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대출이 5대 은행에서만 이달 9조원 가까이 급증했다. 사진은 서울 시내의 한 은행 창구의 모습./사진=뉴스1
이달 한 달에만 시중 5대 은행의 기업대출이 9조원 가까이 급증했다. 레고랜드 사태로 회사채 시장이 얼어붙자 자금 조달이 필요한 기업들이 은행 문을 두드리고 있는 것이다.
이중 대기업은 6조원가량 은행 대출을 받았는데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기 시작한 지난 2020년 3월 이후 최대 증가 폭이다.

31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지난 27일 기준 703조7512억원으로 전월말(694조8990억원)에 비해 8조8522억원 늘었다.


여기서 두드러진 점은 대기업 대출이 크게 늘었다는 것이다. 같은 기간 대기업 대출 잔액은 100조4823억원에서 106조3415억원으로 5조8592억원 늘었다. 이같은 증가 폭은 전체 기업대출 증가액의 66%를 차지하는 동시에 2020년 3월(8조949억원) 이후 최대 수준이다.

이에 따라 올들어 지난 27일까지 5대 은행의 기업대출 증가액은 67조863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한 해 5대 은행의 기업대출 증가액(60조2596억원)을 7조원 이상 뛰어넘는 수준이다.

특히 이달 들어 기업대출이 급증한 것은 채권시장이 경색되면서 기업들이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자 은행 대출에 기댈 수밖에 없어서다.


여기에 금융당국은 최근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규제 비율 상향조정 조치를 6개월 미루고 한국은행은 적격담보증권의 대상을 늘려주면서 은행들은 기업대출 심사에 보다 완화적이었던 영향이 있었다.

하지만 일각에선 급증하는 기업 대출 급증에 따라 부실 위험도 커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19일 공개한 '2021년 기업경영분석'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이자보상비율이 100% 미만인 '한계기업' 비중은 40.5%로 역대 두 번째 기록을 세웠다.

최근 금리·물가·환율·원자재가격 상승과 경기둔화로 향후 한계기업의 비중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기업구조조정을 위한 제도적 뒷받침과 정책금융 지원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구정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채권은행의 기업 신용위험평가 체계상 한계기업의 증가는 기업구조조정 수요 증가로 연결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