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1800만원. 지난해 20대 초반의 라이더가 보험사를 통해 배달용 이륜차 종합보험료를 조회한 결과다. 중소형 신형차 한대를 구매할 수 있는 금액을 라이더는 보험료로 납부해야하는 현실. 비상식적으로 높은 이륜차보험료에 라이더들의 속은 오늘도 새까맣게 타들어 간다. 이륜차보험료는 왜 이렇게 고액인 것일까. 정부가 내놓은 이륜차보험 자기부담금제는 효과를 볼 수 있을까. ‘머니S’가 국내 이륜차보험료의 현실을 짚어보고 해법은 없는지 살펴봤다. <편집자주>


지난해 라이더(배달기사)들과 꾸준히 보험료 인하 집회에 나선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천정부지로 치솟는 배달 오토바이(이륜차)보험료를 잡기 위해 할증제와 유사한 자기부담금제를 제안했다. 라이더가 사고 시 부담금을 내면 무사고 배달종사자들은 보험료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지속적인 집회를 통해 목소리를 낸 라이더들의 요구에 당국이 응답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오토바이 등 이륜차에 자기부담 특약제도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라이더유니온이 주장한 바로 그 자기부담금제다.

정부의 자기부담금제 도입에 대해 배달대행업계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보험사들이 보험료 인하를 꺼리고 있어 자기부담금제 도입도 실효성이 없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일각에선 정부가 이륜차 종합보험을 자동차보험처럼 의무화하는 것이 해답이라고 주장한다. 치솟는 오토바이보험료를 잡을 방법은 없는 것일까.


부담금제 나온 배경
현재 오토바이 관련 보험은 개인용(레저용·출퇴근용)과 비유상운송용(배달용·대가없는 운행), 유상운송용(퀵서비스·배달대행·대가있는 운행) 등 3가지다. 비유상운송용은 음식점(치킨집·중국집) 등의 사업주가 직접 이륜차를 구입해 배달에 사용하는 경우다. 유상운송 배달용은 퀵서비스나 배달대행업체 라이더들이 사용한다.

라이더가 가입하는 유상운송용 책임보험(타인의 손해를 배상)은 보험료가 30대 남성기준, 연 500만원 수준이다. 개인용(10만원대)과 비유상운송용(100만원대)에 비해 보험료가 훨씬 높다.

종합보험료(본인 상해 및 기타 배상)는 수억원대를 호가하는 수퍼카급이다. 유상운송용의 종합보험료는 800만~900만원에 이른다. 운전자가 20대 초반일 경우 최대 1800만원까지 종합보험료가 책정될 수 있다.


이처럼 배달용 오토바이보험료가 천정부지로 치솟은 이유는 손해율이 높아서다. 2018년 가정용 이륜차 손해율은 82.6%였지만 배달용 이륜차 손해율은 150%를 넘어섰다. 거의 2배 수준이다. 

콜을 받고 건당 수수료를 받는 라이더 입장에서는 한건이라도 더 많은 배달을 해야 수익을 높일 수 있다. 이에 무리한 운행을 하다 보니 사고율이 높아 손해율도 치솟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배달기사들이 보험료 현실화를 외치는 집회에 나선 모습./사진=뉴스1DB

당국은 사고율이 낮은 라이더가 사고를 많이 낸 라이더들 때문에 보험료면에서 손해를 본다고 여긴다. 이에 금융위는 지난달 19일 ‘2020년 상세 업무계획’을 공개하며 이륜차보험 개편안을 제시했다. 

오토바이 등 이륜차에 자기부담 특약제도를 도입한다는 것이다. 이 제도는 운전자가 자기부담금을 0원, 30만원, 50만원 등으로 선택하고 사고 발생 시 자기부담금 이하는 자비로 부담하게 하는 방안이다.
보험료가 높아 보험 가입을 꺼리는 점에 착안해 사고 발생 시 라이더들이 일정 수준의 본인부담금을 내는 대신 보험료를 깎아주는 것이다. 예컨대 ‘자기부담금 50만원’ 배달용 오토바이보험에 가입한 라이더는 0원을 선택한 라이더보다 보험료를 할인해준다. 다만 사고가 났을 경우 50만원을 라이더 본인이 부담하는 식이다.

부담금제를 도입하면 사고율이 낮은 라이더는 상대적으로 낮은 보험료를 내고 배달을 뛸 수 있다. 사실상 보험료에 차등화를 두겠다는 것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도 보험개발원이 낸 손해율을 통계로 보험료를 책정한다”며 “보험사도 영리를 추구하는 집단이다. 당국도 무작정 보험료를 내리라고 할 수 없으니 차등화 방안을 내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19일 열린 자동차보험 개선 간담회 모습./사진=뉴스1DB
“종합보험 의무화 하자”
배달대행업계는 당국의 대책에 환영의 목소리를 내면서도 큰 기대는 하지 않는 눈치다. 자기부담금제는 결국 보험료를 인하해줘야 하지만 보험사가 이를 쉽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박정훈 위원장은 “자기부담금제 도입을 환영하지만 보험사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시행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밝혔다.
다른 배달대행업계 관계자는 “정부 지침이 있으니 따르기야 하겠지만 실효성있는 자기부담금제가 나올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시늉만 내는 수준일 것”이라며 “오히려 손해율을 이유로 올해 보험료를 더 올릴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보험사도 난감하다. 자기부담금제는 가입자가 일정 금액을 내지만 배달용 이륜차보험은 손해율이 워낙 높아 결국 적자구조로 갈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손보사 관계자는 “손해율이 90~100% 수준에선 자기부담금제가 효과를 낼 수도 있다”면서도 “배달용 이륜차보험 손해율은 150%를 넘었다. 오토바이사고 특성상 한번 사고 시 인명피해가 큰 편이라 지급되는 보험금도 수억원이다. 자기부담금으로 손해율을 낮출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라이더들은 지쳐가고 있다. 오토바이보험료가 높은 것을 두고 운전을 험하게 한 라이더들의 책임이라는 비판 때문이다. 이에 무작정 보험사에 보험료를 인하해달라고 요청할 것이 아니라 다른 차원의 해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배달대행업계는 정부가 유상운송용 이륜차 종합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이륜차 책임보험은 의무보험이나 종합보험은 의무가 아니다.

중소형 배달대행업체를 운영하는 A씨는 배달용 이륜차보험의 ‘대인배상2’ 부분, 즉 종합보험 가입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A씨는 “현재 많은 라이더가 유상용이 아닌 보험료가 낮은 가정용과 비유상을 가입하는 꼼수를 쓴다”며 “유상용 종합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면 10만원을 내던 라이더가 더 많은 보험료를 내게 된다. 보험사들도 이륜차보험 판매 경쟁이 붙을 것이다. 그러면 보험료가 낮아진다. 보험료가 적정수준으로 떨어지고 가입자가 늘면서 자연스럽게 손해율도 안정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라이더에게 종합보험이 필요한 이유는 운전자가 아니라 사고 피해자를 보호하려는 취지도 있다고 강조했다.

A씨는 “예컨대 라이더의 과실로 한 시민이 크게 다쳤다. 피해액이 3억원이지만 책임보험 한도는 1억원이다. 라이더가 형을 살겠다고 하면 피해자는 남은 2억원에 대해 보상받을 길이 없다”며 “보험은 라이더에게도 중요하지만 무고하게 피해 입은 시민에게 합당한 보상이 주어지는 방법이다. 정부가 현실적인 대안으로 종합보험 가입 의무화를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39호(2020년 4월7~13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