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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명동 금융시장에서 환경설비 기업의 어음이 자취를 감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여파에 장마와 태풍 피해가 겹쳐 환경설비 장치를 생산하는 능력이 떨어지고 신용도가 하락했기 때문이다.
충북 음성에 공장을 둔 환경설비 분야 A기업은 지난달 명동금융시장에서 총 3건의 어음할인이 거절됐다. 오는 10월 만료되는 상업어음 총 3200만원이다.

A기업은 삼성전자·삼성엔지니어링·삼성디스플레이 등 반도체 기업에 대기·수질·건설·플랜트·에너지사업 등 환경설비 사업을 제휴하는 우량기업이다. 모회사인 B기업이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에 150억원의 질소 충전장치와 웨이퍼 이송모듈을 수주하는 덕을 톡톡히 봤다.


하지만 A기업의 환경설비 사업 부진으로 모회사인 B기업의 실적도 동반 하락하고 있다. 지난 2분기 B기업의 환경설비 매출은 41억7600만원으로 지난해 말 94억3800만원보다 절반 이상 줄었다. 또 다른 자회사인 C기업도 적자 실적을 내놨다. C기업은 올 2분기 12억6980만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순손실이 매출 1억8707만원보다 7배 가까이 많은 셈이다.

문제는 B기업의 재무상태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증권사의 안일한 시선이다. 직접적인 실적 하락이나 신용도 강등이 없다는 이유로 ‘매수추천’을 남발한다는 지적이다.

하나금융투자는 8월4일 B기업에 관한 리포트에서 주식매수를 추천했다. 주식매수 비율이 91.6%, 중립이 8.4%이고 매도는 없다. B기업의 실적이 상고하저 흐름을 보이지만 상승 모멘텀이 충분하다는 의견이다.


하지만 B기업의 주가는 맥없이 떨어졌다. 8월6일 1만5400원을 기록한 후 같은달 24일 1만2480원으로 2920원(18.9%) 하락했다. 26일 종가는 전일대비 100원(0.77%) 오른 1만3050원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6월말 기준 하나금융투자의 전체 리포트 중 ‘주식매도’ 추천 비율은 0%다. 매수 일색인 리포트 사이에 매도 의견은 한 건도 없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중소벤처기업의 신용도 하락이 코스닥 업체의 재무건전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어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코로나19에 증시 변동성이 커지고 국내 환경설비·항공·여행·엔터테인먼트 기업이 타격을 입어 기업가치가 떨어지고 있어서다.

금융권 관계자는 “특정 기업을 발굴해 보고서를 쓴다는 것 자체가 매수를 추천한다는 의미”라며 “코로나 사태 같은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해 큰 충격이 왔다면 애널리스트가 매도 의견으로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명동 금융시장 관계자는 “중소벤처기업의 어음이 명동 금융시장에서 거절되면 모회사의 연결기준 순이익도 하락할 것”이라며 “증권사가 매수를 추천하는 코스닥 주식을 무턱대고 사기 전에 자회사의 자금 흐름, 건전성 현황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