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공공의대 신설 정책 등에 반발해 시작된 제2차 전국의사 총파업 마지막날인 28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 응급의료센터 앞에 응급실 진료 지연을 알리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뉴스1) 음상준 기자,이영성 기자 = 의사단체 집단휴진 사태가 장기화 국면으로 흐르고 있다.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둘러싼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이 이제는 법정다툼으로 번질 조짐이다.
정부는 전공의와 대한의사협회를 각각 경찰과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했다. 의협은 이를 폭거로 규정하고, 오는 9일 제3차 총파업을 예고하는 상황이다.

◇복지부에 검·경 의사단체 압박…전공의들 휴대전화 끄자 "소용없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세를 보이자 복지부는 집단휴진을 막기 위해 의대 정원을 확대하는 정책을 감염병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유보하고, 이후 의료계와 협의해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정부 차원에서 제시할 수 있는 최대한의 양보라는 입장이었지만, 전공의 등 젊은 의사들 반발만 불렀다.

결국 지난 26일 의원급 의료기관의 제2차 집단휴진이 시작됐고, 정부는 강경 대응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이후 지난 27일 오전 8시 수도권 수련병원 전공의 등을 대상으로 업무개시명령을 내린데 이어 28일에는 이를 전국으로 확대했다.

복지부는 업무개시명령을 따르지 않은 것으로 판단한 전공의 10명을 경찰에 고발했다. 또 주요 30개 수련병원(비수도권 20개소, 수도권 10개소) 응급실과 중환자실을 중심으로 현장조사도 벌였다.


김강립 복지부 차관은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법무부·경찰청 합동 특별브리핑에서 "26일 수도권 소재 수련기관 전공의와 전임의를 대상으로 발령한 업무개시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10명에 대해 경찰에 고발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심각한 상황에서 의사들이 진료현장을 떠나는 것을 심각한 위법 행위라는 게 정부 판단이다. 업무개시명령을 회피하기 위해 전공의들이 휴대전화를 끄는 단체행동(블랙아웃)에 나서자 검찰과 경찰까지 나서며 압박에 나섰다.

고기영 법무부 차관은 "업무개시명령 송달을 어렵게 하는 것은 의료법 위반에 교사 내지 방조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송민헌 경찰청 차장도 "보건당국의 업무개시명령을 위반하는 행위, 동료 의사의 업무복귀를 방해·제지하는 행위 등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일체의 불법행위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사법처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 압박할수록 전공의·전임의 휴진율 상승…의협 총파업, 법정다툼 예고

형사처분을 포함한 정부 압박이 거세질수록, 되레 집단휴진에 동참하는 전공의와 전임의 비율은 갈수록 높아지는 상황이다. 전공의 휴진율은 25일(오후 7시 기준) 58.3%에서 27일 68.8%, 28일에는 75.8%까지 높아졌다.

전임의 휴진율도 상승하는 추세다. 지난 25일 6.1%에서 27일 28.1%, 28일에는 35.9%로 상승했다. 절대 수치는 전공의 절반에 그치지만, 상승률만 놓고 보면 약 4.9배로 높아진 셈이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오른쪽)이 28일 오전 서울지방경찰청 앞에서 보건복지부의 업무개시명령 위반 전공의에 대한 고발과 관련해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전공의와 전임의들 사이에서 정부 조치에 대한 반발심이 커진 데다 업무개시명령에 이어 전공의 고발까지 실제로 이어지자 더는 밀려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해석된다.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도 전공의 고발을 계기로 정부를 상대로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최대집 의협 회장은 28일 하루에만 두 차례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를 성토했다.

최대집 회장은 28 오전 11시30분쯤 서울 종로구 내자동 서울지방경찰청 앞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업무개시명령이 전공의 전임의들에게 적용될 수 있는 것인지 법리적인 문제가 있다고 하면 (정부를) 직권남용으로 고발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자유로운 개인의 자유와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보고) 여러 회원들과 상의해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보내 위헌법률 심판을 신청할 예정이다"고 덧붙였다.

이날 오후에는 서울 용산구 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태도 변화(전공의와 협회에 대한 고발 철회)가 없으면 오는 9월 7일부터 제3차 전국의사 총파업을 무기한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복지부가 전공의 10명을 고발하고, (협회를)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한 것은 공권력의 부당한 폭거이며, 변호인단을 구성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덧붙였다.

◇정은경 "다음주 하루에 2000명" 경고…거리두기 3단계 복지부·의협 모두 부담

정부와 의사단체가 한치 양보 없는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고 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확산세를 보이고 있는 점은 양측 모두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당장 정부는 8월 30일부터 9월 6일까지 8일간 수도권에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2.5단계)를 시행하며 배수진을 쳤다. 거리두기 3단계 격상을 피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지만, 이마저도 코로나19를 억제하지 못하면 전국적인 봉쇄 조치는 불가피하다.

정부가 거리두기 2.5단계 효과를 거두려면 의사단체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현재 보건소 등 공공기관에 소속된 의료진은 극심한 피로도를 호소하고 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은 28일 브리핑에서 역학조사 역량이 한계에 도달했으며, 코로나19 확산세를 막지 못하면 다음 주에는 하루 신규 확진자가 800명에서 2000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우려했다.

정은경 본부장은 "지금 바로 유행을 통제하지 않으면 기하급수적인 확진자 급증으로 이어지고 의료시스템이 붕괴될 수 있다"며 "사회 필수기능이 마비되거나 막대한 경제적인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위기 상황"이라고 거듭 경고했다.

의사단체도 부담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의협은 지난 26일 집단휴진 직전까지 정부와 최대한 집단휴진을 피하기 위한 협상을 벌였다. 전공의들 거부로 이 협상이 물거품이 됐지만, 의료계 집단휴진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대학병원 응급실 등 필수진료 분야에 공백이 발생하면 장기적으로 제때 치료받지 못하고 사망하는 환자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럴 경우 정부는 물론 의사단체를 상대로 거센 비난이 쏟질 것으로 보인다. 국민 지지를 확보하지 못하면 의협과 전공의 총파업도 장기적으로는 동력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

정부의 공공의대 신설 정책 등에 반발해 시작된 제2차 전국의사 총파업 마지막날인 28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전문의가 1인 시위를 하고 있다./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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