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가 세계 1위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 론자 추월을 넘보고 있다. 사진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제3공장. /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기사 게재 순서
①CDMO서도 초격차… '생산능력 1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승부수
②CDMO 패권 경쟁… 1위 론자에 도전하는 바이오기업
③"한국 CDMO 강점은 오픈이노베이션"
세계적 고령화 추세에 의약품 수요가 증가한 영향으로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CDMO 기업 간 주도권 싸움이 치열해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프로스트앤설리번이 지난 5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전 세계 바이오의약품 CDMO 시장은 202억8000만달러로 추산된다. 2021년 6월 당시 2026년이 돼야 203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던 것을 고려하면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CDMO 시장의 성장세는 눈부신 셈이다. 프로스트앤설리번은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CDMO 시장은 연평균 15.3%씩 성장해 2028년 477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2022년 기준 글로벌 1~4위 CDMO 기업이 차지하는 점유율이 52.4%에 이를 정도로 상위 기업의 비중이 큰 가운데 1위 스위스 기업 론자를 2~4위 업체가 추격하고 있다.

론자는 126년의 업력을 앞세워 전 세계 글로벌 상위 20대 제약사를 모두 고객사로 두며 글로벌 CDMO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 중이다. 사진은 스위스에 있는 론자 본사. /사진=로이터
'업력' 앞세운 론자, '생산능력'으로 추격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론자는 오랜 업력을 토대로 글로벌 CDMO 시장점유율 1위를 굳건히 하고 있다. 2022년 바이오의약품 CDMO 매출로 32억7400만스위스프랑(4조8200억원)을 올렸는데 이는 전년 대비 15.1% 성장한 수치다. 프로스트앤설리번 집계 기준 글로벌 시장점유율 20.7%를 차지했다.
1897년 설립돼 126년의 업력을 보유한 론자는 그동안 축적한 기술력을 앞세워 전 세계 글로벌 상위 20대 제약사를 모두 고객사로 두고 있다. 기존 대세인 항체의약품뿐만 아니라 차세대 의약품으로 주목받는 세포유전자치료제(CGT), 항체약물접합체(ADC), mRNA(메신저 리보핵산) 등을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구축해 둬 다방면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다.

론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감염병 대유행) 기간 모더나의 mRNA 기반 코로나19 백신 원액을 독점 생산하기도 했다.


국내 바이오텍 에이비엘바이오는 지난 4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아닌 론자와 이중항체를 기반으로 한 신약후보 물질 개발과 생산 협력에 관한 협약을 체결했다.

매출 기준 세계 2위 CDMO 기업 캐털란트는 모더나와 협력을 강화하며 매출 확대에 나서고 있지만 유전자치료제 생산시설에 생긴 문제로 인해 2위 수성이 위태롭다는 전망이 나온다. 사진은 이탈리아에 있는 캐털란트 공장. /사진=로이터
2011년 설립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세계 최대 규모의 바이오의약품 생산능력을 앞세워 단시간에 세계적 CDMO 기업으로 성장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바이오의약품 생산능력은 4공장이 완공된 현재 세계 최대 수준인 연간 60만4000리터(ℓ)인데 2025년 9월 5공장을 준공하면 78만4000ℓ로 늘어난다. 지난 1분기 말 기준 수주잔고 금액은 최소 51억900만달러, 수주잔고 생산량은 1992만4000ℓ에 이른다. 아직 완공되지 않은 5공장에서도 미리 수주계약을 받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기존 항체의약품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ADC, CGT, mRNA로 확대해 고객사를 더욱 늘려 1위 CDMO 기업 도약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올해 6월5~8일(현지시각) 미국 보스턴서 열리는 세계 최대 제약바이오 전시회 '2023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바이오USA)에 참가해 새 사업 포트폴리오를 소개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22년 바이오의약품 CDMO 매출로 2조4373억원을 올려 점유율 9.3%를 차지하며 글로벌 4위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91.4% 성장해 1년 만에 CDMO 매출은 약 2배가 됐다. 단일 공장 기준 세계 최대 규모인 4공장(24만ℓ)의 본격 가동이 예고된 만큼 지난해를 뛰어넘는 매출 성장세가 예상돼 올해는 2위권을 넘보고 내년에는 1위 론자를 넘을 가능성도 있다.

2위 캐털란트는 '암울'… '연구' 강점 우시바이오로직스 성장 '청신호'
세계적 고령화 영향으로 의약품 수요가 증가하면서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CDMO 기업의 매출이 급성장하고 있다. 인포그래픽은 글로벌 톱4 바이오의약품 CDMO 기업 매출과 점유율. /그래픽=이강준 기자
미국 캐털란트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기업 인수합병(M&A)과 생산시설 추가해 2022년 CDMO 기업 매출 순위 2위를 기록했다.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 완제품 생산과 존슨앤드존슨,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19 백신을 생산해 2022년 25억4900만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전년보다 20.8% 늘었다.
캐털란트는 모더나와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데 코로나19 백신뿐만 아니라 인플루엔자(독감)와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백신도 생산할 예정이다.

다만 캐털란트는 최근 유전자치료제 생산시설에 문제가 발생한 영향 등으로 올 연 매출이 당초 전망치보다 4억달러 줄어들 것으로 전망해 CDMO 매출 순위가 뒤바뀔 가능성이 높다.

중국 기업 우시바이오로직스는 모회사 우시앱텍과 연계해 CRDMO(위탁·연구·개발·제조) 사업모델을 구축하며 '연구' 분야 경쟁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임상시험 수탁기관(CRO) 우시앱텍이 신약후보 물질의 탐색, 전임상시험 등의 위탁연구를 진행하고 우시바이오로직스가 위탁개발(CDO), 위탁생산(CMO)을 담당하는 방식으로 사업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ADC와 이중항체 분야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어 미국이 바이오에서도 자국 내 생산을 강조하는 '메이드 인 아메리카' 정책을 시행함에도 우시바이오로직스 입지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우시바이오로직스는 지난 1월 자체 개발한 이중항체 신약후보 물질을 글로벌 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에 최대 14억6000만달러 규모로 기술수출했다.

우시바이오로직스는 2022년 CDMO사업을 통해 152억6870만위안의 매출을 올렸는데 톱4 기업 중 삼성바이오로직스 다음으로 높은 48.4%의 성장률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