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디바이오센서의 기업지배구조 핵심지표 준수율이 46.7%에 그쳤다. 사진은 조영식 에스디바이오센서 회장. /그래픽=강지호 기자
올해 두번째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발간한 에스디바이오센서의 핵심지표 이행률이 절반에 못미쳤다. 기업 경영을 책임지는 이사회 관련 지표에서 낙제점을 받았다. 특히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는 이사회 구성원의 정기주주총회 참여 여부도 '허위' 작성된 것으로 확인됐다.
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에스디바이오센서가 지난 5월31일 발간한 기업지배구조보고서의 핵심 지표 이행률은 15개 항목 가운데 7개만 충족한 46.7%에 그쳤다. 지난해 이행률(60%)보다 오히려 후퇴한 것이다.

기업지배구조보고서는 각 기업이 지배구조와 관련된 주요 사항을 어떻게 도입하고 이행하는지 알리는 것이다. 기업들은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통해 주주, 이사회, 내부감사 등 3가지 항목에서 15개로 나눈 핵심지표 준수 여부를 O,X로 나눠 공개한다. 자산 총액 1조원 이상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사는 꼭 발간해야 하며 핵심지표 이행은 강제되지 않지만 기업의 투명성을 가늠하는 잣대로 평가된다.


에스디바이오센서는 이사회 부문에서 큰 약점을 보였다. 6개 중 4개를 이행하지 못했다. 이사회 관련 항목에는 ▲최고경영자 승계정책(비상시 선임정책 포함) 마련·운영(X) ▲내부통제정책 마련·운영(X)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 분리(X) ▲집중투표제 채택(X) ▲기업 가치 훼손·주주 권익 침해에 책임이 있는 자의 임원 선임을 방지하기 위한 정책 수립 여부(O) ▲6년 초과 장기재직 사외이사 부존재(O) 등으로 표기됐다.

에스디바이오센서는 최대주주인 조영식 회장이 이사회 의장을 맡고 이효근·허태영 각자 대표이사 총 3인이 사내이사진을 꾸리고 있다.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가 독립 운영됨에도 해당 항목에 대해 불이행으로 표기된 것은 한국거래소의 기준 강화가 배경이다. 조 회장이 이사회 의장과 사내이사로 등재된 만큼 경영과 소유의 분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주주 정책 분야에서도 이행률은 지난해와 비교해 개선되지 않았다. 한국거래소는 주주권익 보호를 위해 정기주주총회 4주 전 소집공고를 요구하고 있으나 올해 에스디바이오센서는 19일 전에 주총 소집공고를 냈다. 지난해는 불과 보름 전 주총 소집 공고하며 빈축을 샀다. 배당정책과 배당실시 계획을 주주들에게 연 1회 이상 주주들에게 통지하지 않은 점도 불이행 사항으로 꼽혔다.


에스디바이오센서가 공개한 지난 3년간 정기주주총회 내역. 조영식 회장이 지난 3월29일 정기주총에 참석하지 않았는데 '출석'했다고 허위 기재했다(붉은색 원). /사진=에스디바이오센서 기업지배구조보고서 캡처

주총장에 오지도 않은 조 회장, 기업지배구조보고선엔 출석?
일부 내용에선 허위 사실을 작성한 것도 확인됐다. 지난 3월29일 열린 에스디바이오센서의 정기주주총회에 조 회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당시 외부 일정을 이유로 조 회장은 불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에스디바이오센서는 이사회 구성원이 모두 참석했다고 표기했다. 이에 대해 에스디바이오센서 관계자는 "조 회장이 당시 주총에 불참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해 매출 규모가 비슷한 바이오 기업인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의 이사회 구성원들이 정기주총 참석 여부를 투명하게 공개한 것과는 대조된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작성 중 오기 사항이나 오류가 있을 경우 사안에 따라 해당 기업에 정정공시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최근 에스디바이오센서는 잦은 구설수로 몸살을 앓고 있다. 미국으로 수출 중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키트가 품질 문제를 일으켰고 지난 4월 국세청으로부터 거액의 추징금을 부과받았다. 조 회장은 제품 품질 관리와 내부 회계 투명성에 소홀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