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네임 박희순/넷플릭스 © 뉴스1
(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영화의 주요 내용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전세계적인 신드롬을 이끈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에 이어 또 한 번 K드라마 인기를 끌고 있는 넷플릭스 신작은 '마이 네임'이다. '마이 네임'은 22일(한국시간) 기준 글로벌 OTT 콘텐츠 순위 집계 사이트인 플릭스 패트롤에서 '넷플릭스 오늘 전세계 톱 10TV 프로그램(쇼)' 부문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 15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마이 네임'(감독 김진민)은 아버지를 죽인 범인을 찾기 위해 조직에 들어간 지우(한소희 분)가 새로운 이름으로 경찰에 잠입한 후 마주하는 냉혹한 진실과 복수를 그린 8부작 액션 누아르 드라마다. 박희순은 극 중 오랜 친구 동훈(윤경호 분)의 딸인 지우를 조직원으로 받아들이고 경찰에 언더커버로 잠입시킨 무진 역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무진은 지우를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애쓰면서도 누구에게도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모습으로 미스터리한 매력을 자아냈다. 그는 연기 호평과 더불어 작품의 인기를 실감하냐는 질문에 "세계 3위라는 게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넷플릭스가 세계로 가는 통로라면 '오징어 게임'이 그 문을 확짝 열어줬고 그 덕분에 후속작들이 더 주목을 받는 느낌이 든다"며 "K팝이 세계로 나아갔듯이 드라마도 그 시작이 되지 않을까 한다. 긍정적이고 희망적이라 본다"며 설레는 소감을 털어놨다.
특히 박희순은 '섹시하다'는 평에 쑥스러워하기도 했다. 그는 "평소에 섹시하단 얘기를 많이 들었다면 떳떳하게 얘길 하겠는데 전혀 그런 얘길 듣지 않다가 유독 이 작품에서 많이 들었다"며 웃었다. '마이 네임'으로 섹시한 매력도 재발한 박희순. 그는 '마이 네임'을 하면서 소망이 생겼다고 했다. "'마이 네임 이즈 박희순'인데, 박휘순으로 알고 있는 분들이 계시다"며 "소망이 있다면 내 이름을 찾고 싶다"는 유쾌한 너스레로 웃음을 안겼다. 박희순과 화상 인터뷰를 통해 '마이 네임'의 다양한 비화를 들어봤다.
마이네임 박희순/넷플릭스 © 뉴스1
-'마이네임'이 전세계 3위를 기록하는 등 호평을 받고 있는데, 이 같은 반응을 어떻게 실감하고 있나. 또 기억에 남는 반응이 있는지 궁금하다.
▶숫자적인 개념이 다가오지 않는다. 제가 경험해보지 못했던 거라 세계 3위라는 게 실감이 나지 않는다. 넷플릭스가 세계로 가는 통로라면 '오징어 게임'이 그 문을 확짝 열어줬고 그 덕분에 후속작들이 더 주목을 받는 느낌이 든다. '오징어 게임' 제작진, 감독님께 감사드린다.(웃음) 굉장히 의미 있다 생각이 든다. K팝이 세계로 나갔듯이 드라마도 그 시작이 되지 않을까 한다. 긍정적이고 희망적이라 본다. 어느 정도 파급력이고 반응인지 실감을 못하고 있다. 인터넷으로만 접하는데 너무 기쁘고 행복하다.
-최무진은 대사에 나온 것처럼 그야말로 악마 같은 인물이라 볼 수 있다. 처음 이 캐릭터가 가진 반전에 대해 알게됐을때 어떤 느낌이 들었나. 또 어떤 모습의 무진이 먼저 떠올랐나.
▶최무진은 나쁜 인물이다. 악마 같은 인물이고 사이코적이다. 사이코 같은 인물이지만 연기를 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최무진에 동화될 수밖에 없었다. 서사나 감정을 내 입장에서, 최무진 입장에서 바라볼 수밖에 없었으니까. 남들이 봤을 때 사이코, 악마지만 제 입장에선 정당화시킬 수밖에 없었다. 최소한 관객들이 상상할 수 있게끔 많은 표현을 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어떤 감정에 있어서 복합적인 걸 같이 연기하려고 했었다. 그 인물을 이해하려고 했었고 그 인물에 동화되려 했다.
