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 간 법적 분쟁으로 시작된 '망 사용료' 문제가 통신업계와 글로벌 빅테크 사이의 전면전으로 번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미국 뉴욕시 맨하탄의 구글 스토어 모습. /사진=로이터
① "이대론 안 된다"…통신사, 망사용료 전쟁 '전면전' 돌입
② 위기에 빠진 망사용료법…국회도 '설왕설래'
③ 망사용료, 해법은 어디에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가 법적 공방을 벌여오던 '망 사용료' 전쟁이 글로벌 콘텐츠제공사업자(CP) 구글의 가세로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정치권에서 '망 무임승차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일부 개정안) 논의가 본격화되자 다급해진 글로벌 CP 기업들이 자신들의 영향력을 활용, 망 무임승차 방지법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조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신사들은 단일 대오를 갖추고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한 전면전에 돌입했다. 현 상황을 방관하면 애써 가꿔온 통신망 인프라를 그대로 해외 CP들에게 내줄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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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 간 망 사용료 전쟁... 구글 가세로 확대 양상 ━
망 사용료 이슈는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가 신경전을 벌인 회사 차원의 문제였다. 하지만 구글의 가세로 전 국민적 이슈로 부상했다. /사진=로이터
지난 3년 동안 양사의 갈등에 그쳤던 망 사용료 갈등은 국회가 망 무임승차 방지법을 발의하면서 국내 통신업계와 글로벌 빅테크 간 대립 구도로 번졌다. 해당 법안은 넷플릭스, 구글같은 일정 규모 이상 CP가 SK브로드밴드 등 국내 인터넷제공사업자(ISP)에 망 사용료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구글은 자사 최대 플랫폼 '유튜브'를 통해 '망 무임승차 방지법'이 국회 문턱을 넘으면 크리에이터(유튜버)에게 불이익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한국에서 사업 운영 방식까지 변경할 수 있다고 엄포를 놨다.
거텀 아넌드 유튜브 아태지역 총괄 부사장은 지난 9월20일 유튜브 코리아 공식 블로그를 통해 "망 이용료는 콘텐츠 플랫폼과 국내 창작자들에게 불이익을 주면서 인터넷 서비스 제공 업체만 이익을 챙길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공정하지 않고 추가 비용은 결과적으로 콘텐츠를 제공하는 기업 및 유튜버에게 불이익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크리에이터들까지 동원해 입법 반대 서명 운동을 펼치며 국회를 압박하고 있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이러한 주장을 홍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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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감 느낀 통신사, 공동 전선 구축해 총력 대응━
구글의 여론전에 위기감을 느낀 통신업계는 공동 전선을 구축, 대응에 나섰다. 사진은 10월12일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와 통신 3사의 망 사용료 관련 기자간담회. /사진=뉴스1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와 국내 통신 3사(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KT)는 지난 10월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콘퍼런스센터에서 '망 무임승차하는 글로벌 빅테크 이대로 괜찮은가?'를 주제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행사엔 윤상필 KTOA 실장을 포함해 박철호 KT 상무, 김영수 LG유플러스 담당, 김성진 SK브로드밴드 실장 등 국내 ISP 3사 담당자들이 참석했다.
KTOA는 당시 설명회에서 '망 사용료 법'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는 데 힘을 쏟았다. KTOA와 통신 3사는 "글로벌 빅테크들의 인터넷 무임승차를 이대로 방치하면, 국내 인터넷 생태계에 '공유지의 비극'이 발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유지의 비극은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공공자원은 이용자들이 남용해 빠르게 고갈될 수 있다는 이론이다. 국내에서 발생하는 인터넷 트래픽에서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구글과 넷플릭스 등 글로벌 CP가 망 사용료를 지불하지 않으면 인터넷 망의 유지·관리 의무를 담당하고 있는 ISP도 한계에 직면할 것이란 우려다.
KTOA는 "중요한 법안인 만큼 찬반 논의는 당연하지만, 글로벌 빅테크들은 거짓 정보를 유포하거나 이용자를 볼모로 여론을 왜곡하고 있다"며 "이를 중지하고, 앞으로는 사실관계에 기반한 내용으로 입법이 논의되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통신업계가 망 이용대가 전쟁에서 공세적으로 나선 이유는 구글 등 글로벌 CP들이 여론전을 바탕으로 망 사용료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면 통신사들의 성장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현재 국내 통신사와 직접 연결하고, 망 사용료를 지불하지 않는 기업은 구글과 넷플릭스뿐이지만 이들이 망 이용대가 미지급의 정당성을 확보하면 망 사용료를 부담하고 있던 기존 기업들이 잇따라 이탈 수 있다는 우려다.
글로벌 CP들이 향후 망 이용대가를 내지 않아도 된다면 공들여 조성한 통신 인프라를 공짜로 내주는 셈이다. 통신업계는 구글의 여론전으로 망 무임승차 방지법의 취지가 훼손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도 영향을 미치는 사안인 만큼 단순한 글로벌 CP와 통신사 사이 갈등으로 이 문제를 바라봐선 안 된다"며 "궁극적으로 시장 경쟁을 활성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 고민을 이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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