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영 사장 “안전과 고객은 불변의 화두”
공항 가는 가장 빠른 길… 공항철도, 연간 ‘1억명’ 신기원
고속화사업, 내외국인 공항철도 이용 교통편익 제고
기본 바탕에 세운 미래업무, ‘자립경영’ 목표 순항
김한영 공항철도 사장이 1월21일 인천 본사 집무실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김 사장은 "안전과 고객(편의)은 공항철도가 추구하는 변함없는 화두"라고 강조했다. /사진=장동규 기자
#1. 서울 중구에 거주하는 전은혜씨(45)는 가족들과 해외여행을 위해 인천국제공항을 갈 때면 항상 서울역에서 공항철도를 이용한다. 서울역도 가깝지만 무엇보다 역사 내 공항철도에서 체크인 서비스를 통해 짐을 먼저 부치고 가족들과 몸만 인천공항으로 편하게 이동할 수 있어서다. 여행사 패키지나 항공권 구입 시 제공하는 공항철도의 직통열차 할인 혜택은 덤이다.#2. 서울 은평구에 사는 박민성씨(48)는 해외출장이 잦다. 금융계에 종사하는 그의 주요 행선지는 홍콩이다. 서울지하철 6호선 디지털미디어시티(DMC)역에서 공항철도로 환승한다. 홍콩에선 도심 내 공항을 오갈 때 공항철도를 이용한다. 한국과 홍콩에서 공항철도를 이용하는 이유는 정시성 때문이다. 버스 등 다른 대중교통수단보다 저렴한 것도 공항철도를 선택하는 이유 중 하나다.
대한민국 ‘관문철도’ 공항철도(AREX). 공항철도는 직통열차 기준으로 서울역과 인천공항을 43분만에 주파하는 가장 빠른 ‘길’이다. /사진=공항철도
대한민국 ‘관문철도’ 공항철도(AREX)는 직통열차 기준으로 서울역과 인천공항을 43분만에 주파하는 가장 빠른 ‘길’이다. 사실상 오차가 없는 정시운행률 99.9%와 함께 지구와 달을 73회나 왕복한 5600만㎞ 무사고 주행거리는 공항철도가 써온 지표이자 ‘왜 이 철도를 이용하는지’를 보여주는 자랑이다.개통 첫해인 2007년 하루 평균 1만3212명이던 이용객 수는 13년이 지난 2019년 26만931명으로 19배 이상 급증했다. 직통열차도 같은 기간 하루 평균 48명에서 5402명으로 대폭 늘었다. 지난해 연간 이용객 수는 9523만9876명으로, 총 누적 이용객 수는 6억4000만여명에 달한다. 공항철도는 개통 13주년인 올해 연간 이용객이 사상 처음으로 ‘1억명’을 돌파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맞춰 공항철도는 중장기 계획인 고속화사업을 통해 속도를 더 끌어올려 운행시간을 39분으로 단축한다는 목표다.
◆뼛속까지 철도맨, “친환경 교통수단, 이용 활성화돼야”
김한영 공항철도 사장이 1월21일 본사 집무실에서 ‘제44회 국가품질경영대회’ 서비스품질 우수상 부문 최고상인 국무총리 표창 띠를 두른 회사기를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장동규 기자
“철도 선진국은 75%정도가 철도로 출근합니다. 일본 도쿄의 경우 많게는 92%나 됩니다. 서울지하철은 객차당 200명, 10량 기준으로 1회 운행시 2000~3000명을 실어 나릅니다.”지난 1월21일 인천 서구 공항철도㈜ 본사에서 만난 김한영 사장은 회사 소개에 앞서 교통수단으로서의 철도 장점을 얘기했다. 그는 “도시교통에서 출근 시 승용차 이용자는 1.2명으로, 열차 1회 운행과 비교하면 1800~2000대가량 필요한 셈”이라며 “OECD 국가 중 특히 미세먼지와 대기질 문제가 심각한 한국 내 현실을 감안하면 도심에서 자동차 배출가스에 따른 대기오염은 발등에 불”이라고 경고했다.
