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소비지출이 줄어들고 있다. 1분기 명목국내총생산(GDP)에서 최종소비지출(총소비)의 비중은 작년 4분기에 비해 0.1% 줄었으며 소비자심리지수도 지속 하락해 6월에는 97.5까지 떨어졌다. 장기적으로도 명목GDP 대비 민간소비 비중이 2000년 54.5%에서 지난해 48.0%로 6.5%포인트나 하락해 민간소비 위축이 경제에 구조적인 어려움을 초래하고 있다. 다만 전반적인 소비감소 추세에도 소비시장이 확대되는 곳이 있다. 가공식품 시장이다. 가공식품의 소비는 꾸준히 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한 ‘2018년 우리나라 가구의 가공식품 지출구조’를 보면 외식비가 감소하면서 가공식품 지출액은 증가해 총 식료품 지출액이 증가세를 나타냈다. 지난해 가구당 평균 외식비는 2017년에 비해 1.4% 감소한 33만6133원인 반면 가공식품은 2.6% 증가한 20만338원이었다.
◆외식비 줄고 가공식품비 점차 늘어
단체모임과 직장 회식이 줄고 가정에서는 생활비 절약을 위해 외식을 줄였다. 그 대신 가정 내 식품소비로 대체하면서 가공식품 구입이 증가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사회활동이 줄어드는 65세 이상 고령가구에서는 가공식품 지출액이 외식비를 넘어섰다. 1인가구에서도 전년대비 가공식품 지출액이 6.6% 증가했다. 이들 역시 외식 비중을 전년보다 1.4%p 줄였다. 고령가구와 1인가구는 계속 증가하므로 식품시장의 현재 트렌드가 앞으로도 이어질 것 같다.
가공식품 분류별 지출비중은 곡물가공품(20.1%)과 당류 및 과자류(13.0%)가 가장 높았으며 유가공품(10.2%), 기타식품(10.0%), 수산가공품(9.6%) 순으로 많았다. 증가율면에서는 기타식품(죽 및 수프, 반찬, 김치, 즉석·동결식품) 중 즉석·동결식품이 두드러지면서 그동안 굳건하게 자리 잡고 있던 맥주 지출액을 넘어섰다. 시간상·여건상 직접 요리하기 번거로워하는 사람들이 늘어나 가정간편식(HMR) 시장이 확대됨에 따라 즉석·동결식품 지출 비중이 모든 연령층에서 순위권 내 정착했다.
가공식품 품목별 지출액 상위 30개 품목 중 전년대비 증가율이 가장 큰 품목은 연령층 특성에 따라 다르게 나타났다. 미혼이 많은 20대에서는 곡물가공(12.1%)과 주스 및 음료(6.0%), 아이 키우는 사람이 많은 30대에서는 과일가공품(29.8%)과 유지류(21.1%), 40대에서는 기타식품(14.5%)과 과일가공품(12.0%), 집에서 직접 요리하는 사람이 상대적으로 많은 50대에서는 육가공(23.4%)과 채소가공품(20.6%), 60대에서는 육가공(19.4%)과 과일가공품(14.7%)에 대한 지출액이 전년대비 가장 크게 늘었다.
고령가구에서는 조미식품 구입에 전체 가구의 1.8배에 해당하는 금액을 지출했다. 1인가구에서 전년대비 증가율이 큰 품목은 과일가공품(24.0%), 조미식품(23.4%), 커피 및 차(13.8%), 기타식품(13.0%) 순이다.
전체 연령층에서 지난해 가구당 월평균 지출액 상위 가공품목은 ▲1위 식빵 및 기타 빵(7.4%) ▲2위 한과 및 기타 과자(6.8%) ▲3위 우유(5.0%) ▲4위 즉석·동결식품(4.4%) ▲5위는 맥주(4.0%)가 차지했다. 2010년에는 ▲1위 우유(8.4%) ▲2위 식빵 및 기타 빵(7.2%) ▲3위 한과 및 기타 과자(7.2%) ▲4위 라면류(3.4%) ▲5위 커피(3.3%) 순이었다.
8년 전 가공식품 소비 1위이던 우유는 대체 음식료가 늘어남에 따라 상대적으로 소비가 줄어 3위로 내려앉았으며 라면은 건강에 대한 관심 증가와 기름에 튀긴 가공식품을 줄이려는 경향에 따라 10위(3.1%)로 순위가 크게 밀렸다. 그 자리를 즉석·동결식품이 차지하면서 2010년에 30위권 밖이던 것이 지난해 4위로 순위가 폭등했다. 예나 지금이나 최고의 가공식품 소비 시장을 형성하는 식빵 및 기타 빵은 소비가 더욱 늘어나면서 2위에서 1위로 올라섰다.
