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 미지급 등을 이유로 일부 SK온 직원들이 이직을 시도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사진은 서울 종로구 SK 서린빌딩. /사진=SK이노베이션 제공
SK온의 성과급이 0%로 결정됐다. 경쟁사들이 직원들에게 월급의 수백 퍼센트 정도를 성과급으로 지급한 것과 대조된다. 모회사 SK이노베이션의 다른 계열사와도 성과급 차이가 커 SK온 직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당분간 SK온은 성과급을 지급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직원들의 이직이 빗발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지동섭 SK온 대표는 최근 직원들에게 "2022년 초과이익 분배금(PS)은 없다"고 공지했다. 성과가 좋은 직원이나 부서에 지급하는 생산성 격려금(PI)에 대해서도 "경영진이 고민하고 있으나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성과급 미지급이 결정되자 SK온 구성원들의 반발이 이어졌다. 경쟁사인 LG에너지솔루션은 월 기본급의 868%(평균)를, 삼성SDI는 연봉의 28~30%(에너지솔루션사업부)를 성과급으로 준 탓이다. SK이노베이션 계열사 SK엔무브(최대 1200%), SK에너지(R&S 최대 1200%, P&M 최대 600%) 등과 성과급을 비교하며 상대적 박탈감이 느껴진다는 직원도 속출했다.


성과급 미지급은 SK온이 지난해 991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영향이다. 적자를 기록한 회사에는 성과급을 주기 어렵다는 게 SK이노베이션 관계자 설명이다. 2021년에도 적자(6831억원)를 기록했지만 SK온이 같은 해 10월 모회사에서 분할된 점을 감안, SK이노베이션과 연동해 성과급을 지급했다.

SK온 직원들은 당분간 성과급이 지급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적자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달 7일 콘퍼런스콜에서 내년은 돼야 SK온이 흑자 전환에 성공할 것으로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SK온이 지금껏 외부 자금 조달을 통해 시설투자를 진행한 점을 고려하면 최소 3년 동안은 성과급이 없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영업이익 창출이 안정적으로 이어지고 재무 상황이 탄탄해진 후에나 성과급이 주어질 것이란 의견이다. 현재 SK온의 단기차입금(1년 내 갚아야 할 차입금)은 수 조원에 이른다.

업계는 성과급 미지급으로 인해 직원들의 이직 시도가 나타날 수 있다고 본다. 주요 배터리 3사 사이에서는 인력 교환이 되지 않지만 전기차를 다루는 완성차업계로의 이직은 수월하다는 평가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게재된 SK온 성과급 관련 글에는 "현대자동차로 이직을 준비하는 직원들이 많다"는 내용의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현대차는 오는 5일까지 배터리 등 연구개발본부 전 분야를 대상으로 경력직 입사 지원을 받는다.


대기업 인사팀 관계자는 "배터리업계에서 완성차업계로 이직하는 게 제일 흔하다"며 "공정 기술이나 데이터 분석을 주로 하는 제조업과도 업무상 공통부분이 있어 복지가 좋은 반도체업계 대기업으로 자리를 옮기는 경우도 많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