-반전을 알고 난 뒤, 무진이 동훈과 찍은 사진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모습이 사이코패스 같았다. 동훈을 향한 무진의 감정은 어땠을까. 여전히 배신감이 컸을까, 아니면 미안함도 있었을까.
▶사무실에 들어와서 세트장에 앉았는데 동훈이와 찍은 사진이 있어서 섬찟했다. 두 가지 감정이 다 있었다. 죄책감도 있고 복수를 다지는 마음도 있었다. 무진은 어떤 신에서도 한 가지 감정으로 연기할 수 없었다. 두 가지, 세 가지, 복합적인 감정으로밖에 임할 수 없었다.
-박희순 배우가 연기해서 최무진이 그저 악당처럼 보이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최무진이 어떤 캐릭터로 그려지길 바랐나.
▶자가격리 중에 집에서 반응을 봤는데 너무 신기하고 소름이 돋았다. 관객들이 각자 생각하는 지점이 다 다르더라. 내 마음을 들켜버린 듯한 글도 있었고 생각지 못한 글도 있었다. 작품을 하면서 희열을 느낀 지점이다. '다 설명하지 않았는데 내 표정과 연기 만으로도 많은 서사를 만들어내는구나' 하고 그게 이 작품이 인기를 얻는 것보다 더 좋고 희열이 있는 것 같다. 무진이 마냥 극악무도한, 차가운 역할이었다면 안 했을 것 같다. 복잡하고 어려운 역할이지만 이걸 해냈을 때 관객분들이 해석해서 나오는 풍부함이 더 매력적이었고, 이 작품만의 또 다른 점이라 생각했다.
-'마이 네임'이 전 세계 시청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아시다시피 자가격리 중에 있다. 방 안에만 있어서 (반응을) 인터넷으로만 확인하고 나가지 못했다. 오늘 처음 나와서 기자님들 처음 봬서 반갑다. 사람이 이렇게 그리울 줄 몰랐다.(웃음) 시청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비결은 클리셰라고 생각한다. 언더커버 소재의 작품들이 클리셰가 없을 수가 없다. 언더커버라는 단어 자체가 클리셰 같다. 그걸 어떻게 새롭게 풀어내는지가 관건인데 여성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는 게 신선함으로 다가오지 않았을까. 최무진이 만약 아메리칸 사이코였다면 냉철하고 피도 눈물도 없이 직진하는, 흔들리지 않는 사이코였을 거다. 반면 코리안 사이코는 많이 흔들린다. 복합적인 감정을 갖고 있고 극악무도한 나쁜 놈이지만 상황마다 번민과 고뇌가 있고 왔다갔다 흔들리는 모습을 새롭게 보시지 않았나 한다.
-정말 재미있고 유머스러운 분으로 알고 있는데 유독 이런 무겁고 살벌한 배역을 맡을 때 작품이 더 잘 되는 것 같다. 그런 점이 아쉽지는 않나.
▶아쉽다. 아쉬움이 크다. 상업 영화에서 코믹하고 재밌는 영화에서 불렸으면 좋겠다. 많이 홍보해달라.(웃음)
마이네임 박희순/넷플릭스 © 뉴스1
-한소희 배우와 호흡은 어땠나.
▶한소희 배우가 캐스팅되고 나서 액션 연습을 먼저 하고 있단 얘길 들었다. 파주 근처 지나가다가 액션스쿨에 있길래 걱정도 되고 궁금하기도 하고 응원차 갔다. 찾아가기 전에는 우리가 봐왔던, TV에서 봤던 여리여리하고 CF에서 튀어나온 인물이라 생각했는데 깜짝 놀랐다. 훈련한지 열흘 됐다는데 복싱 폼이 이미 나와있더라. 남자도 열흘 해서 폼이 나오는 게 쉽지 않다. 운동 한번 안 해봤다는데, '얘가 사기를 치는 건가' 할 정도였다.(웃음) 얼굴에서 너무 행복하고 재밌어 하는 게 보이더라. 땀을 뻘뻘 흘리면서 땀에 젖어있는데 너무 예뻐보였다. 그 이후에도 소희가 얼굴이 예쁘다 생각한 적은 없었다. 연기가, 마음 씀씀이가 너무 예뻤다.
-한소희 배우를 비롯해 다른 배우들과 팀워크도 돋보였다.
