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솔그룹 직원들이 악화한 처우로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진은 한솔제지의 대전 백판지 공장 내부. /사진=머니투데이DB
①'대기업 복귀' 한솔그룹, 실적 악화 직격탄…미래 먹거리 필요
②'꾸준한 배당' 한솔홀딩스·한솔제지… 경영권 승계 앞둔 한솔케미칼
③'범삼성家' 한솔그룹, 찬란한 영광 재현 필요
한솔그룹 직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야심 차게 시작한 사업이 대부분 실패로 돌아가며 사세가 기울고 처우가 악화된 영향이다. 직원들 사이에선 경쟁사로 이직해야 한다는 자조 섞인 얘기까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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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되는 사업은 다 파는 한솔그룹━
1965년 새한제지공업에서 시작한 한솔그룹은 1968년 삼성에 인수된 뒤 중앙일보에 신문용지를 공급하며 사업 기반을 다졌다. 1972년엔 삼성그룹 최초로 한국증권거래소에 상장했으며 이후 업계 최초 제지연구소 설립, 국내 최초 종이생산 100만톤 돌파 등의 기록을 세워 주목받았다. 1991년엔 독자경영을 선포한 뒤 삼성그룹에서 분리돼 '리틀 삼성'으로 불렸다.한솔그룹은 하는 것마다 실패하며 사세가 기울었다. 디지털 시대가 도래하면서 종이가 없는 페이퍼리스(paperless) 시대가 올 것이라는 예상에 신사업에 배팅했으나 예상치 못한 위기를 맞았다. 대표적인 사례가 개인휴대통신(PCS)과 오크밸리 리조트 사업이다.
1996년 한솔그룹은 이동통신 사업에 뛰어들기 위해 한솔PCS를 설립했으나 이듬해 시작된 외환위기로 사업 초반부터 어려움을 겪었다. 1조원에 가까운 투자자금을 쏟은 PCS 사업은 한솔그룹의 부담을 키웠다. 결국 한솔그룹은 KT에 한솔PSC 주식을 매각하며 사업에서 손을 뗐다. 2001년 KT는 한솔PCS를 합병하며 SK텔레콤에 이어 2위 통신사업자로 올라섰다.
이 과정에서 조동만 전 한솔그룹 부회장은 편법으로 양도소득세를 줄여 현재까지 고액체납자 명단에 올라있다. 조 전 부회장은 한솔PCS 매각 전 주당 200원에 588만주를 매입한 뒤 신주인수권을 행사해 1900억원의 차익을 남겼다. 그는 해당 주식을 KT에 양도하며 666억9000여만원과 SK텔레콤 주식 42만주를 받았으나 양도소득세 72억원, 증권거래세 3억원 등만 신고했다. 국세청은 SK텔레콤 주식 가치를 의도적으로 저평가했다고 보고 431억원을 과세했다. 조 전 부회장은 불복 소송을 제기해 패소했으며 현재까지 그가 체납한 국세는 약 715억원에 달한다.
한솔그룹의 오크밸리 사업도 부진을 겪으면서 2019년 HDC현대산업개발에 넘어갔다. 오크밸리 리조트를 운영하던 한솔개발이 HDC현대산업개발 계열사로 편입되며 HDC리조트가 됐다. 오크밸리는 골프장과 스키장, 콘도 등으로 구성된 종합 리조트다.
HDC리조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해외 골프 수요가 국내로 몰리면서 특수를 누렸다. HDC리조트의 2020년 매출액은 825억원으로 2019년(946억원)보다 약 13%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124억원에서 183억원으로 늘었다. 당기순손실 규모도 813억원에서 53억원으로 축소됐다.
대전에 위치한 한솔제지의 중앙연구소 전경. /사진=머니투데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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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진 위상'과 '처우 악화'에 직원 불만↑━
한솔그룹 핵심 회사이자 업계 1위 한솔제지는 실적이 악화하면서 직원 처우도 경쟁사보다 못하게 됐다. 한솔그룹은 2000년 자산규모 9조4000억원으로 재계 1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당시 대학생들은 '가장 입사하고 싶은 기업' 1위로 한솔을 꼽기도 했다. 한솔그룹은 PCS 사업 등을 매각하면서 2003년 자산이 3조3000억원으로 줄어 2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10년 뒤인 2013년엔 재계순위 50위까지 떨어진 뒤 자산총액 기준 탈락으로 2019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이 해제돼 중견기업으로 전락했다. 지난해 말 기준 자산총액은 5조4600억원으로 재계 77위다.
주력 계열사 한솔제지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 78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246억원) 대비 악화됐다. 반면 업계 2위인 무림페이퍼는 영업이익이 67억원에서 216억원으로 증가해 대비된다.
직원 처우도 경쟁사에 뒤처지기 시작했다. 한솔제지는 올해 1분기 동안 직원 1명당 2200만원을 급여로 지급했다. 이는 무림페이퍼(2400만원)보다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 연간 급여는 한솔제지(8500만원)가 무림페이퍼(8000만원)보다 높았으나 올해 들어 역전됐다.
사업 부진과 처우 악화로 직원들의 불만은 커진다. 익명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덜컥 들어왔다가 이직 못 하면 큰일 나는 곳" "급전이 필요하다면 말리지 않음" 등의 성토가 이어졌다. 채용 정보 사이트 잡플래닛에는 "자율주행차가 나오는 21세기에 작업자가 다 붙어서 종이를 연결하는 90년대에 머물러 있는 회사" "계속 하락하고 있는 과거 회사" "중견기업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수준"이라는 평가가 이어졌다.
재계 관계자는 "한솔그룹이 '범삼성가'라는 자존심을 되살리려면 '미래를 겨냥한 신수종 사업'에 승부를 걸어야 할 시점"이라며 "나아가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조직문화를 단단히 다져 구성원들의 무력감을 떨쳐내기 위한 총체적 노력이 아쉬운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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