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무대에서 경쟁력을 입증한 'K-방산 한류'의 지속성을 위해 정부의 정책 지원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진은 중동 사막을 달리고 있는 K9 자주포.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을 달성하는 등 국내 방산기업이 글로벌 무대에서 위력을 떨치고 있지만 아직 글로벌 경쟁력은 미흡하는 평가가 많다.


방위산업이 국가 대표 기간산업으로 자리매김해 일자리 창출은 물론 K방산 한류를 이끌고 있는 만큼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 안정적인 주도권 확보를 위한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글로벌 방산시장에 각인된 '한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연결기준 11조2401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처음으로 해외 수출이 국내 매출을 넘어섰다. 영업이익도 1조7319억원을 기록해 이른바 K방산 한류를 이끄는 주요 기업으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하고 일자리 창출은 물론 국가 경제 발전에 이바지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올해 1분기 경영실적도 매출 5조4842억원, 영업이익 5608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같은 기간과 견줘 각각 278%, 3060% 늘어난 건 한화오션 실적이 반영된 것인데, 이에 상반기만으로도 지난해 영업실적 기록을 모두 갈아치울 것으로 보인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수주 잔고도 103조원에 이른다. 방산과 항공 분야에서 62조원, 자회사 한화시스템과 한화오션도 각각 10조원과 31조원의 수주를 확보하고 있다. 글로벌 방산시장에서 영역을 넓히고 있지만 지정학적 요인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올해 초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드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파국으로 끝나면서 EU(유럽연합)는 방위비를 늘리고 안보 독립에 속도를 높인다. EU는 '유럽 재무장' 계획의 일환으로 앞으로 4년 동안 방위비를 8000억유로(약 1200조원)로 늘린다고 했다.


EU의 군비 확장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국 방산 기업에겐 기회이자 위기다. EU가 이같은 방침을 유럽 내 생산 역랑과 연계시킨 이른바 '바이(Buy) 유러피안 정책'을 강조하고 있는데, 현지 생산 능력 확보를 위해 투자한 기업만 수주 기회를 준다고 읽힌다.

한국 방산기업뿐 아니라 글로벌 기업들의 유럽 거점 투자가 본격화된 배경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 역시 앞으로 4년 동안 11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폴란드 등 유럽 현지 생산거점 확보 및 중동 조인트벤처 설립, 해외 조선소와 친환경 해운 사업 6조2700억원 ▲신규 시장 진출 위한 연구개발 1조5600억원 ▲지상 방산 인프라 투자 2조2900억원 ▲항공우주사업 인프라 구축 9500억원 등이다.


글로벌 경쟁력을 입증한 'K-방산 한류'의 지속성을 위해 정부가 적극적인 정책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진은 2023년 열린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 행사장에 진열됐던 K2EX(K2 수출형) 전차. /사진=뉴시스


가파른 성장속도, 부족한 정부 지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대규모 투자 계획은 '글로벌 톱 방산·조선·해양 기업'으로 도약하고 10년 뒤 '매출 70조원, 영업이익 10조원'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첫 걸음이지만 자체 역량은 부족하다. 정부가 방산 뿌리기업을 지원하고 육성하기 위해 나섰지만 지원 방안이 산업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2021년 73억달러(약 10조3000억원) 수준이었던 한국 방산 수출 규모는 올해 240억달러(약 33조6000억원)로 확대돼 4년 만에 3배 이상 커졌지만 정부 지원 방안은 답보 상태다.

2023년 기준으로 KDB산업은행·기업은행·신용보증기금 등 3개 정책금융기관과 방위산업 전용 금융상품을 통해 방위산업 분야에 약 3조4000억원 규모의 자금이 공급됐는데 과거와 비슷한 규모다. 다행히 지난 3월 50조원 규모로 5년간 운용될 '첨단전략산업기금' 운용 계획이 나왔다. 기금 지원 대상은 반도체·이차전지·디스플레이·바이오·방산·백신·로봇·수소·미래자동차·AI(인공지능) 등이다.

산업은행을 통해 운용 될 기금은 대기업뿐 아니라 첨단전략산업 생태계 전반을 구성하는 중견·중소기업까지 제한 없이 지원되는 만큼 정책 방향성은 공감 받지만 규모가 아쉽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지원 혜택을 누릴 경쟁 분야가 많다보니 50조원의 기금도 금세 동나지 않을 까 걱정된다"며 "시중은행은 기금 운용 주체도 아니고 수익사업도 아니라 적극성도 떨어질 것이다"라고 봤다. 이에 "정부 주도의 적극적인 기금 운용과 규모 확대 등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강력한 수출산업 정책을 바탕으로 국내 방산업계 생태계를 선진국 수준으로 혁신해야 한다는 전문가 진단도 있다. 장원준 산업연구원 성장동력산업연구본부 연구위원은 "K방산도 최근 글로벌 방산 생태계 변화 추이를 면밀히 살펴 선진국 수준으로 혁신 생태계를 구축하는 등 새 비전을 확보해야 한다"며 "보다 강력한 수출산업화 정책과 함께 민간 혁신주체를 포함하는 폭넓은 생태계 구축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제고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