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최초 베를린 필하모닉 정단원 박경민 / 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서른 살의 비올리스트 박경민은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최연소 정단원이다. 한국인 단원은 그가 유일하다. 베를린 필은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함께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고의 교향악단이다.
박경민은 지난해 11월 단원들의 투표에서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 정단원이 됐다. 정단원은 65세까지의 정년을 보장받기 때문에 종신단원이라고도 불린다.

최근 서울 뉴스1 본사에서 만난 박경민은 "베를린 필 단원이 120명 정도인데 서른 살인 제가 막내"라며 "나이 차이를 신경 쓰거나 선후배를 강조하는 분위기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박경민은 "음악적 자존심이 높은 단원들이라서 나이를 따지기보다 서로를 존중하며 아름다운 화음을 만들어낸다"며 "바로 2살 위에 클라리넷 연주자 안드레아스 오텐잠머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피부색을 고려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설명했다. "나이보다 피부색이라고 할까 어느 나라 출신이냐를 더 신경을 쓰는 듯해다"며 "아무래도 베를린 필이 독일을 대표하는 교향악단이다보니 독일인이 아닌 연주자가 자연스럽게 눈에 띈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한국의 위상이 올라갔다고도 밝혔다. 박경민은 "다른 단원들이 한국의 코로나19 관련 기사를 찾아서 내게 보여주곤 한다"며 "독일의 상황보다 한국의 상황이 훨씬 안전하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한국인 최초 베를린 필하모닉 정단원 박경민 / 뉴스1 © News1 허경 기자

박경민은 꿈에 그리던 베를린 필의 정단원이 됐지만 일상이 평범하다고 밝혔다. 그는 "베를린 필에서의 일과는 단순해서 일주일에 사흘을 공연하고 이틀을 연습하는 일정을 반복한다"며 "카페인 때문에 커피를 마시지 않을 뿐 특별한 무대 징크스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현을 놓칠 수 있어서 핸드크림을 바르지 않는다"며 "핸드크림은 잠들기 직전에 한번만 바르는데 아마 다른 현악 연주자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경민은 지난해부터 도리안 쇼시, 헬레나 베억, 크리스토프 헤이시와 함게 필하모닉 콰르텟(4중주단) 활동도 하고 있다. 그는 "약 2개월인 여름방학 기간에 다양한 실내악단이나 솔로 활동을 할 수 있다"며 "당시 수습단원 신분이었지만 함께 하자고 먼저 손을 내밀어주셨다"고 말했다.

수습단원이 되는 과정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베를린 필은 정단원에 결원이 생길 경우에 수습단원에 응시할 수 있는 초대장을 발송한다. 박경민은 스웨덴 로열 스톡홀름 필하모닉(RSP)에서 수석을 맡고 있을 때 다른 비올리스트 50명과 함께 초청장을 받았다.

박경민은 2018년 마침내 50명 중 1위를 차지하며 당당히 수습단원으로 합격했다. 그는 "5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오디션을 통과하니까 또 다른 관문이 남아 있었다"며 "수습단원 때 사회생활을 거의 다 배웠다"고 말했다.

수습기간은 통상 2년이지만 박경민은 정단원이 되기까지 넉 달을 앞당겼다. 총 16명인 비올라 파트 선배들로부터 정단원 추천을 받고 총회에서 3분의 2 이상 찬성표를 받았다. '더 기다릴 필요도 없이 충분하다'고 인정을 받은 덕분이다.

박경민은 "연봉을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유럽의 교향악단 가운데 최고 대우라고 알고 있다"며 "베를린 필에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다른 무엇이 있다"고도 말했다.

그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연주자는 악기를 다룰 때가 본래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며 "박경민이 살아온 과정이 연주에 자연스럽게 드러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인 최초 베를린 필하모닉 정단원 박경민 / 뉴스1 © News1 허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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