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전용 할부금융상품을 운용하는 파이낸셜업체는 모두 해외 본사 등 현지 법인의 지배를 받고 있다. 사진은 서울시내 한 벤츠 전시장. /사진=뉴시스
▶기사 게재 순서
①잘 팔리는 수입차, 돈 버는 주머니 따로
②수입차 할부금융 주무르는 손, 모두 해외 법인
③수입차 구매, 직접 상담해보니… "현혹되지 마세요"
국내에서 전용 할부금융상품을 운용하는 수입차업체는 모두 해외 본사 등 현지 법인의 지배를 받는다. 국내에 할부금융상품 관련 법인을 세운 수입차 업체들은 해외 본사 등 지배기업에게 저리로 자금을 빌려 국내에 들여온 뒤 수입차를 구매하려는 소비자를 상대로 고금리 할부장사를 해 고수익을 올린다. 여기서 거둔 수익은 다시 자금을 빌려 준 해외로 빠져나가며 국내 수입차업계를 쥐락펴락한다. 이들은 매년 수 백억원의 이자 수익도 거두며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국산차업계보다 2배 높은 이자율
수입차 업체의 전속 금융업체까지 두고 고금리 장사를 하는 이유는 말 그대로 돈이 되기 때문이다. 최근의 국내 자동차시장은 현대자동차·기아 등 국산차만 타던 시절은 이미 지난 지 오래다. 게다가 다양한 업체의 수입차가 다양한 가격대로 형성돼 소비자 입맛에 따라 선택하기 더 수월해졌다. 비싼 수입차 구매를 과시의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성향이 짙어진 시대상도 이 같은 대중화 확산에 힘을 보탰다.

시대가 바뀌고 수입차의 대중성이 확대되며 구매의 문턱도 낮아졌지만 그 이면에는 이른바 '카푸어'를 양산하는 수입차 할부금융업체의 미끼가 숨어 있다. 이들은 소비자의 다양한 입맛을 공략한다는 명분을 앞세워 전용 할부금융상품으로 구매를 유도한다. 수입차 업체와 차종별로 다르지만 대체로 차를 팔 때 선수금 1000만원 기준 연간 5%~10% 수준의 고금리가 책정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입차업체들은 고객이 할부로 차 구매를 원할 경우 관계사인 전용 할부금융업체를 연결시켜준다. 고객이 선수금이 있으면 이를 뺀 나머지 금액을 전용 할부금융업체를 통해 빌려 내도록 유도한다. 이후 고객은 이 업체에서 높은 금리의 이자와 함께 원금을 갚게 된다. 차를 살 때는 싸게 사는 것 같지만 결국 돈을 더 부담해야하는 구조다.

국산차 업체들이 한국은행 기준금리에 따라 할부금리를 변동시키는 것과 달리 수입차 업체는 할부금리를 변동시키지 않고 자체 기준으로만 운용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최근 수입차 구매 상담을 받은 한 소비자는 "모 수입차업체에서 전용 할부금융상품을 이용하면 출고 일정을 앞당겨 줄 수 있다는 제안도 받은 적 있다"며 "살 때는 싼 값에 사는 것 같지만 꼼꼼히 따져보면 결국은 차 가격에 수 백만원을 더 부담해야 하는 구조라 제안을 거절했다"고 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수입차 업체들의 전용 할부금융상품은 국산차 업체들보다 최대 2배 이상 비싸 폭리 수준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수입차 전용 할부금융상품을 운용하는 파이낸셜업체는 모두 해외 법인 등의 지배를 받고 있다. 사진은 서울시내 한 아우디 전시장. /사진=뉴스1
수입차 할부금융 뒤에 숨겨진 힘 '해외법인'
'고금리 이자놀이' 라는 비판을 받는 수입차 전용 할부금융업체는 모두 해외 법인의 지배를 받고 있다. 이들은 해외 법인으로부터 저리로 자금을 융통 받아 국내 소비자에게 고금리로 차를 계약하게 유도한 뒤 여기서 거둔 수익은 다시 해외 법인으로 되갚는 구조다. 국내 수입차 전용 할부금융업체의 막대한 수익을 책임지는 든든한 배후인 만큼 이들을 거느린 각 해외 법인들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메르세데스-벤츠 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벤츠 파이낸셜)는 2002년 9월 설립됐다. 최대주주는 지분 80%를 보유한 독일 소재 '메르세데스벤츠아시아 GMBH'이고 나머지 20%는 홍콩계 딜러사 스타오토홀딩스가 갖고 있다.

벤츠파이낸셜은 과거부터 운영자금 주요 융통 수단으로 해외법인의 차입금을 활용했다. 차입금은 외부 금융사 외에 해외에 소재한 특수관계자를 통해 매해 수 천억원을 조달했다.

'메르세데스벤츠아시아 GMBH'를 소유한 독일 다임러 AG가 자금 대여에 중요한 역할을 맡았고 2019년부터는 그룹 내 조직 변경을 기점으로 네덜란드 소재 특수관계법인 다임러인터내셔널파이낸스를 설립, 관계사들에게 본사 차입금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총 차입금 규모는 약 9700억원이며 이자율은 약 1.10~1.88%다.

2001년 7월에 설립된 BMW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BMW 파이낸셜)도 본사 등 특수관계자를 활용해 운영자금을 마련한다. 차입금 규모가 가장 큰 곳은 BMW 파이낸셜의 지분 100%를 소유한 네덜란드법인(BMW Holding B.V)이다. BMW파이낸셜은 최상위 지배회사인 BMW홀딩스B.V.로부터 지난해 차입금 2조4735억원을 0.10~0.56% 저금리로 끌어왔다.

2010년 7월 설립돼 1년여의 준비기간을 거쳐 2011년 9월부터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한 폭스바겐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폭스바겐 파이낸셜)도 지분 100%를 보유한 최상위 지배회사인 폭스바겐파이낸셜서비스AG로부터 자금을 조달한다. 폭스바겐파이낸셜의 지난해 차입 부채는 1조3267억원이며 이자율은 1.9%대다.

이밖에 벤츠·포르쉐·람보르기니 등을 품은 말레이시아 화교계 라우 가문이 최대주주인 레이싱홍도 국내 수입차업체에 거미줄 지배력을 구사함과 동시에 전용 할부금융업체에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