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증권 1분기 자기자본이 3조원에 육박하면서 종합금융투자사업자(이하 종투사) 진출을 앞두고 있다./사진=키움증권

온라인 증권사 키움증권이 '동학개미' 열풍에 힘입어 빠른 속도로 대형사 반열에 진입하고 있다. 1분기 자기자본이 3조원에 육박하면서 종합금융투자사업자(이하 종투사)를 넘어 초대형 투자은행(IB) 진출까지 넘보는 상황이다. 다만 2분기부터 이익 둔화 흐름이 불가피한만큼 온라인 시장 지배력 유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리테일 강자' 1분기 순수익 사상 최대… 해외 거래대금 2배 급증

키움증권은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347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256.21% 증가했다. 2019년 이전 연간 실적을 1개 분기 만에 달성했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2668억원으로 3887.4% 증가했다. 매출은 1조4373억원으로 27.32% 감소했다.


국내외 거래대금 증가와 코스피 상승 등 우호적인 환경 속에서 시장점유율(MS)을 확대해나가며 시장 지배력을 더욱 공고히 했다. 키움증권의 일 평균 거래대금은 33조원으로 전 분기 대비 22% 증가하며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특히 해외 거래대금이 2배 넘게 증가하며 리테일 실적 호조에 힘을 실었다.


리테일 순수익은 전 분기 대비 27% 증가한 2708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금융수익 포함 국내주식 수익이 1709억원으로 전분기대비 10% 증가했다. 해외주식 수익은 589억원으로 102% 증가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600% 증가한 규모다. 해외주식 잔고는 11조7000억원으로 업계 최대 경쟁사 대비 60% 수준을 기록했다.


국내 주식 리테일 MS는 30.5%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하며 위탁매매점유율 1위의 자리를 지켰다. 해외주식 MS도 31.4%까지 확대했다. 1분기 일평균 신규 계좌 수는 2만1788좌로 전년 평균 대비 1.4배 수준을 나타냈다.
IB 부문 순수익은 502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5% 증가, 전년 동기 대비 흑자전환했다. 대체투자 및 PF 수익이 코로나19 사태 장기화 등 신규 딜 감소 영향으로 19% 감소했지만 주식시장 호조로 주식자본시장(ECM) 실적이 350% 이상 증가한 덕분이다.


김지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동학개미운동으로 표현되는 개인의 주식에 대한 높은 관심은 개인위탁매매에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 키움증권의 실적으로 이어질 전망"이라며 "젊은 고객층 확대에 따른 전체 고객 층 나이대가 낮아진 점은 장기적 성장 관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12일 키움증권은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347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256.21%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사진=키움증권

"올해 자기자본 3조원 달성 무난… 종투사 진출 코앞

키움증권은 2000년 온라인 주식 위탁영업에 특화된 증권사로 출발해 리테일부분 강점을 바탕으로 IB 부문 강화, 자기자본투자(PI) 안정적인 수익 추구, 대형 홀세일 하우스 구축 등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키움증권이 연내 3조원을 무난히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키움증권의 3월말 연결 기준 자기자본은 전년 동기 대비 47% 증가한 3조1000억원이다. 별도 기준으로도 2조7200억원이다.


업계에서는 키움증권에 대한 주요 리스크로 자본확충에 대한 우려를 꼽는다. 시장 대비 신용 잔고 증가 속도가 느려 보완자본 확충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키움증권은 보통주 유상증자가 아닌 전환상환우선주(RCPS) 발행을 검토하고 있다. 전환가액이 관건이지만 RCPS 발행이 구체화되면 디스카운트 요소가 해소될 전망이다.


키움증권 측은 전일 열린 컨퍼런스콜에서 "보통주 유상증자 보다는 전환상환우선주 형태의 자본확충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며 "이를 통해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인가 시기가 빨라지고 신용공여 한도가 늘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해 말 별도 기준 자기자본은 2조5000억원으로 종투사가 되기 위해서는 4500억원 규모의 자본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RCPS를 발행하면 지분 희석이 발생하더라도 중장기적 펀더멘탈 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장효선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신용공여잔고가 한도에 도달해 신용 점유율이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본확충을 통한 한도 확대는 향후 브로커리지 수익 및 점유율 확대로 연결되며 펀더멘탈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직은 상환전환우선주(RCPS) 발행을 검토 단계이지만 만약 RCPS를 발행하게 되면 올해 안에 종합금융투자사업자, 내년에는 초대형IB 요건을 충족하게 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별도 자기자본 3조원 이상 증권사는 프라임브로커서비스(PBS)와 기업금융에 진출할 수 있는 종투사 요건을 충족하게 된다. 종투사가 되면 기업금융 100% 활용을 전제로 자기자본의 200%까지 신용공여가 가능해진다. 4조원 이상 초대형 IB가 되면 단기금융업(발행어음) 진출이 가능하며 통상적으로 부르는 '대형사' 반열에 오른다. 현재 국내에서 초대형 IB로 지정된 증권사는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등 5곳이다. 

신한금융투자가 발표한 키움증권의 분기별 실적 추이 및 전망./사진=신한금융투자

향후 이익둔화 흐름 불가피.. 온라인 시장 지배력 유지가 관건

일각에서는 코로나19에 따른 수혜로 역대급 영업환경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이익둔화 흐름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키움증권의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전 분기 대비 29.2% 감소한 2457억원, 지배주주 순이익은 28.8% 줄어든 1865억원으로 제시했다.

 

임희연 신한금융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 일평균 거래대금은 27조9조원 수준으로 지난해 평균 대비 높은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으나 전분기 대비해서는 16.2% 감소했다"면서 "유동성이 가상화폐 시장으로 상당 부분 유입된 것으로 추정되면서 20~30대 투자자들의 비중이 높았던 해외주식 거래 축소와 수수료손익 감소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이베스트증권은 목표주가를 기존 17만원에서 15만5000원으로 하향하고 투자의견 '보유(HOLD)'를 유지했다.

 

전배승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긍정적 자금흐름의 수혜가 이어지고 있지만 2분기 이후 거래대금 둔화양상이 나타나고 코스닥 시장의 회전율 또한 이미 고점형성 이후 하락 추세에 있어 향후 이익둔화 흐름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신용이자 수익 규모 또한 전분기대비 5.3% 증가에 그쳐 추가 신용공여를 위해서는 자본확충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고수익성 기조 이어질 것이나 자기자본이익률(ROE) 수준은 하향세를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향후 키움증권의 온라인·리테일 시장 지배력 유지 여부가 지속적인 모니터링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전 연구원은 "중기적으로 온라인 자산관리 사업영역을 포함해 디지털 플랫폼 강점을 보유한 신규 진입자와의 경쟁 과제가 남아있다"고 평가했다. 구경회 SK증권 연구원도 "향후 온라인 자산관리 사업의 성공 여부가 추가적인 레벨업의 관건"이라고 전망했다. 


키움증권은 현재 온라인 자산관리 부문을 따로 구축하지 않고 서비스를 통합하고 있는 중이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 통합 M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 출시를 염두에 두고 우선 영웅문 내에서 서비스하고 있다"면서 "향후 마이데이터 인가를 받는다는 전제 하에 자산관리 및 AI 트레이딩 서비스 등을 녹여낼 수 있도록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