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겸 작곡가 유희열이 22일 '유스케' 방송을 끝으로 하차한다. 사진은 지난 2020년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KBS '유희열의 스케치북' 방송 녹화를 위해 출근하는 유희열. /사진=뉴스1
유희열이 표절 논란을 겪으며 하차 요구가 빗발쳤던 KBS2 음악 프로그램 '유희열의 스케치북'이 600회를 끝으로 막을 내린다.
22일 방송을 끝으로 폐지되는 '유희열의 스케치북'은 2009년부터 방송된 KBS 간판 음악 프로그램으로 대중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인디밴드와 실펵파 아이돌, 여러 뮤지션을 꾸준히 섭외하며 음악과 세계관을 대중에게 알리는 매개체로서 큰 역할을 했다. 즉석 라이브 연주와 함께하는 가수들의 멋진 퍼포먼스, 유희열의 입담까지 오롯이 음악에만 집중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대중들의 사랑을 받았다.

지난 1992년 론칭된 '노영심의 작은 음악회'를 시작으로 '이문세쇼', '이소라의 프로포즈', '윤도현의 러브레터', '이하나의 페퍼민트', '유희열의 스케치북'까지 20년 이상 KBS 정통 음악 프로그램의 명맥을 이어가며 '스케치북'이 그 징검다리 역할을 해왔기에 '스케치북'의 폐지는 아쉬움을 남긴다.


10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유희열은 "제작비 문제, 경쟁성 등으로 위기가 많았다. 그때 예능국에 계신 감독님들이 이 프로그램은 지켜야 한다고 해서 유지됐다. 뮤지션들도 우리 프로그램을 소중하게 대해준다. 아직까지도 중요한 존재로 바라봐주셔서 지금까지 지켜진 게 아닐까 한다. 감사하다"고 전한 바 있다.

그런 유희열이었기에 이번 표절논란 사태는 대중에게 더욱 실망감을 안겼다. 앞서 유희열이 발매한 '아주 사적인 밤'이 일본 영화음악의 거장 사카모토 류이치의 '아쿠아'(Aqua)와 유사하다는 의견과 함께 지난달 14일 "긴 시간 가장 영향 받고 존경한 뮤지션이기에 무의식 중에 기억 속에 남아 있던 유사한 진행 방식으로 곡을 쓰게 됐다"며 표절을 사실상 인정했다.

원곡자인 사카모토 류이치는 "두 곡 사이 유사성은 있으나 '아쿠아'를 보호하기 위한 법적 조치가 필요한 수준이라고는 볼 수 없다"고 유희열을 옹호해 표절 의혹은 일단락됐지만 또 다른 표절 의혹이 잇달아 불거졌다. 표절 논란과 더불어 유희열의 방송하차 요구가 계속해서 빗발치자 KBS가 결단을 내린 것이다. 이로써 '유희열의 스케치북'의 여정은 13년3개월에서 멈추게 됐다.


'유희열의 스케치북' 제작진은 지난 18일 "유희열씨가 프로그램에서 하차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고 이에 KBS는 하차 의사를 받아들이기로 했다"며 "섭외와 방청 신청이 완료된 7월22일 방송분까지 정상 방송하고 이후부터는 방송을 중단할 예정"이라고 알렸다.

KBS 제작진은 "유희열씨가 밝힌 프로그램 하차 의사는 진심으로 KBS와 제작진, 시청자 여러분께 어떤 선택이 옳은 것인지 심사숙고해 내린 결심이라고 판단했으며 그의 의사를 존중하기로 결정했다"면서 "유희열의 스케치북은 지난 13년간 음악이 꿈인 분들에게, 음악을 사랑하는 분들에게 언제나 힘이 되고 즐거움을 전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전했다.

오랜 시간 사랑받는 싱어송라이터로 대중과 호흡했던 유희열의 음악에 이번 표절논란은 치명타가 됐다. 그동안 발표했던 곡들이 대거 표절 이 의심된다며 도마 위에 오르고 비난의 불씨가 사그라들지 않자 대표 프로그램을 떠나는 선택을 한 유희열. 그의 다음 행보가 어떻게 될 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