▶다 남자고 여자 한명이었다. 캐릭터마다 배우들마다 성격이 다 달랐다. 안보현 배우는 교회 오빠가 아닌 '운동 오빠'다. 가장 성실하고 진득하게 잘하고 리더십있는 친구다. 운동이나 훈련에선 보현이가 이끄는 리더가 돼줬다. 방법, 식단도 우리한테 보내줬다. 리더십이 있고 진짜 오빠, 형 같다. 동갑이면서도 형 같은 느낌이다. 거기에 한소희 배우는 독특한 매력이 있다. 친남매처럼 반말도 하고 서로 붙어 싸우기도 하고, 그게 너무 예뻐보이고 좋아보였다. 각자 집에도 한번씩 가봤던 것 같다.
-최무진의 지우에 대한 감정은 어떤 것이었을까.
▶친구 딸인데 내가 죽인 친구의 딸이다. 수많은 감정들이 다 깔려 있기 때문에 최무진은 자기도 자기 감정을 잘 모를 것 같다. 친구에게 배신당한 복수를 위해 시작했지만 그 과정 속에서 흔들리고 있고, 또 넘지 말아야 할 선을 자꾸 넘으려 하고 이런 것들이 단순한 복수가 아니라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만드는 주요 원인인 것 같다. 그래서 연기할 때 두 가지를 생각했다. 진실된 거짓, 거짓된 진실에 대한 생각을 갖고 연기했다. 그래서 지우도 헷갈리고 최무진 자신도 헷갈리는 거다.
-최무진의 부하로 있었던 장률, 이학주 배우의 캐릭터도 인상깊었는데 두 배우와 호흡은 어땠나.
▶연기하는 데 있어서 서로 불편함이 하나도 없었다. 장률 배우 같은 경우는 연기로는 유명한 배우이고, 어떻게 그런 연기를 했는지 싶더라. 폭발적이었다. 제작보고회 때 이 작품이 인기를 끌게 되면 장률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는데 그걸 여러분이 확인하셔서 뿌듯하다. 이학주 배우는 아직 1도 보여주지 않았다. 그의 매력은 무궁무진하다. 까도까도 너무 매력 있는 배우라서 어떤 감독이 이걸 먼저 캐치해서 떠오를지 아주 기대가 된다. 어떤 장르를 해도 다 잘할 것 같다. 그리고 너무 재밌다. 내가 딱 좋아하는 유머 스타일이다. 이렇게 돌려차기를 잘하는 배우가 있을까 싶을 정도다.
-무진과 지우의 마지막 회에서 액션 신이 인상깊은데 힘들었던 점은.
▶입구에서부터 복도까지 촬영을 했는데 지우가 지치듯 소희도 엄청 지쳤다. 이 친구가 다칠까봐 정말 조마조마했다. 훈련해온 소희에 대한 믿음이 있기 때문에 전력을 다한다 하더라도 크게 다치지 않게끔 하려 노력했는데 온몸이 지쳐있는 데다 감정이 올라와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서로 너무 힘들었다. 액션만 하면 되는데 감정이 올라와 있어서 더 힘들었다.
마이네임 박희순/넷플릭스 © 뉴스1
-'마이 네임'은 여성 주인공 원톱 드라마로 알려져 있는데, 선뜻 출연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그리고 주로 영화에 출연했는데 드라마를 선택한 이유는.
▶저는 여자 원톱 서브 전문이다.(웃음) '세븐 데이즈'로 시작해서 '마이 네임'까지, 여성을 돋보이게 하는 데 일가견이 있고 좋아한다. 이 작품이 시리즈 드라마가 아니라 영화였으면, 최무진의 모습을 다 보여주지 못했을 것 같다. 또 이렇게 강인한 모습과 감정, 이 서사를 영화처럼 압축해서 보여줬을 때와 달리 긴 시리즈로 풀었을 때 다른 모습들을 보여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더 끌렸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생각이 맞는 것 같다.
-영화 '마녀'에 이어서 액션 연기를 했는데 어떻게 준비를 했나. '마녀' 때와 다른 점이 있었다면 무엇인지 궁금하다.
