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동구는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와 함께 강남4구라 불리지만 시장에서는 여전히 동의하지 않는 분위기다. 인기지역인 서울에 속하지만 워낙 구석에 있어 하남·구리·남양주 등과 더 가까운 탓이다.

이렇듯 찬밥신세를 면치 못하던 강동구가 최근 시장 분위기를 바꿔놓고 있다. 내년 2월까지 1만4000가구에 달하는 대규모 집들이가 예정돼서다. 대규모 입주 물량 여파에 인근 아파트단지는 물론 서울 전체 아파트값까지 좌지우지할 조짐이다. 서울 아파트값이 최근 다시 상승 반전을 꾀하는 가운데 약보합세를 나타내며 전체 매매·전셋값을 흔드는 강동구 일대 아파트시장은 어떤 분위기일까.


올 9월부터 입주가 예정된 고덕 그라시움 공사현장. /사진=김창성 기자

◆대단지 브랜드아파트 집들이 임박
최근 서울 강동구 일대는 새 아파트를 맞을 준비에 한창이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노후아파트 주거 비율이 높았지만 대형건설사의 브랜드아파트가 최근 입주를 시작했거나 앞두고 있어 인기 주거지역으로 발돋움할 전망이다.


명일동 A공인중개업소에 따르면 강동구 일대는 내년 2월까지 1만4000여가구의 릴레이 집들이가 예정됐다. 지난 6월부터 입주를 시작한 래미안 명일역 솔베뉴(1900세대)를 시작으로 ▲9월 고덕 그라시움(4932세대)·고덕 센트럴 푸르지오(656세대) ▲11월 힐스테이트 암사(460세대) ▲12월 고덕 센트럴아이파크(1745세대)·고덕 롯데캐슬베네루체(1859세대) ▲2020년 2월 고덕 아르테온(4066세대)까지 모두 대형건설사의 브랜드아파트다.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대부분 대단지인 데다 거의 동시에 입주가 진행되기 때문에 추가로 매매가·전세 가격이 떨어질지 모른다는 기대감에 대체로 관망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지난 6월부터 입주가 시작된 래미안 명일역 솔베뉴. /사진=김창성 기자
구축 아파트인 고덕주공9단지. /사진=김창성 기자

부동산114에 따르면 6월 셋째주부터 7월 셋쌔주까지 5주간 강동구 아파트 매매가와 전세가는 각각 ▲0.08%, -0.15% ▲-0.16%, 0.01% ▲0.12%, 0.01% ▲0.11%, –0.03% ▲0.02%, -0.03%의 변동률을 보였다. 매매가는 오름폭이 줄고 전세 가격은 약보합세를 나타냈다.
같은 기간 한국감정원 수치는 ▲-0.06%, -0.10% ▲-0.05%, -0.18% ▲-0.04%, -0.12% ▲0.00%, -0.05% ▲0.01%, -0.05%로 조사됐다.

B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조사업체별로 수치는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로 내림세가 분명하다”며 “전세 매물이 대부분인 가운데 간간이 급매도 있지만 문의가 늘어난 만큼 실제 계약 성사는 드물다”고 귀띔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역시 대규모 입주 여파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말부터 올 상반기까지 9510가구가 순차적으로 입주하며 전세난을 겪은 송파구 ‘헬리오시티’ 사례가 반복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C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헬리오시티는 1만가구에 육박하는 대단지지만 1개 단지에 불과한 반면 강동구 일대는 460~4932세대까지 규모가 다양한 단지가 곳곳에서 입주를 준비 중”이라며 “아직까지는 낙폭이 크진 않지만 갈수록 관망세가 짙어지면서 가격 하락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올 12월부터 입주가 예정된 고덕 센트럴아이파크 공사현장. /사진=김창성 기자
올 12월부터 입주가 예정된 고덕 롯데캐슬베네루체 공사현장. /사진=김창성 기자


◆“너무 멀다”… 시장 인기는 미지수
새 아파트 완공을 앞두고 대규모 집들이가 예정된 강동구 일대는 공인중개업소 관계자의 말대로 관망세가 짙다. 더 떨어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팽배한 탓이다.

D공인중개업소에 따르면 지난 6월부터 입주에 들어간 래미안 명일역 솔베뉴 84㎡는 호가가 11억5000만~12억5000만원, 9월 입주를 앞둔 같은 면적의 고덕 그라시움은 10억6000만~12억5000만원선이다. 59㎡의 경우 래미안 명일역 솔베뉴가 8억2000만~9억6000만원, 고덕 그라시움은 8억~9억5000만원선이다.

E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시장 분위기가 내림세지만 집주인은 아직까지 자존심을 세우고 가격대를 내리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짙다”고 설명했다.

강동구 일대에 새 아파트가 대규모로 입주를 앞뒀지만 시장에서 마냥 만족스러워 하는 분위기도 아니다. 강동구가 최근 들어 강남4구로 불리며 가치 상승 기대감에 들떴지만 현실적으로 서울 중심과 워낙 멀리 떨어진 외곽에 속해서다.

서울 강동구는 서울 동쪽 끝에 위치한다. 지하철 5호선 종착역인 상일동역에서 서울 주요 업무지구 중 하나인 테헤란로(삼성역-강남역) 일대 오피스 밀집지역 약 4㎞ 구간까지 직선거리로 10~13㎞ 떨어질 만큼 멀다. 전철을 타면 두번이나 갈아타야 하고 버스나 자가용으로 이용하면 출퇴근시간 혼잡도에 따라 1시간 이상 걸리는 구간이다.

강동구는 서울 동쪽의 관문 지역인 탓에 경기 하남시, 구리시, 남양주시와 더 가깝다. 강동구 안에서는 “우리도 강남”이라고 하지만 밖에서는 “거기가 왜?”라는 인식이 가득한 것도 이 때문이다.

연말 결혼을 앞둔 직장인 F씨는 “새 아파트 물량이 대거 풀리고 가격도 더 낮아질 수 있다는 기대감에 강동구를 찾았지만 조금 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며 “게다가 직장이 상수동인데 환승시간과 대기시간 등을 고려하면 족히 1시간 이상은 걸릴 것 같아 망설여진다”고 토로했다.

역시 연말 결혼 예정인 자영업자 G씨는 “5호선 지하철이 연장되면 하남 시민들은 편해지고 기존 강동구 주민들이 겪는 혼잡도는 더 올라가 불편할 것 같다”며 “새 아파트 입주로 인근지역 인프라 개선이 기대되지만 워낙 외곽지역이라 강남4구라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03호(2019년 7월30일~8월5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