정시성과 쾌적성 등 철도만이 갖는 전통적 이점에 더해 친환경 교통수단으로서 철도의 지속가능한 가치를 강조한 것이다. 김 사장은 “대기오염 개선을 위한다며 당장 산업 쪽을 줄이는 게 쉽지 않다. 생산감소와 이에 따른 부작용을 무시할 수 없어서다. 이는 철도를 비롯한 친환경 대중교통 이용 활성화가 대기오염과 온실가스를 줄이는 대안으로 꼽히는 이유”라며 “한국은 친환경 교통수단의 수송분담률이 선진국처럼 높지 않기 때문에 앞으로 철도 이용 활성화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설명했다.
‘가장 안전하고 빠른 길’을 비전으로 내건 김 사장은 공직생활 대부분을 레일에 바친 소위 ‘철도맨’이다. 건설교통부 시절부터 국토해양부까지 줄곧 철도를 비롯한 물류정책을 담당해왔다. 철도물류 학자로서 유럽 선진철도를 공부했고 후학을 양성하기도 했다. 철도가 갖는 친환경과 미래 가치를 그의 철도철학에서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김한영 사장은 정시성과 쾌적성 등 철도만의 강점을 꼽으면서 앞으로 공항철도를 비롯한 친환경 교통수단 이용 증가를 기대했다. /사진=장동규 기자
◆해외로 가는 가장 빠른 길, 공항철도의 어제와 오늘
공항철도가 현재의 면모를 갖춘 건 2010년 말이다. 공항철도는 2007년 3월23일 인천공항-김포공항 1단계 구간에서 첫 경적을 울렸다. 이어 2010년 김포공항역에서 서울역까지 2단계 구간이 연장돼 ▲공항연계 ▲도심급행 ▲관광철도로서의 기능을 하고 있다.
김한영 사장은 “공항철도는 서울역에서 김포공항과 인천공항을 연결하는 국내유일의 공항연계 철도다. 이름처럼 공항연계 기능에 특화된 ‘직통열차’와 통근열차 기능에 조금 더 집중한 ‘일반열차’를 구분해 운행한다”고 설명했다.
고객 안전과 이용 편의를 위해 승무원이 동승하는 직통열차는 서울역에서 인천공항까지 논스톱으로 운행하는 고속열차다. 서울역 도심공항터미널 체크인 서비스, 지정좌석제 운영, 열차 내 화장실, 무료 와이파이, 키즈칸, 무료 생수 제공 등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
김한영 사장은 “공항철도는 서울역에서 김포공항과 인천공항을 연결하는 국내유일의 공항연계 철도”라면서 공항철도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설명했다. /사진=장동규 기자
김 사장은 “열차 내 모니터에서 인천공항 항공편 운항정보를 제공하고 외국인 이용객을 위한 영어, 중국어, 일본어 외국어 안내방송을 시행한다”면서 “특히 서울역에서 인천공항의 탑승수속 서비스도 분담해 여행객 편익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서울역 도심공항터미널에서는 현재 인천공항 출발 국제선에 대해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제주항공·티웨이항공·이스타항공·진에어 6개 항공사의 탑승수속과 출국심사를 할 수 있다.공항철도의 일반열차는 서울역-인천공항1·2터미널역 사이에 공덕·홍대입구·DMC·마곡나루·김포공항역 등 공항철도 노선 14개 역에 모두 정차한다. 특히 8개 역에서 다른 수도권 전철로 환승이 가능해 공항 이용객을 비롯해 일반시민의 이용이 증가했다. 고객 안전과 이용객 편익에 기반한 서비스를 제공한 덕분이다.
그 결과 공항철도는 2018년 산업통상자원부와 국가기술표준원 주관 ‘제44회 국가품질경영대회’에서 서비스품질부문 국무총리 표창을 수상했다. 같은해 7월 재난대응 안전한국훈련 우수기관으로 선정되며 철도운영기관 부문 1위에 올랐다. 이어 9월에는 공정거래위원회(한국소비자원) 주관 고객중심경영 인증(CCM) 및 산업통상자원부(한국서비스진흥협회) 주관 서비스품질 우수기업 인증을 받았다.
