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광장. /사진=머니S DB
코페르니쿠스가 저술해 1543년 발표한 <천구의 회전에 관하여>에는 지구가 아닌 태양이 우주의 중심이라는 태양중심설이 담겨있다. 코페르니쿠스는 오랜 기간 사람들이 믿어온, 우리가 매일 발을 딛고 사는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는 프톨레마이오스의 지구중심설이 사실이 아님을 주장했다. 하지만 당시의 프톨레마이오스의 지구중심설은 상당한 수준으로 발전해 지구에서 본 천문현상을 큰 무리 없이 잘 설명할 수 있었다.
자, 종이와 연필을 꺼내 중심은 같지만 반지름은 다른 세 원을 그려보라. 원의 중심에 점을 찍고 그 옆에 지구라고 적자. 지구중심설은 말 그대로 지구가 우주의 중심에 있다는 뜻이다. 반지름이 작은 첫번째 원은 금성, 두번째 원은 태양, 세번째 원은 화성의 궤도다. 물론 지구중심설에는 수성, 달, 목성, 토성의 원도 있다. 편의상 지구보다 태양에 가까운 내행성인 금성, 지구보다 태양에서 더 먼 외행성인 화성, 이렇게 두 행성만을 이용해 지구중심설을 설명해보자.

지구에서 가까운 첫번째 원 어딘가에 점을 찍고 금성이라고 적자. 중심에 놓인 지구에서 금성을 지나는 직선을 긋고 이 직선이 두번째 원과 만나는 곳에 태양을 표시하자. 지구에서 금성을 지나 태양에서 멈춘 곧은 선은 눈에 보이지 않는 딱딱한 막대기라고 상상하라. 태양이 돌면 금성도 함께 따라서 움직인다.


잠깐, 뭔가 이상하다. 정말 우주가 이런 모습이라면, 금성은 늘 태양 바로 앞에 놓여 지구에서 볼 수 없다. 지구중심설의 해결책은 이렇다. 금성 궤도 위, 태양과 지구를 잇는 선분이 만나는 점이 또 다른 작은 원의 중심이라고 가정한다. 금성은 지구와 태양을 잇는 선분위에 고정된 것이 아니라 이 작은 원의 둘레를 돈다. 

여기까지 이해한 독자라면 왜 금성은 해뜨기 직전이나 해가 진 직후에만 보이고 한밤중에는 밤하늘에서 찾을 수 없는 지 설명할 수 있다. 지구에서 본 금성이 태양으로부터 일정 각도 이상 멀어질 수 없다는 관찰 사실에 대한 지구중심설의 그럴듯한 설명이다.

지구에서 본 화성은 먼 별자리를 배경으로 서쪽에서 동쪽으로 움직이다 가끔은 재주넘기를 하듯 거꾸로 움직인다. 지구중심설은 화성의 역행도 잘 설명한다. 금성처럼 화성도 궤도위의 작은 원 둘레를 돈다고 가정하면 된다. 화성이 이 작은 원의 안쪽에 있어 지구와 가까울 때, 지구에서 본 화성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 멀 때는 그렇지 않다. 지구중심설은 화성의 역행도 잘 설명한다.


태양중심설로 교체된 이유가 지구중심설로는 설명할 수 없는 천체현상이 있었기 때문은 아니다. 오랜 기간 정교하게 발전한 지구중심설은 지구에서 본 달이 초승달에서 보름달로 변하는 상변화도 설명할 수 있다. 일식과 월식도 잘 설명한다. 그리스의 4원소설과 마찬가지다. 그럴듯하다고 진실은 아니다. 우리 사는 세상의 온갖 설명도 그렇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25호(2019년 12월31일~2020년1월6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