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패션부문), 신세계인터내셔날, 한섬 등 주요 패션기업들이 수입 브랜드 도입에 적극적인 가운데 일각에서는 이들 기업의 수입 의존도를 지적하고 있다. /그래픽=강지호 기자
①콧대 높은 명품, '5초백' 소리 들어도 질주?
②"요즘엔 이게 대세"… 급부상 중인 '신명품'은?
③해외 브랜드 의존… 국내 패션기업 괜찮나
MZ세대를 중심으로 신명품이 급부상하면서 국내 패션업계가 가파른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 삼성물산(패션부문), 신세계인터내셔날, 한섬(현대백화점) 등 주요 패션기업들은 새로운 신명품 찾기에 주력하며 수입 패션 브랜드 모시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국내 패션업체들의 수입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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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류 수입액 10년간 2배 이상 '껑충'… 삼성물산, 매출 2조 코앞━
명품 판매가 급증하면서 의류 수입액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의류 수입액은 130억달러(약 16조원)다. 의류 수입액은 2018년 100억달러를 처음 돌파한 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2020년 96억달러로 주춤했다가 2021년 110억달러를 넘어섰다. 2012년 63억달러였던 점을 고려하면 10년간 2배 넘게 늘어난 셈이다.신명품을 수입하는 패션기업의 실적도 개선됐다. 10여년 전부터 해외 브랜드를 적극적으로 발굴해 국내에 소개해 온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대표적이다. 신명품 4대장으로 불리는 메종키츠네, 아미, 르메르, 톰브라운 등이 수년간 두 자릿수 이상 매출 신장률을 기록하며 코로나19와 경기 침체 속 독보적인 실적을 견인했다.
삼성물산은 신명품 4대장의 뒤를 이을 차세대 브랜드로 자크뮈스, 스튜디오 니콜슨, 가니를 내세우고 있다. 사진은 삼성물산이 전개하고 있는 글로벌 브랜드 스튜디오니콜슨(왼쪽)과 가니 화보 이미지. /사진=삼성물산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2015년 합병 이후 처음으로 매출 2조원 돌파를 앞두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매출은 ▲2018년 1조7594억원 ▲2019년 1조7321억원 ▲2020년 1조5455억원 ▲2021년 1조76690억원을 기록했다. 통상적으로 4분기가 성수기라는 점을 고려하면 지난해 매출 2조원 돌파가 유력하다.
삼성물산은 신명품 4대장의 뒤를 이을 차세대 브랜드로 자크뮈스, 스튜디오 니콜슨, 가니를 내세우고 있다. 프랑스 브랜드 자크뮈스는 지난해 초 롯데백화점 본점에 팝업 스토어를 오픈한 이후 같은 해 10월 현대백화점 무역점 3층에 첫 공식 매장을 열었다. 글로벌 브랜드 스튜디오 니콜슨은 지난해 9월 국내 첫 번째 단독 매장을 현대백화점 압구정점 3층에 오픈했고 같은 해 10월 코펜하겐 패션 브랜드 가니의 국내 첫 번째 단독 매장을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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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브랜드 라인 확대 '혈안'… 리스크 우려도 고개━
패션업계에서 가장 많은 해외 브랜드를 보유한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지난해 9월 여성 컨템포러리 브랜드 엔폴드를 국내 론칭하며 신명품 라인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엔폴드는 국내 정식 론칭 전부터 편집숍 내 매출 상위권에 오른 브랜드로 론칭 후 석달 동안 목표 매출의 200%를 넘게 달성하며 시장에 빠르게 안착했다.현대백화점그룹 계열 패션전문기업 한섬은 해외 패션 브랜드 포트폴리오 확대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지난해 8월 스웨덴 디자이너 브랜드 아워레가시를 론칭한데 이어 미국 디자이너 브랜드 가브리엘라 허스트와 베로니카 비어드, 그리고 스웨덴 패션브랜드 토템 등과 국내 독점 유통 계약을 체결하며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내년 하반기까지 해외 패션 브랜드 수를 두 배가량 늘려 20여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향후 5년 내 해외패션부문 매출 규모를 현재의 두 배가 넘는 1조원 대로 키운다는 구상이다.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패션전문기업 한섬은 지난해 8월 스웨덴 디자이너 브랜드 아워레가시를 론칭한데 이어 미국 디자이너 브랜드 가브리엘라 허스트를 전개하고 있다. 사진은 가브리엘라 허스트 화보 이미지. /사진=한섬
실제로 2011년부터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국내 독점 판매 계약을 맺어온 톰브라운은 오는 7월 톰브라운 코리아를 설립하고 국내에 직진출한다. 2012년부터 신세계인터내셔날과 국내 수입·유통을 맡아왔던 프랑스 명품 브랜드 셀린느도 계약이 종료되자 올해 국내 시장에 직접 진출했다. 지방시와 몽클레르, 돌체앤가바나도 같은 사례다.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국내 패션업체들이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자체 브랜드 육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신세계인터내셔날의 경우 지난해 수입 패션 부문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9% 증가한 반면 자체 패션 부문 매출액은 -9%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수입 브랜드가 당장 눈앞의 수익을 보장해 줄 수는 있겠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자체 브랜드를 키워야 한다"며 "효자 브랜드로 만들기까지 많은 시간과 투자가 필요하겠지만 성공한다면 수익성 확보에 더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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