◆연간 ‘1억명’ 돌파 예고… 공항철도 이용객 급증
공항철도 연간 이용객 추이(일별). 공항철도의 올해 일평균 수송 목표는 27만2005명이다. /인포그래픽=김은옥 기자(자료=공항철도)
공항철도 이용객은 해를 거듭하며 증가하고 있다. 2010년에는 연간 이용객 수(1004만3727명)가 1000만명을 넘어섰다. 2단계 구간 개통 첫해인 2011년에는 3252만1290명을 기록했다. 김포공항까지만 연결돼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던 수요가 서울도심으로 연결된 2단계 개통으로 급증한 것이다. 공항철도는 이후에도 2013년(5763만1324명) 연간 이용객 수가 5000만명을 넘어선데 이어 2017년(8115만719명)엔 8000만명을 돌파했다.김 사장이 “한국 철도사에서 매우 이례적”이라고까지 표현한 이 같은 승객 증가는 14개역 중 8개역이 환승역인 데다 청라와 영종 등 역 배후지의 주거환경이 개선되면서 유동인구가 늘어난 탓이란 분석이다.
공항철도의 올해 일평균 수송 목표는 27만2005명이다. 이를 연간 여객으로 환산하면 9995만3830명(2020년 366일 기준)으로, 1억명 돌파는 시점 문제일 것으로 보인다.
김 사장은 “그동안 보수적으로 잡은 여객 증가율 목표치를 모두 초과 달성했다”며 “전년대비 올해 상승률 예상치인 4.2% 역시 달성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최근 개통한 김포도시철도의 경우 기존 버스 환승여객(5호선 송정역 또는 9호선 개화역)이 김포공항역을 이용하는 것도 (앞으로의 이용객 증가에) 눈여겨봐야 할 수요”라고 덧붙였다.
◆치솟은 수송분담률, 공항철도 시스템 개선으로 ‘탄력’
공항철도 인천공항 수송분담률 추이. 지난해 공항철도는 수송분담률은 16.7%까지 끌어올렸다. /인포그래픽=김은옥 기자(자료=공항철도)
공항철도 이용객 증가는 인천공항 여객 수송분담률에서도 확인된다. 공항철도 자체 조사결과 지난해(1~10월) 16.7%까지 끌어올렸다. 인천국제공항역 전체 이용객 중 해외여행객 비율은 65.9%다. 이 중 공항철도 수송분담률은 2016년 10.0%로 두 자릿수를 찍은 후 2017년 11.5%, 2018년 13.4% 등으로 꾸준히 증가했다.공항철도의 괄목할만한 수송분담률은 한국항공협회 조사(2018년 6~11월, 국제선 출발여객)에서도 재차 확인할 수 있다. 교통수단(중복응답) 중 16.4%를 기록한 공항철도는 공항버스(리무진, 40.1%)와 승용차(자가용, 21.0%) 다음으로 많았다. 이어 택시 13.2%, 지하철 10.9% 순이었다. 상당수 지방여객 수요가 공항버스(리무진)를 이용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공항철도의 수송분담률은 이보다 훨씬 클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외국 거주 이용객’(외래객)의 경우 공항철도 이용률이 24.3%로, 택시(16.9%)를 추월했고 공항버스(32.4%)를 바짝 쫓은 점도 눈길을 끈다.
공항철도 움직임이 바빠졌다. 홈페이지, 모바일 페이지, 앱을 통한 직통열차 예약발매 서비스를 오는 10월 도입할 예정이다. 모바일 승차권을 도입하고 QR코드를 활용해 기존 종이 승차권과 모바일 승차권 모두 개집표가 가능하도록 승차권 시스템을 개편할 방침이다. 김 사장은 “모두 이용객 편익을 위한 조치로, 특히 모바일 승차권 예약 발매 시스템은 내국인은 물론 외래객 이용 증가에 한몫할 것”으로 기대했다.
