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국제회계기준제도(IFRS17) 도입 등을 앞두고 보험계리사에 대한 몸값이 치솟고 있다. 보험사들은 부족한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공격적인 채용에 나섰다./사진=이미지투데이
#. 중견 공인회계법인에 다니고 있는 A씨는 얼마 전 한 생명보험사 인사담당자로부터 비공식적으로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다. 2023년 새 국제회계제도(IFRS17) 도입을 앞두고 별도의 계리사 조직을 꾸리고 있는데 이직할 의사가 없냐는 것이었다.
현재 근무 중인 직장으로 옮긴지 1년이 채되지 않아 망설이던 A씨. 이튿날 생명보험사 인사담당자로부터 현재 받는 연봉의 1.5배 이상을 제공하겠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직을 결심한다.
2023년 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 시행을 앞두고 보험사들이 또 다시 계리사 모집에 열을 올리고 있다.
보험계리사는 보험 관련 회계 전문가를 말한다. 보험부채 시가평가를 골자로 한 IFRS17 도입과 자본 변동성 확대 등 위험 요인을 반영한 K-ICS 시행을 앞두고 보험료와 책임준비금을 산출하는 보험계리사의 역할은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2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내년 새국제회계제도(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 도입에 대응하기 위해 보험사들이 중장기적 성장과 리스크 관리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화재, 교보생명 등 대형 보험사들은 1월 초 수시 채용을 통해 계리사를 확보했으며 나머지 보험사들도 상반기 중 계리사 채용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조영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새로운 보험회계가 시행되는 2023년부터는 회계정보에 보험회사의 실질적 성과와 리스크가 드러나게 된다"며 "현행 보험회계는 보험사의 경제적 실질을 제대로 나타내지 못하며 이에 외부 이해관계자들이 보험회사의 실질적 성과나 리스크를 알기 어렵고 보험회사가 중장기적 성과에 기반한 가치 제고보다는 과도한 리스크를 추구할 유인이 존재했다"고 지적했다.
새로운 보험회계는 부채를 시가평가하고 발생주의를 원칙으로 수익-비용을 전체 보험기간 동안 인식하기 때문에 보험회사의 경제적 실질을 반영한 정보를 제공하게 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1년 상반기 국내 보험사 소속의 보험계리사는 1114명으로 2020년 상반기 1057명과 비교해 57명(5.4%) 증가했다. 2021년 손해보험사 소속 보험계리사는 508명으로 2020년 477명보다 31명(6.5%) 많아졌다.
2010년대 초반 500명대에 불과했던 국내 보험사 소속 보험계리사 수는 지난 2014년 951명에 들어서며 최초로 900명대에 진입했다. 이후 2015년 907명, 2016년 916명, 2017년 920명, 2018년 976명 등 한동안 900명대에서 맴돌았고 2019년 1026명으로 1000명대 돌파에 성공했다. 2020년 경우 1100명대를 돌파하며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보험업계는 보험 부채 평가가 원가 기준에서 시가 기준으로 바뀌는 IFRS17 준비를 위해선 계리사 3000명 이상이 필요하다고 본다. 현재 공급이 수요의 절반밖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보험사들은 경험이 많은 베테랑 계리사를 웃돈을 주고 스카우트하는 경우가 빈번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신입사원 채용 시 계리사 자격증 보유자는 별도로 뽑고 있으며 기존 직원들에 대해서도 계리사 자격증 취득을 독려하고 있다.
이에 금융당국은 보험계리사 인력난 해소로 보험업계의 숨통을 트여주기 위해 시험 기준 완화를 예고했다. 당국은 내년부터 2차 시험에서 60점 이상을 얻은 과목은 그해부터 5년 동안은 합격으로 인정하고, 1차 시험을 면제하는 대상도 늘리기로 했다.
김규동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과거에는 표준위험률·이율을 이용해 보험료를 산출해 보험계리사의 역할이 제한적이었지만, 보험가격 자유화 이후 다양한 보험요율 산출, 정교한 지급여력 산출방식 도입, IFRS17 도입 등으로 보험계리사의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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