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중공업이 지난 12일 이사회를 열고 자회사 두산건설의 지분 100%를 확보해 완전 자회사로 전환하는 안을 결의했다. 경영난에 시달리던 두산건설은 1996년 코스피에 상장한 지 23년 만에 상장폐지된다.
두산중공업은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해 보유 중인 두산건설 지분 89.74% 외 잔여 주식 전량을 확보할 계획이다. 앞으로 두산건설 주식을 보유한 주주들에게 1주당 두산중공업 신주 0.2480895주를 배정해 교부하게 된다.
/자료=한국신용평가
◆흑자 3개월 만에 다시 적자 왜?두산건설 재무구조의 건전성에 대한 경고는 오래전 감지됐다. 두산 유동성 위기의 진원으로 지목된 두산건설은 강력한 구조조정과 그룹의 유상증자 지원에도 1분기 만에 또 적자에 빠졌다. 두산건설은 지난 10월 공시한 올 3분기 잠정실적에서 연결기준 매출 4499억원, 영업이익 194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 대비 영업이익이 5%에도 못미쳤다. 직전분기 대비 매출은 7.32%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8.92% 감소했다. 당기순손실은 118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두산건설은 대규모 손상차손 인식과 영업 부진으로 지난해에도 4217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2017년 1097억원 손실에서 적자폭이 4배로 불어났다. 부채가 늘고 자본은 줄어든 탓에 부채비율은 전년대비 18.9%포인트 증가한 299.1%를 기록했다.
올 2분기에는 나쁘지 않은 실적이 나왔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3분기와 비슷한 4192억원, 213억원을 각각 기록했지만 당기순이익이 2014년 4분기 이후 4년 반 만에 흑자전환했다. 당기순이익은 8억7200만원 수준이었다. 금융비용은 약 204억원, 기타 영업외비용도 87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2분기 실적 개선은 인원감축에 따른 것이라는 지적이다.
올 초 희망퇴직을 실시한 두산건설의 직원수는 2분기 기준 1113명으로 지난해 말 대비 10분의1 이상 감축했다. 올 5월 두산중공업과 두산건설은 동시 유상증자를 단행해 9483억원을 조달했다. 구조조정과 유상증자를 통해 감축경영을 지속했지만 신용등급은 NICE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 기준 ‘BB0’, 한국신용평가 ‘BB-’로 ‘부정적’ 등급을 받아 외부자금을 조달하기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일각에선 지속된 사업부문 매각과 구조조정이 ‘두산’의 명맥만 겨우 유지시키는 신세로 전락하게 만들었다는 지적도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2006년 레미콘사업 매각에 이어 잇단 M&A와 공장‧자산 매각 등이 반복돼 그룹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능력이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두산건설 부실의 원인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택경기 침체로 인한 할인분양과 10년간 쌓인 장기 미착공 사업장의 금융비용이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2013년 준공한 ‘일산 두산위브 더제니스’의 경우 할인분양에 따른 비용이 1646억원 발생했다.
2006년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 1550억원이 발생한 울산 대현 주택사업은 10년 만인 2015년 100% 분양에 성공했지만 2017~2018년 1437억원의 손실이 반영돼 실적에 악영향을 줬다. 용인 삼가, 천안 청당, 화성 반월 등의 PF 보증도 올 2월 기준 대여금을 포함해 7705억원 규모인데 올해 연말과 내년 분양을 진행할 계획이다. 박신영 한국신용평가 선임애널리스트는 “할인분양과 장기 미착공 사업장의 추가손실 가능성이 있고 자체 재무부담이 과중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두산건설은 시공능력 평가순위가 지난해 17위에서 올해 23위로 하락했다. 두산건설의 지배구조를 보면 지주회사 두산 아래 두산중공업이 있고 다시 아래 두산건설과 두산인프라코어가 있다. 두산건설의 최대주주는 두산중공업이고 두산인프라코어는 건설장비기업 두산밥캣의 최대주주다. 구조적으로 두산건설이 불안하면 두산중공업과 두산그룹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수주는 지속 증가했다. 두산건설의 올 상반기 수주잔액은 7조243억원이다. 지난해 7조7000억원 대비 약간 감소했지만 수주잔고가 2014년 이후 계속 늘어나 ▲2014년 5조5000억원 ▲2015년 6조2000억원 ▲2016년 6조5000억원 ▲2017년 7조1000억원 등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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