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현장에서 수많은 식당 창업자나 외식업 경영자와 상담하고 그들의 성공과 실패 사례를 접했다. 그 과정에서 필자는 반복되는 성공과 실패의 패턴을 발견할 수 있었다. 월간외식경영의 지면을 통해, 빈도수가 높은 이 사례들을 몇 가지 키워드로 일반화·유형화해봤다.

Keyword 01. 복합 콘셉트
과거 설렁탕이나 냉면 등 일부 메뉴는 전문점이 각광을 받았다. 전문점 음식일수록 고객 신뢰도가 높았다. 여기에 새로운 균열 조짐이 보이는데, 한 식당에서 2~3가지 콘셉트로 손님을 모으는 곳들이 차츰 눈에 띈다. 
전주 <에루화>는 떡갈비와 냉면, 창원 <임진각식당>은 석쇠불고기와 소고기국밥, 울산 <섬섬옥수>는 돈가스와 소바 등 두 가지 아이템을 내세워 손님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이들 식당은 공통점이 있다. 서로 보완적·유기적 역할을 하는 두 가지 메뉴를 내세웠다는 점과 점심 매출이 활성화된 식당들이라는 점이다. 다중 복합 콘셉트 식당이 뜨고 있지만 세 가지 이상의 콘셉트는 오히려 역효과 우려도 있다.

Keyword 02. 몰아치기 벤치마킹
여섯 곳의 돈가스 전문점 벤치마킹을 다녀온 적이 있다. 하루에 세 끼를 먹는 인간에게 여섯 번씩 음식을 먹어야 하는 게 고역이긴 하다. 그러나 식당 종사자가 동종 메뉴를 비교·대조하는데 이보다 좋은 방법은 없다. 야심적으로 개발한 새 메뉴의 품질이 어떤지, 취약점은 무엇인지를 알고 싶다면 이 방법이 효과적이다. 

식당 콘셉트나 메뉴 포지션이 자신의 식당과 비슷한 곳을 여럿 선정하는 게 포인트다. 사전에 이런 곳들을 골라 하루에 몰아치기로 돌아본다. 그들 메뉴와 비교·대조하면 우리 메뉴의 장점, 단점, 비슷한 점, 다른 점이 ‘즉자적’으로 선명하게 드러난다.
Keyword 03. 따라 하기 주문
누군가 냉커피를 주문하자 모두 따라서 냉커피를 시켰다. 식당 손님들의 주문 패턴도 이와 유사하다. 목표 메뉴가 확고한 손님도 있지만 적지 않은 손님들이 일행 중 먼저 주문한 메뉴를 따라서 주문한다. 식당 측에서는 팔고 싶어 하는 메뉴를 SNS나 메뉴판을 통해 손님에게 알려야 한다. 

손님의 눈에 잘 띄게 디자인하고 배치해야 한다. 특히 메뉴 선택에 적극적인 사람을 공략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기왕이면 조리가 간편하거나 수익성 높은 메뉴 위주로 자주, 쉽게 주문하도록 고객을 길들여야 한다.


Keyword 04. 중독성
무척 선호하는 한식당이 있다. 웰빙적 요소가 많고 음식이 깔끔하다. 퇴근길, 저녁 한 끼 먹기에 맞춤한 집이다. 그런데 최근에 점점 발길이 뜸해졌다. 언제부턴가 그 집 음식에 질렸다. 그 집의 강점인 저염식(低鹽食)이 원인인 것 같다. 고객 건강을 위해 배려한 것이 오히려 독이 됐다. 

또한 변화 없는 반찬 차림도 작용했을 것이다. 반면, 국내 최대 설렁탕 프랜차이즈 식당의 설렁탕 맛은 탁월하진 않아도 쉬이 질리지 않는다. 일종의 중독성이 있다. 그 설렁탕 중독 요인은 반찬으로 나오는 김치에 있다. 세 가지 김치를 내오는데 그 중 익힌 숙성김치 맛이 탁월하다. 

액젓을 넣고 숙성도가 적당한 김치에 자꾸만 손이 간다. 이 설렁탕 집 숙성김치는 양질의 액젓을 사용했고 무엇보다 숙성 관리를 잘한다. 한국인은 발효음식에 은근히 중독성을 느낀다. 어쩌면 이것이 모든 세계인의 입맛 속성인지도 모르겠다. 일종의 멸치젓갈인 안초비를 사용하는 이탈리아 음식이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는 것도 그 때문 아닐까?

Keyword 05. 조삼모사
소비자의 식당 선정 기준 1순위는 가격이다. 식당은 같은 값이면 손님의 체감 가격을 낮춰야 한다. 연매출 2000억원대의 성장가도를 질주하는 소갈비전문점이 있다. 1만1000원짜리 갈비탕은 이 집의 시그니처 메뉴다. 소갈비 양이 푸짐하지는 않지만 갈비탕으로서 비싼 가격은 아니다. 

이 집은 탕도 많이 판매하지만 또 다른 식사 메뉴인 점심 고기정식 판매도 만만치 않다. 탕 전문점이 아니어서 가격을 1만1000원에 맞춘 것이다. 사실 고깃값을 올리긴 쉬워도, 밥값 올리긴 어렵다. 고기 먹은 건 생각 못하고 손님은 ‘저렴한 가격에 갈비탕을 먹었다’는 느낌만 들 것이다. 

어느 차돌박이 프랜차이즈 전문점의 시그니처 메뉴는 1인분에 6900원이다. 손님들 모두 저렴한 식당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이 집의 실제 객단가는 2만원 정도다. 2만원을 계산하고 나와서도 손님 머릿속 그 집은 6900원 수준의 저렴한 식당으로 각인돼있다.

Keyword 06. 양면성
예전에는 사람의 속성을 곰과 여우에 비유하곤 했다. 곰은 우직함을, 여우는 영리함을 상징한다. 손님들은 곰처럼 우직한 식당주인을 좋아한다. 곰 같은 주인은 누구의 감시나 통제가 없어도 양질의 식재료를 사용하고 건강에 좋은 음식을 만든다. 여러 번 방문해 먹어보면 손님은 대략 감을 잡는다. 

곰 같은 주인인지 아닌지. 어떤 식당 음식은 보통 수준인데 단지 아이템이 좋아서 잘 되는 곳이 있다. 이런 식당 근처에 곰 같은 주인이 운영하는 식당이 생기면 곧 ‘곰 식당’에 밀린다. 식당 주인이라면 일단 우직해야 한다. 하지만 동시에 여우처럼 영리해야 성공한다. 곰 같다고 해서 여우같지 말라는 법은 없다. 

재료비 원가가 50~60%에 이르는 미끼 메뉴가 있다면 수익성 높은 메뉴로 균형을 잡는 여우같은 영리함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