▶끊임없이 작을 품하면서 액션이 조금이라도 없었던 작품이 없다. 꾸준히 액션을 해왔는데 영화가 아닌 드라마에서 하는 건 처음이었다. 분량도 영화보다 많았다. 이전에는 2주 정도 액션스쿨 가서 훈련을 하고 촬영에 임했는데 이번엔 너무 분량도 많아서 훈련을 두달 정도 했었다. 동료 배우들과 액션스쿨에서 훈련하고 움직였던 과정이 이 작품의 힘인 것 같다. 그래서 작품에 들어갔을 때보다 촬영 전부터 벌써 돈독함이 생겼었다. 액션도 합이 충분히 맞춰진 상태에서 했었기 때문에 큰 부상 없이 해냈다. 물론 작은 부상은 말할 것도 없이 많았지만 우리가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의 부상들이었기 때문에 잘 극복할 수 있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을 꼽아준다면,
▶장례식장 장면이었다. 무진이 나쁜 인물이지만 복합적인 감정이 있었다. 배신감 때문에 갖고 있는 분노, 슬픔과 가장 좋아하고 아꼈던 친구를 죽인 죄책감 이런 것들이 복합적으로 갖고 있어서 연기하기 힘들었다. 복합적인 과정을 꾹 누르면서 연기를 하는데 장례식 장면에서 한소희 배우와 처음 연기를 했다. 처음에는 한소희 배우를 보지 않고 나가는데 감독님이 '한 번도 안 보냐'며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하시더라. 안 보고 연기하다가 한소희 배우의 얼굴을 한번 봤다. 한소희의 얼굴이 너무나 슬퍼 보여서 순간 최무진이 아니라 박희순이 됐다. 눈물이 막 쏟아지고 대사를 못할 정도가 돼서 결국 NG를 내고 10분 동안 울었다. 그 감정이 있었기 때문에 처음부터 끝까지 연기를 할 수 있었다. 그때 '나는 감정을 표현하지 않는다'부터 시작해서 악해보일 수 있었고 흔들림 없는 모습이 나타날 수 있었다.
-'마이 네임' 속 최무진이 섹시하다는 반응도 많다. 슈트 패션도 화제였다.
▶평소에 섹시하단 얘기를 많이 들었다면 떳떳하게 얘길 하겠는데 전혀 그런 얘길 듣지 않다가 유독 이 작품에서 많이 들었다.(웃음) 그건 작가님이 써주신 최무진의 매력이 큰 몫을 한 것 같다. 감독님의 프로젝트가 있었다. 나중에 스태프를 통해 들은 얘긴데 감독님께서 '무조건 최무진이 멋있고 섹시해야 한다'며 '어떤 돈이 들어가도 좋으니 섹시하고 멋있게 만들라'고 하셨다고 하더라. 의상, 분장도 저와 작업을 해봤던 친구들이라 나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장점을 잘 알고 있다. 슈트를 전부 맞췄는데 어깨가 삐뚤어진 것도 알아서 패드를 대고 보정도 해줬다. 그래서 내 몸에 안 맞을 수가 없었다. 과거 장면에선 수염이 없었는데 현재 와선 수염을 길렀으면 좋겠다 하셨는데 쉽지 않더라. 오로지 배우 한명만을 위해 수염 분장사가 온다는 건 제작비 문제가 있고 고민이 됐을 수도 있는데 감독님께서 자신있게 '내가 한 회차 줄여줄 테니 (분장사) 쓰라'고 하시더라. 그 말에 분장 실장님이 감동하셨다고 들었다.
마이네임 박희순/넷플릭스 © 뉴스1
-아내인 박예진 배우도 '마이 네임'을 함께 봤나.
▶박예진씨는 작품을 보면서 어느 순간 동천파가 돼서 저를 응원하더라.(웃음)
-'마이 네임'을 통해 박희순 배우의 강렬한 카리스마가 더 각인될 것 같다. 앞으로 더 강렬한 배역이 많이 들어올 것도 같은데 바라는 점이 있다면.
▶'마이 네임'을 하면서 소망이 하나 생겼다. 내 이름을 찾았으면 좋겠다.(웃음) 저를 좋아하시는 분들도 저를 '박휘순'(개그맨)으로 알고 있는 분들이 있다. '마이 네임 이즈 박희순'인데, 박휘순으로 알고 있는 분들이 계시다.(웃음) 소망이 있다면 관심과 사랑도 좋지만 내 이름을 찾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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