◆최다 소비 가공식품은 빵류
<2018 가공식품 세분화 현황 빵류편> 보고서(2019년 6월7일 발간,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1인당 연간 빵류 소비량은 2012년 78개에서 2016년에 90개로 12개 늘었다. 한 사람이 매주 빵을 2개 가까이 먹는다는 것이다. 남성과 여성의 먹는 개수는 비슷하면서 무게로는 남성이 여성보다 18% 더 많다. 하루 섭취하는 식품 순위에서는 빵류가 2012년 21위(18.2%)에서 2016년 15위(20.9%)로 올라섰다. 세계적으로 빵 소비가 8% 정도 줄어드는 동안에 한국은 12%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전체 빵류 생산규모는 완제품으로 공장에서 생산되는 양산빵과 냉동생지 등을 구워 파는 베이커리 빵만 따졌을 때(제과점에서 직접 만들어 파는 빵 제외) 2012년 1조9066억원에서 2016년에 2조1308억원으로 증가했다. 양산빵 매출도 36.8% 증가했지만 제과점 매출액은 2012년 3조9698억원에서 2016년에 5조9388억원으로 약 50%나 증가했다. 자영업 중에서 제과점을 하려는 사람이 많아진 것도 이러한 시장 확대와 관련이 있다.
빵 종류로는 '찐빵·단팥빵 등 기타빵류'(48.1%) 비중이 가장 높고 '케이크'(34.5%), '식빵'(8.7%), '도넛'(3.8%), '카스텔라'(3.4%), '파이'(1.6%) 순으로 높다. 특히 제품이 다양화하면서 기타빵류의 비중은 2012년에 비해 7.4%포인트나 증가했다.
과거에는 어느 빵집이나 거의 비슷한 몇 가지 빵이 대세였지만 요즘엔 많은 종류의 빵이 진열돼 있어 사기 전에 매장을 둘러봐야 한다. 빵 가게마다 서로 다른 빵이 있는 경우도 많아 새로운 빵이라면 한번 사 먹고 싶은 호기심이 발동한다. 먼저 사 먹어본 사람이 추천해 사게 되는 경우도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빵 구입을 양산빵, 프랜차이즈 빵, 지역 베이커리 빵, 셋 중에서 선택하게 된다. 양산빵의 강점은 가격이다.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파는 양산빵 중에서도 요즘은 제과점 빵에 흡사한 빵들도 출시되고 있어 품질 대비 가성비 높은 선택이 가능하다.
양산빵 시장에서는 SPC삼립이 절대 강자로서 점유율이 73%에 달하고, 롯데(롯데제과+롯데브랑제리)가 16%, 중소 브랜드들이 나머지를 차지한다. 신세계푸드는 지난해 2월 '밀크앤허니' 브랜드로 처음 진출했다. 그룹의 유통채널 중심으로 판매하면서 점차 채널을 넓혀 나간다는 계획이다.
◆혁신해 가는 프랜차이즈 빵
베이커리 프랜차이즈 시대는 1980년대 후반에 본격적으로 열렸다. ‘파리바게뜨’는 1988년에 출발해 지점수가 급격히 늘어나는 고속성장을 했다. 2000년대부터는 빵과 어울리는 커피와 음료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2006년에 업계 최초 식빵 라인의 식품안전관리 인증을 받으며 고객의 신뢰를 확보해갔다.
신제품을 위한 기술개발 노력도 매출 증가에 기여했다. 기존의 버터크림 케이크에서 벗어난 생크림 케이크를 유행시키고 2013년에는 빵의 발효에 사용되던 설탕이나 기타 당을 사용하지 않는 특수 공법의 무설탕 식빵을 개발하는 등 혁신적인 제품개발을 꾸준히 했다. 매달 500개 이상 신제품이 개발되지만 매장에 선보이는 제품은 그중에 불과 10분의 1이라고 한다.
후발주자로 1997년에 구리 교문에 처음 매장을 열면서 출발한 ‘뚜레쥬르’는 공장에서 대량 생산하는 빵을 납품 받던 베이커리와 차별화하면서 하루 3번 매장에서 갓 구운 신선한 빵을 제공해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 2010년에는 한국서비스품질지수(KS-SQI) 4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같은 그룹사인 CJ제일제당의 60년 제분 기술의 노하우가 축적된 좋은 밀가루로 빵을 만든다는 자부심도 갖고 있다.
전국적인 프랜차이즈는 제품의 품질이 일정하게 보장되고 프로모션, 적립 등 장점들로 인해 소비자의 선호도가 높아져 갔다. 반면에 프랜차이즈의 시장 점유율 확대에 따라 개인 제과점들이 속속 문을 닫았다. 자영업 몰락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기도 했다. 개인 제과점들이 망해갈 것 같은 분위기에서 근래 들어 반전이 일어나고 있다. 사람들이 빵을 계속 먹다 보니 전국 체인점에서 제공되는 균일화한 빵에서 벗어난 개별적인 특성의 베이커리를 찾는 경향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00호(2019년 7월9~15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