◆도심과 거리가 먼 공항 입지… “고속화사업 필수”
김한영 사장이 서울역 도심공항터미널에서는 설 연휴 안전수송 현장 점검을 하고 있다. /사진=공항철도
연간 이용객 1억명 시대, 공항철도는 두마리 토끼를 잡는다는 목표다. 김 사장은 올해 시무식 신년인사에서 ‘안전’과 ‘고객’을 16번 강조했다. 안전과 고객은 철도맨인 김 사장이 견지한 일상적·기본적인 철도운영 업무를 가리킨다. 그는 특히 “당장 잘나가는 기업도 미래에 대한 준비가 없다면 망하게 된다”며 중장기 미래준비 업무의 조화와 균형을 강조했다. 공항철도가 철도운영기관으로서의 공공성과 민간기업으로서의 비전을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공항철도는 이용객 증가에 대응하고 새로운 수요 창출을 위해 2027년까지 열차 최고 운행속도를 시속 150㎞로 높이는 고속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김 사장은 “현재 공항철도 운행속도(평속)는 시속 70㎞대로 30㎞대인 수도권 지하철 등 국내에선 빠른 편이지만 영국, 일본, 홍콩 등의 해외 선진철도에 비해선 매우 느린 편”이라며 “올해 정부의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의 신규사업에 고속화사업이 포함될 수 있도록 관련 부처와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고속화사업 완료 시 서울역에서 인천공항 2터미널역까지 직통열차로 39분, 일반열차로 51분 이내 운행이 가능하다”며 “출·퇴근 시간대 열차운행 시격이 단축되면서 혼잡도 역시 크게 개선되고 안전사고 예방과 고객 편의도 향상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사장은 고속화사업이 막대한 예산을 수반하는 만큼, 사업이 연착륙될 수 있도록 선제 대응에 나설 예정이다. 특히 많은 지하구간과 함께 선형을 개선하고 직통과 일반열차 교차구간의 대피선도 추가 확보할 방침이다.
◆기본 바탕에 세운 미래업무, ‘자립경영’ 앞당긴다
김한영 공항철도 사장은 “기본적인 철도운영을 토대로 고속화사업과 검암역 등 역세권 개발과 같은 중장기 미래업무가 가시화되면 2023년 목표한 자립경영 달성도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장동규 기자
공항철도는 2019년 174%였던 일반열차 최대 혼잡률이 2022년 20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를 완화하기 위해 차량을 추가 도입할 예정이다. 열차 차량 도입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여 이 역시 고속화사업처럼 선제적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공항철도는 올해 경영목표로 ▲안전사고 ‘제로’ ▲정시운행률 ‘99.99%’ ▲신성장 사업개발 ▲자립경영을 설정했다. 김 사장이 강조한 ‘일상적·기본적인 철도운영 업무’와 ‘중장기 미래준비 업무’의 조화와 균형이 경영목표에 녹아있다. 안전과 정시 운행, 서비스와 인프라 개선, 이용객 편익 증가 등을 동시에 꾀하는 것이다.
이 같은 설정 목표가 궤도에 오르면 공항철도 숙원인 ‘자립경영’이 가시화될 수 있다. 공항철도는 현재 철도운영에 필요한 비용을 국토부로부터 보전받는 ‘비용보전방식’(SCS)으로 운영되고 있다. 김 사장은 “기본적인 철도운영을 토대로 고속화사업과 검암역 등 역세권 개발과 같은 중장기 미래업무가 가시화되면 2023년 목표한 자립경영 달성도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한영 공항철도 사장은
▲청주고 ▲건국대 행정학사 ▲서울대 행정대학원 행정학 석사 ▲영국 리즈대 교통계획 및 교통공학 석사 ▲서울과학기술대 철도전문대학원 경영학 박사 ▲제30회 행정고시 ▲건설교통부 철도정책과장 ▲국토해양부 물류정책관 ▲여수해양엑스포 특별교통대책본부장 ▲국토해양부 철도정책실장 ▲우송대 철도물류대학 교수 ▲공항철도 사장(2016년 10월~) ▲저서 : 국토교통정책의 역사적 변동과 전망(공저, 철도부문 집필 2015년)
☞ 본 기사는 <머니S> 제630호(2020년 2월4~10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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