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보 빅2가 디지털화를 통한 설계사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그래픽=이미지투데이

◆기사 게재 순서
① '2.5만명' 한화생명 vs '2.9만명' 삼성생명… 불붙은 점유율 경쟁
② 설계사에 디지털 옷 입히는 한화생명… 삼성생명, 대응책은?
③ 설계사 늘리는 신한·KB라이프, 삼성·한화생명 맹추격
#. 25년차 GA(법인보험대리점) 소속 보험설계사 A씨(65)는 매일 아침 출근과 동시에 노트북을 펼치고 제휴 보험사별로 전산 시스템에 각각 접속한다. 개별 고객에게 적합한 보험상품을 비교해야 하는데 보험사별 전산시스템이 전부 달라 개별 보험사 전산시스템에 일일이 접속하는 것이다. A씨가 근무하는 GA는 한화생명을 포함해 10여개의 생명·손해보험사와 제휴 관계를 맺은 상태다. A씨는 "하나의 아이디·패스워드로 모든 보험사 전산에 접속할 수 있다면 각 보험사 상품을 한 눈에 비교·분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 5년차 중견 생명보험사 전속 설계사인 B씨(35)는 요즘 대형 생보사로 이직을 고민 중이다. 소속 생보사의 상품 라인업이 취약해 고객이 원해도 상품을 못 파는 일이 한 두 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보험 판매 수수료가 사실상 수익인 B씨 입장에서는 애간장이 탄다. 때마침 최근 만난 대형 생보사 전속 설계사의 "우리 회사는 다양한 상품을 갖췄다"는 말에 마음이 더 흔들린다.


보험영업의 꽃으로 불리는 보험설계사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생보 빅2'가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화생명은 디지털화, 삼성생명은 상품 라인업 강화로 전속 설계사들을 지원하기로 했다.

보험설계사는 보험계약 중개인으로 고객 요구에 맞는 상품을 선택하고 설계를 담당한다. 설계사들의 영업활동이 보험사 매출로 직결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생명보험 신계약 대부분이 대면 채널을 통해 이뤄지고 있는 점도 한화생명, 삼성생명이 설계사 육성에 더 신경을 쓰는 이유다. 보험설계사 관리능력을 가늠하는 지표인 보험설계사 정착률(신규 등록한 후 1년 이상 정상적인 모집활동을 한 설계사 비율)은 한화생명이 삼성생명보다 높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2년 보험설계사 정착률은 한화생명이 45%, 삼성생명이 40%를 기록했다. 생명보험업계 1위 삼성생명 입장에서는 보험설계사 정착률을 높여야 하는 과제도 있는 셈이다. 보험설계사에 대한 양적 확대를 넘어 질적으로도 우위를 점하려는 한화생명과 삼성생명이 자존심 대결을 시작했다.

한화생명, 디지털 플랫폼으로 설계사 업무 효율성 높여

한화생명은 보험설계사들의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중장기적으로 상품 판매를 늘리기 위해 영업 현장의 디지털화를 택했다. 통상적으로 보험 영업의 디지털화는 설계사가 플랫폼을 통해 상품 설명부터 계약까지 일률적으로 처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 한화생명은 지난 4월 글로벌금융판매, 아너스금융서비스, 더블유에셋, 피플라이프, 한화라이프랩 등 5개 GA들과 디지털 플랫폼인 '오렌지트리'의 공동사용을 위한 전략적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해당 GA 소속 설계사는 총 5만여명이다.

오렌지트리는 지난해 10월 한화생명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디지털 플랫폼으로 GA설계사들이 온라인을 통해 각 제휴보험사별로 접속해야 했던 영업 지원시스템을 하나의 디지털 플랫폼으로 접속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통상적으로 GA들은 다수의 보험사와 제휴를 맺고 해당 보험사들 상품만 판매한다.

오렌지트리는 한 번의 로그인으로 제휴보험사의 영업지원시스템에 접속할 수 있고 고객정보 입력 역시 제휴보험사 시스템에 연동돼 자동 반영해 설계사의 편의성 증대·시간절약 효과가 있다.

이번 제휴를 통해 한화생명 해당 GA 소속 5만여명과 친밀도를 높이고 중장기적으로 상품 판매량을 늘릴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설계사들 입장에서도 편의성 등을 개선해 업무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기회를 확보한 셈이다. 한화생명은 해당 GA 5개사 외에도 추가적으로 2~3개 GA와 오렌지트리 적용을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삼성생명 "신상품으로 고객 맞춤형 판매 강화"

삼성생명은 설계사들의 사기를 높이고 실적 개선을 위해 신상품 라인업 강화라는 전략을 택했다. 개개인의 니즈를 파악해 고객 맞춤형 상품을 판매하려면 다양한 상품을 갖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올해 5월까지 삼성생명은 연금보험과 종신보험, 건강보험, 햇살론보험 등 4개의 신상품을 출시했다. 같은 기간 한화생명은 암보험, 상해보험 등 2개의 신상품을 내놨다. 삼성생명은 올 하반기 유병자보험을 중심으로 3~4개의 신상품을 추가로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생명은 상품 라인업 확대와 더불어 판매 프로세스도 개선했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 4월 도입한 '가상 언더라이팅(보험가입 심사)'이다. 가상 언더라이팅은 빅데이터 분석 프로그램으로 삼성생명의 보유계약 정보를 활용해 고객의 고혈압, 갑상선 질환 등 기왕력별 인수 여부를 예측할 수 있다. 각종 예측기법을 정교화해 인수 가능한 질병을 확대해 소비자가 가입할 수 있는 상품군을 늘린 것이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상품 라인업을 늘리는 것과 동시에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프로세스도 강화하고 있다"며 "이는 결과적으로 현장 설계사들의 경쟁력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