운음식을 먹는 사람들은 기분이 좋아지고 스트레스가 해소된 느낌을 받는다.

마라샹궈를 먹는 30대 직장인에게 마라요리의 매력에 대해 묻자 “매워서 먹을 때는 힘들지만 먹고 나면 스트레스가 풀린 느낌을 받는다”며 “원래 매운맛을 좋아하지만 마라요리는 특유의 중독성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중독적인 매력의 마라요리는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음식 인증사진이나 먹방 소재로 자주 등장하고 있다. 인스타그램에는 ‘#마라탕’으로 태그된 게시물만 20만개에 육박한다. 뿐만 아니라 마라요리를 직접 만들어 먹기 위해 마라소스를 구매하고 싶다는 사람도 많아졌다. G마켓에 따르면 올 1~4월 마라소스 판매량은 전년동기 대비 636% 늘었으며 마라샹궈소스와 훠궈소스 판매도 각각 409%, 259% 증가했다.

마라탕면. /사진제공=CU

◆유통가 트렌드로 자리잡다
유통업계에서는 이런 인기에 맞춰 마라탕이나 마라소스를 활용한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편의점업종은 소비 트렌드에 민감한 특성상 가장 빠른 변화가 눈에 띈다. 낮선 먹거리에 대한 거부감보다 호기심을 갖는 적극적인 소비자를 겨냥해 고객몰이에 한창이다.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씨유(CU)는 지난 3월 ‘마라 시리즈’를 출시했다. 마라 시리즈는 앞서 CU가 지난해 선보인 ‘CU마라탕면’이 4개월간 30만개를 팔아치우는 등 호조를 보이면서 출시한 라인업이다. 마라시리즈는 ▲마라볶음면 ▲매워도#포기마라 ▲눙물을#참지마라 2종 ▲마라새우 ▲마라족발 ▲화끈한 마라만두 ▲꼬물이 마라탕면 등 종류가 다양하다.

GS리테일의 GS25도 만한대찬마라우육면, 마라땅콩, 오징어는땅콩을좋아해 등 마라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특히 마라땅콩은 얼얼한 마라 맛은 살리면서 한국인 입맛에 맞게 순화된 맛으로 개발됐다. GS리테일은 마라땅콩을 접한 소비자들로부터 제품을 개봉했을 때 마라향이 잘 올라오고 먹을수록 입에 얼얼함이 남아 맥주안주로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설명했다.

떡볶이나 치킨 등 간식 프랜차이즈도 마라 잡기에 나섰다. BHC는 업계최초로 마라를 치킨에 접목시켰다. BHC는 지난 4월 마라소스를 활용한 신메뉴 ‘마라칸치킨’을 출시했다. 유튜브 등에 올라온 유명 먹방 유튜버들의 마라칸치킨 시식영상은 불과 3주 만에 조회수 15만~30만회를 기록할 만큼 주목받고 있다.

위드인푸드의 떡볶이프랜차이즈 걸작떡볶이치킨은 마라떡볶이 메뉴를 새로 만들었다. 마라떡볶이는 출시 한달 만에 기존 대표메뉴인 국물떡볶이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떡볶이와 마라탕의 조화가 신선하다는 반응과 새우완자, 중국당면 등의 토핑이 많아 다채롭고 매운맛도 적절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왼쪽부터) 마라칸치킨. /사진제공=BHC. 마라떡볶이. /사진제공=걸작떡볶이치킨

◆마라열풍, 지나가는 바람?
한편 유통업계에 부는 ‘마라열풍’이 그저 지나가는 바람일 뿐이라는 시각도 있다. 앞서 마라 관련 상품을 국내에 출시했다가 매출이 부진해 철수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삼양식품은 2017년 7월 중국 등 해외시장을 겨냥한 마라불닭볶음면을 선보였다. 수출용으로 기획된 마라불닭볶음면은 온라인에서 유명세를 얻으면서 국내 소비자 요청에 힘입어 같은 해 10월 국내에서도 정식출시됐다. 하지만 마라불닭볶음면은 현재 국내에서 정식 판매되지 않는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판매량이 감소하면서 국내 판매를 중단했다”며 “해외수출만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처음에는 인기가 많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매출 부진으로 이어진 사례도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해태제과 제품에서 시작된 허니 트렌드도 생각보다 빨리 사그라졌다”며 “유통업계에서도 트렌드 변화가 빠르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고 ‘포스트 마라’ 상품을 개발하기 위해 고민 중일 것”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93호(2019년 5월21~27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