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의 한국은행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사진=임한별 기자
오는 12일 한국은행이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하는 가운데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금리인상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제 시장의 눈길은 인상 폭에 쏠린다. 이창용 총재는 그동안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올리는 '점진적 인상'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었지만 지난달 미국이 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스텝'을 밟자 통화정책 속도의 전환을 시사했다. 금융권에서는 이달 금통위에서 한은이 '빅스텝'(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할 것이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7일 이 총재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한은 국정감사에 출석한 뒤 모두발언을 통해 "고물가 상황 고착을 방지하기 위해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은은 오는 12일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한다. 금융권에서는 한은이 '빅스텝'을 단행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고물가 상황이 지속되고 있고 지난달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기존 2.25~2.50%에서 3.00~3.25%로 0.75%포인트 인상했기 때문이다.

특히 이창용 총재는 그동안 '점진적 금리인상'을 강조했지만 연준의 금리인상 직후 "금리인상의 전제 조건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차가 커지면 외국인 투자자금이 이탈될 수 있는 만큼 한은이 연준의 금리인상 속도에 발을 맞출 가능성이 커졌다.

다만 기준금리를 한 번에 0.25%포인트 올리는 '베이비스텝'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기준금리 인상은 대출금리 인상으로 이어져 서민들의 이자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자부담이 늘어나면 소비가 줄고 경기가 위축될 수 있다.


한은이 이번 금통위에서 빅스텝을 단행할 경우 가계부채 이자만 54조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김회재(더불어민주당·전남 여수시을) 의원이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 기준금리가 현재 연 2.5%에서 3.0%로 0.5%포인트 인상될 경우 가구 전체 이자부담은 54조2063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자영업자 가구의 가계부채 이자는 17조5263억원 수준이다.

이는 대출금리가 기준금리 인상폭만큼 오르고 변동금리 비중이 전체 가계대출의 74.2%라고 전제해 추산한 값이다. 자영업자 가구는 가구주의 종사상 지위가 자영업자인 경우로 한정했다.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0.5%)이었던 지난해 3월 말 기준 가계부채 이자액은 39조6228억원, 같은 기간 자영업자 가구의 이자액은 12조8111억원으로 집계됐다. 만약 이달 금통위에서 기준금리가 3.0%로 인상되면 가구가 부담해야 할 가계부채 이자는 14조5835억원 늘어난다.

이 총재는 "향후 기준금리 인상의 폭과 시기는 주요국 통화정책 기조, 지정학적 리스크 등 대외여건의 변화가 국내 물가와 성장 흐름, 금융·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결정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