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우 생태문명전환포럼 공동대표/사진=머니S DB
'All for one, One for all(모두는 하나를 위해, 하나는 모두를 위해)'라는 구호를 아는가? 프랑스 소설가 알렉상드르 뒤마의 소설《삼총사》에 나오는 유명한 대사이다. 총사의 꿈을 안고 시골에서 올라온 청년 달따냥은 삼총사인 아토스, 포르토스, 아라미스와 각각 충돌하며 결투를 약속하지만 결국 대의를 위해 이기적인 마음을 접어두고 모두 힘을 합쳐 불의에 맞서게 된다. '하나는 모두를 위해, 모두는 하나를 위해'를 외치며 함께 칼을 높이 들며. 아마도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으로 수없이 변주된《삼총사》시리즈의 팬이라면 이 구호에 한번쯤 가슴 뛰어 본 적도 있으리라. 

그런데 따지고 보면 'All for one, One for all'이라는 가슴뛰는 이 구호는 인간 본질에 대한 은유적 메타포에 다름 아니며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라는 아리스토텔레스 테제의 변주에 다름 아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그의 저서《정치학(Politics)》에서 '인간은 정치적 동물(zoon politikon)'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호모 폴리티쿠스(정치적=사회적 동물)'가 인간 존재의 본질임을 선언했다. 아리스토텔의 인간에 대한 통찰은 21세기 생명과학의 시대에 오히려 그 의미가 더욱 빛난다. 인간 존재의 본질, 진화생물학적으로 표현하면 인간 생존의 본질 또는 인간 진화의 본질은 ‘사회성’에 있음을 그는 이미 3000년전에 선언했기 때문이다.
사회성의 다른 말은 협력과 공생이다. 공동체내에서 이루어지는 경쟁 역시 상호부조와 협력의 범위 속에서 이루어진다. 사회생물학의 용어로 표현하면 개체선택도 집단선택 안에서 이뤄지는 것이다. 동물의 사회성을 연구하는 사회생물학에서는 인간의 진화(자연선택)를 개체와 집단, 유전자라는 세 단위에서 파악한다. 한동안 개체선택설이 주류를 이루다 뒤에 집단선택설이 강하게 제기됐고 여전히 공방 중에 있다. 유전자 선택은 개체나 집단 어디에도 적용됐고 지금은 세 주장이 상호보완적 성격으로 수렴되고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호미니드는 생존과 번식을 위해 집단 내 경쟁과 협력을 동시에 추구한다는 것이다. 집단 내에서는 경쟁을 통한 개체선택의 메카니즘이 작동하고 집단이 외집단에 대응하고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집단선택의 메카니즘이 작동한다. 이때 중요한 점은 집단 내 경쟁 보다 집단의 결속과 협력을 통한 외부 환경에 대한 적응 혹은 협력을 통한 외집단과의 경쟁이 집단의 생존과 번영을 좌우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사회성 동물은 개체 간 경쟁을 허용하되 집단 내의 협력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를 파괴하지 못하도록 장치한다. '모두를 위한 하나, 하나를 위한 모두'는 이러한 사회성 동물의 특성을 완벽하게 표현하고 있다.


하나의 사회 또는 집단에서 서로 경쟁하던 하나가 모두를 위해 협력하는 원팀(One Team)의 철학은 이러한 사회생물학의 원리를 현실 정치에 잘 구현하고 있는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원팀의 정신은 정치적 대의명분이요 선거 승리의 전략이기도 하지만 진화생물학이나 인간동물행동학적 관점에서 보면 그것 자체로 생존을 위한 본능이요 생존의 법칙이다.

당이라는 집단 내에서 각자 자유로이 경쟁하되 경쟁의 과정은 협력의 틀 속에서 이뤄지며 경쟁의 결과는 당의 승리로 귀결돼야 함을 강조하는 원팀의 정신은 진화생물학의 경쟁과 협력의 상호 변증법적 작용을 잘 보여준다. 따라서 선거에 임하는 후보는 반드시 협력, 즉 팀 플레이를 해야 한다. 협력이 전제되지 않은 경쟁은 공멸이다. 생물학의 원칙이요, 인간 역사의 교훈이다. 다가오는 선거 역시 당내 경쟁에서 원팀을 얼마나 잘 유지하고 지켜나가는가, 즉 상호협력과 공생의 틀을 얼마나 잘 유지하는가가 가장 중요한 승리의 공식이 될 것이다. 모두는 하나를 위하여, 그리고 그 하나는 모두를 위하여.

조용우 생태문명전환포럼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