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톤/IST엔터테인먼트 제공 © 뉴스1

(서울=뉴스1) 고승아 기자 = 최근 K팝 팬덤 사이에서는 '앨범깡'이라는 문화가 급격히 퍼졌다. '앨범깡'은 팬들이 음반에 함께 제공되는 랜덤 포토카드 중 원하는 사진을 얻거나, 팬사인회 당첨 확률을 높이기 위해 대량으로 음반을 구매하는 것을 말한다. 특히 팬사인회의 경우 구매량에 따라 당첨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일부 팬들이 수십, 수백 장을 산 뒤 멀쩡한 앨범을 무더기로 버리는 모습이 목격되면서 이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오기 시작했다.
이처럼 무리한 앨범 구매와 환경 문제를 지적하는 의견들이 K팝 신 내부에서 지속적으로 나온 가운데, 지난달 그룹 빅톤이 선보인 플랫폼 앨범이 이목을 끌었다. 빅톤의 세 번째 싱글 음반 '크로노그래프'는 일반적인 실물 앨범 2종과 함께 '플랫폼 앨범' 형태로 함께 출시한 것. 플랫폼 앨범은 실물 앨범에서 제공되는 CD, 앨범 상자, 화보책, 트릴로지 카드, 팝업카드, 포스터 등을 제외한 포토카드만 실물로 따로 받을 수 있고, CD 대신 특정 앱애서 들을 수 있는 온라인 앨범 형태를 띤다.

특히 플랫폼 음반은 원하는 포토카드만 받을 수 있으면서도, 동시에 노래는 특정 애플리케이션에서 들을 수 있는 '앨범'의 기능도 유지했다는 점에서 K팝 팬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버려지는 앨범에 따른 환경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원하던 포토카드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공감대를 형성한 것이다.


빅톤 소속사 IST엔터테인먼트 측은 뉴스1에 플랫폼 음반을 준비한 이유에 대해 "사인회 이후 처분되거나 반품되는 앨범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이는 저희뿐만 아닌 모든 엔터사들의 고민이었던 만큼 대안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해 진행하게 됐다"라며 "최근 CD로 음악을 듣는 대중들이 점차 줄어드는 추세기 때문에 조금 더 쉽고 가볍게 대중들이 음반을 접하고, 소유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지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런 한편 실물 포토카드에 대한 팬들의 니즈도 큰 고려사항이었고, 앞으로 발매할 앨범 형태에 대해서도 내부적으로 많은 고민을 하여 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IST 측은 빅톤에 이어 에이핑크가 오는 14일 발표하는 10주년 스페셜 앨범 '혼'(HORN)도 플랫폼 앨범으로 함께 출시한다.


더불어 빅톤의 플랫폼 앨범을 판매한 뮤직 플랫폼 '1Takes' 측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 관계자는 뉴스1에 "빅톤의 플랫폼 앨범 접속자, 구매자 수가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라며 "앞으로 1~2달 이내에 환경문제에 인식을 같이하는 팬들과 아티스트들이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며, 우리 플랫폼 앨범이 차세대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주류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플랫폼 앨범이 기존 앨범과 마찬가지로 똑같이 앨범 판매량으로 집계된다는 점도 호응을 얻었다. 1Takes 관계자는 앨범 판매량을 집계하는 가온 및 한터 차트 등의 반응에 대한 물음에 "가온차트와 한터차트도 K팝의 환경문제에 큰 고민을 하고 있었으나, 대안으로 지금까지 나온 타 솔루션들이 앨범의 구성 요건을 일부 충족하지 않거나 시장성이 없던 차에 우리 플랫폼 앨범을 접했고 이에 대한 차세대 환경앨범으로서의 요건과 향후 시장성을 인정했다"라며 "향후 플랫폼 앨범이 세계적 앨범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에 대한 기대감도 보였다"고 설명했다.

트레저© 뉴스1

플랫폼 앨범 이외에도 환경 문제에 대한 목소리에 적극 공감한 연예계 소속사들은 친환경 앨범을 선보이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청하를 비롯해 송민호, 트레저 등은 자신들의 음반을 친환경 소재로 제작해 선보였다. 블랙핑크도 데뷔 5주년 MD를 친환경 소재로 제작해 눈길을 끌었다.
청하는 지난해 2월 정규 1집 '케렌시아'를 제작하며 환경 문제에 신경 썼다며 "이슈가 되는 문제라 친환경 종이로 만들었다, 포토카드는 찢어지면 안 되기 때문에 그것만 제외하고는 모두 친환경 종이로 구성하려고 노력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YG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부터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YG에 따르면 트레저가 오는 15일 발표할 새 앨범 '더 세컨드 스텝 : 챕터 원'도 친환경 소재로 구성된다. 이 앨범은 극히 일부 구성을 제외하고 환경 보호 소재로 제작, 인쇄물은 산림관리협회(FSC) 인증을 받은 용지와 저탄소 친환경 용지 및 콩기름 잉크, 환경보호 코팅으로 제작됐다. 새 앨범의 키트 버전 음반 역시 산림관리협회 인증 100% 재생 용지와 생분해 플라스틱(PLA)이 사용됐고, 포장비닐은 옥수수 전분에서 추출한 원료로 만든 친환경 수지를 활용했다.

이에 대해 YG 측은 앞서 "그간 환경 문제에 큰 관심을 갖고 다각적 변화를 꾀해 왔다"라며 "플라스틱과 비닐 사용을 최대한 줄이고자 여러 협력업체들과 머리를 맞댔고, 그 고민의 결과를 차근차근 실현해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K팝 신에서 앨범과 친환경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IST 측 관계자는 뉴스1에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많은 엔터사들이 버려지는 앨범과 환경 문제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쏟고 있고 심도 깊은 논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실물 앨범의 재질을 고려한다거나 플랫폼 앨범처럼 점차 여러 형태의 앨범들로 진화하게 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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