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도에 위치한 부산남고 대체이전 관련해 부산시교육청에서 주민설명회를 가졌다./사진=박비주안 기자
부산시교육청은 지난 1일과 2일 오후 3시와 7시, 총 4차례에 걸쳐 영도의 유일한 남학생 공립고교인 '부산남고 대체 이전 문제'로 지역주민 공감대 형성을 위한 주민설명회를 진행했다.
이번 주민설명회는 회당 1시간 정도 소요됐다. 시간은 부산남고 이전추진 계획을 세우게 된 교육청의 배경과 현재 원도심의 교육여건 등을 포함한 사전 설명 시간에 20여 분 할애했고, 남은 30여 분동안 주민들의 찬반 의견과 질문을 받는 시간으로 배분했다.

1일 첫날에는 남고 대체이전 찬성의 논리를 가진 학교 안 이야기가 눈길을 끌었다.


이번에 졸업하게 되는 현 남고 재학생이라 밝힌 주민은 “남고는 현재 고교학점제를 시행하고 있는 학교라 직접 학생이 원하는 과목을 선택할 수 있어 좋은 점도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러나 불과 3명이 모여 수업을 들어야 하는 과목도 생겼는데 이 과목에서는 내신 등급이 산정되지 않는 문제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진 발언에서는 본인을 전임 남고 학부모 회장이라 밝힌 주민이 내신성적에 대한 현실적인 문제를 이야기했다. 그는 “한 학년에 100명이 넘던 시절에도 전교 순위를 다투더라도 내신 1등급을 받기 어려웠다”면서 “이젠 한 문제라도 틀릴 때는 내신 등급이 한두 단계가 아니라 걷잡을 수 없이 떨어져 결국에는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와 자존감 형성에 큰 악영향을 미치게 되고 결국엔 대학 진학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라고 우려했다.

2일 둘째 날은 남고 대체이전 반대의 논리와 현재 상황에 대한 문제 제기가 눈에 띄었다.


본인을 예비 중학생 어머니라고 밝힌 한 주민은 “영도 남고는 다행복 교육지구라고 하는데, 학생수가 모자란다는 이유로 주민들과 상생하지 못하고 영도 내에서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을 낮춰보는 것이 정말 다행복 교육인가?”라고 반문한 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소규모 학교가 되는 우려라면 소규모 학교에 대한 지원책을 마련해야 맞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 다른 예비 학부모는 “현실적으로 대한민국의 저출산율은 하루 아침에 해결될 수 있는 문제도 아니고, 원도심의 인구 유출은 부산시도 마땅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상황에서 학교의 대체 이전, 폐교문제는 원도심의 과제로 남겨 해결해야 것”이라면서 “교육청에서는 원도심 학생들을 위해 ‘농어촌 특별전형’처럼 학생수가 적다고 불이익을 받지 않을만한 대체 시스템을 생각해보시지는 않으셨냐”고 질문했다.

한편, 처음부터 남고 대체 이전을 진행했던 남고 졸업생이라 밝힌 시민은 “2007년에 해운대로 이전하려던 동구의 명문고 부산고등학교가 주민들의 반대로 이전하지 못하면서 부산고등학교는 이제 신입생 100명 안팎밖에 받지 못하는 학교가 되었다”면서 “학교의 수준이 떨어지는 문제에 대해서 아무도 책임져주는 사람이 없는 것이 현실 아닌가”하고 목소리를 높였다.

총 4회에 걸친 주민설명회 동안, 재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지역주민들 간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참가자들은 각종 불만을 터트렸다.

한 남고 졸업생 부모는 “교육청이 주관하는 주민설명회라고 해서 참석하게 되었는데 20여 분간 할애해서 설명하던 남고 이전 배경에 대한 자료는 주민들에게 나눠주지 않고 교육청에서 발표하는 것만 듣게 하는 일방적인 방식은 설명회가 아니라 그냥 발표회 아닌가”라며 “진짜 주민들의 이야기를 듣고자 했다면 교육청의 자료를 먼저 배포해주고 주민들에게 반론의 장을 열어주는 형태가 되었어야 맞지 않나”라고 전했다.

또 다른 영도구민은 “우리는 부산남고라는 학교 자체의 발전을 저해하고자 나온 사람들이 아니다”면서 “남고의 이전과 이전반대라는 주제로 서로간의 의견만을 내세우다 보니 주민들 간 오해하기 쉬웠는데 다음부터는 원탁 형태로 모든 참가자에게 두루 의견을 내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교육청 학생배치과 담당자는 “여러분들의 소중한 의견 감사하고 차후에 필요하다면 간담회를 다시 갖는 기회를 만들도록 하겠다”고 전달했다.

설명회에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중구·영도구 박영미 위원장은 “주민들이 염려하는 부분은 영도 발전이며, 학생과 학부모의 입장에서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내신을 비롯한 교육환경의 질적 저하 문제인데 이 두 문제를 크게 보고 아우를 수 있는 방안을 찾겠다”면서 “특히 원도심의 학령인구 감소는 비단 영도구의 문제가 아닌만큼 타 원도심과 협의해 소규모 학교에 대한 지원을 현실적으로 고려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달라”고 협조를 부탁했다.

영도의 부산남고 문제에 대해 한 교육계 관계자는 “남고의 이전 문제는 영도사람들의 잘못으로 인구가 줄어든 것이 아닌, 수도권 중심주의와 지역 정치권의 해결책 부재 등 수 많은 사회 문제가 얽혀 양산된 문제 중 하나”라며 “앞으로 정부와 지자체는 학령인구 감소에도 지역의 학생들에게 통학권과 교육권을 해치지 않는 방안을 찾는 것이 가장 먼저 선행되어야 할 문제”라고 전했다.

현재 영도에는 남학생을 위한 인문계고로 부산남고와 광명고가 남았다. 2021학년도 신입생은 영도남고 86명, 광명고 70명으로 적정규모 학교로 운영하기에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이에 부산시교육청은 부산남고를 부산 강서구 명지 국제 신도시 등지로 이전할 계획을 밝혔으나 영도 주민들이 반발하고 나서자 이전계획을 보류하고 영도 주민들을 상대로 설명회를 가지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