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산방지구상(PSI) 고위급 회의 2일차인 31일 제주 서귀포시 민군복합항에서 우리 해군과 해경이 승선 검색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2023.5.31/뉴스1 ⓒ News1 오현지 기자
(서귀포=뉴스1) 이창규 기자 = 북한이 정찰위성용 '우주 발사체' 발사를 시도한 31일 제주도에선 대량살상무기(WMD) 확산을 막기 위한 확산억제구상(PSI) 해양차단훈련 '이스턴 엔데버 23'가 실시됐다.
전날 개막한 PSI 고위급 회의 2일차를 맞아 실시된 이날 훈련은 당초 제주 남동방 공해상에서 우리나라 해군·해양경찰과 미국·호주 해군, 일본 해상자위대 함선이 참가해 WMD 적재가 의심되는 선박의 운항을 차단한 뒤 승선·검색하는 시나리오에 따라 진행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제2호 태풍 '마와르' 북상 등의 영향으로 악화된 기상 여건 탓에 '승선검색훈련'(VBSS)은 제주민군복합형관광미항(제주해군기지) 내에서 우리 해군·해경만 참가하는 방식으로 축소됐다.
확산방지구상(PSI) 고위급 회의 2일차인 31일 제주 서귀포시 민군복합항에서 우리 해군과 해경이 승선 검색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2023.5.31/뉴스1 ⓒ News1 오현지 기자
대신 한미일과 호주 등 4개국 해상전력은 이날 오전 6시부터 약 1시간 동안 제주 남방 약 40~50㎞ 거리 지휘소연습(CPX)을 통해 'WMD 적재 의심 선박'을 차단하는 절차를 연습했다.
CPX엔 우리 해군 구축함 '왕건함'과 해경정 '제5002함', 미 해군 구축함 '밀리어스', 일본 해상자위대 호위함(구축함) '하마기리', 그리고 호주 해군 호위함 '안작' 등이 참여해 전술기동과 통신훈련을 수행했고, 한미일과 호주·싱가포르·캐나다에서 파견한 20여명으로 구성된 '다국적 협조본부'도 운영됐다.
해군 관계자는 "'협조본부'를 운영하면 각 함정이 자국 통제를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훈련 지휘관과의 정보 교류·함정 배진 등을 원활히 수행할 수 있다"고 전했다.
31일 제주해군기지에서 실시된 2023년 PSI 해양차단훈련 승선검색 훈련 중 해양경찰 특공대가 WMD 적재 의심선박을 수색하고 있다. (해군 제공) 2023.5.31/뉴스1
우리 해군·해경의 VBSS는 제주해군기지 내에서 'WMD 관련 물질을 적재한 것으로 의심되는 선박이 발견'된 상황을 가정해 총 3차에 걸쳐 진행됐다. 취재진은 항내 정박된 우리 해군 대형 수송함 '마라도함'에서 VBSS를 참관했다.
1차 승선검색 땐 우리 해경 특공대가 탑승한 고속단정(RIB)이 해경 5002함을 출발해 'WMD 적재 의심 선박' 역할을 맡은 군수지원함 '대청함'으로 빠르게 접근해 승선했고, 2차 땐 해군 특수임무대대가, 3차 땐 국군화생방방호사령부(국화사) 특임대대가 각각 대청함에 올라 WMD 관련 물질을 신속히 수색·확인했다.
해군 관계자는 "해경의 주된 역할은 심문과 선장을 비롯한 선원들의 신변 확보이고, 군 특임대는 배에 적재돼 있는 WMD 의심 물질을 찾는 것"이라며 "그 뒤 장비를 갖춘 국화사 특임대가 투입돼 의심 물질을 확인한다"고 설명했다.
31일 제주해군기지에서 실시된 2023년 PSI 해양차단훈련 승선검색 훈련 중 국군화생방사령부 특임대가 WMD 적재 의심선뱍에서 의심물질을 확보하고 있다. (해군 제공) 2023.5.31./뉴스1
실제 이날 훈련에서 국화사 특임대는 해경이나 해군 특임대와 달리 장갑·장화·방독면 등 화생방 개인보호 장비를 착용한 채 현장에 투입돼 임무를 수행했다. 이들은 배에서 찾아낸 WMD 의심 물질을 분석한 결과, '신경작용제'로 식별됐다는 결과를 본부에 보고했다. 이후 이들은 WMD 의심 물질의 샘플을 채취했다.
이번 훈련은 WMD 관련 물질 적재·운송이 의심되는 선박에 대한 승선·검색에 관한 가상의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결의가 채택됐다는 것을 전제로 진행됐다.
훈련 지휘관을 맡은 김인호 해군 제7기동전단장(준장)은 "이번 훈련은 WMD 확산 방지를 위한 우리 정부와 군의 주도적 역할 수행 의지를 국내외에 보여준다"며 "참가국 간 협력체계와 국제적 대응 능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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