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재 대한아동병원협회 부회장(가운데)은 20일 서울 대한병원협회 소회의실에서 열린 소아청소년과 필수의약품 품절 실태를 알리고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최영찬 기자
최용재 대한아동병원협회 부회장(경기 의정부 튼튼어린이병원장)은 20일 서울 마포에 있는 대한병원협회 소회의실에서 열린 소아청소년과 필수의약품 품절 실태를 알리고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간담회에서 "동남아에도 있는 약이 국내에도 없다"며 "약가를 지나치게 낮춰 제약사가 생산하지 못한다면 동남아에서 수입이라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부회장은 소아 중증질환의 진단과 치료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의약품들이 품절되는 현상을 지적하면서 특히 희귀질환 치료에 필요한 필수의약품의 부족 현상을 꼬집었다.
그는 "렐레팍트 같은 뇌하수체 성선자극 검사 시약은 1년째 품절돼 있으며 선천 기형이나 수술 후 뇌하수체 기능 저하증 확진 등과 같은 희귀질환에 필요한 약이 없어서 치료 결정이 불가능한 상태가 1년 넘게 계속되고 있다"며 "몰랐다면 보건당국은 무능한 것이고 방치하는 것이라면 우리나라가 과연 OECD 의료 선진국으로 불릴만한 나라인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홍준 대한아동병원협회 정책이사(경기 김포 아이제일병원장)도 "현재 가장 많이 품절된 의약품은 감기약인데 이 같은 품절사태는 오랫동안 지속된 문제다"며 "제조사나 공급사에 문의하면 수입이 되지 않는다거나 생산 계획이 없다는 등 해명만 돌아온다"고 토로했다.
이 이사는 "정부는 왜 소아청소년 필수의약품의 원활한 공급을 위해 손을 놓고 있는지 원망스럽고 소아청소년 진료를 포기한 것이 아닌가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경기 김포에 있는 아동병원 인근에서 약국을 운영하고 있다는 박소현 새고은 메디컬약국 약국장은 "최근 약국가는 품절약과 전쟁 중이다"며 "품절되는 약제도 소아와 어린이 환자에게 많이 처방되는 항생제와 해열제, 변비약 등이며 정상적인 처방 조제가 어렵다"고 호소했다.
박 약국장은 "약을 들여오기 위해 도매상에 문의하면 '제약사가 약을 공급하지 않는다' '입고가 안된다'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약이 공급되더라도 제약사-도매상-약국 입고 과정이 수일이 걸려 실제 처방까지 시일이 걸린다"고 덧붙였다.
병원의 처방을 필요로 하는 전문의약품(ETC)이 아닌 약국에서 손쉽게 구매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OTC)도 품절 사태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박 약국장은 "최근 동아제약과 대원제약의 해열제 리콜 조치 등으로 인해 약국가에서는 OTC부문 필수상비약에서도 품절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아동병원협회는 이달초 아동병원 44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수조사에서 ▲뇌전증 발작 억제 유지약(데파코트 스프링클제형 및 파이콤파 현탁액) ▲터너증후군 치료제(프레미나정) ▲성조속증 필수 진단 시약(렐레팍트 LH-RH 고나도렐린아세트산염) ▲성조숙증 치료 주사약 ▲소아청소년 천식치료제 ▲항생제 ▲독감치료제 ▲항히스타민제 ▲콧물약 ▲진해거담제 ▲해열제 ▲장염지사제 등 필수의약품 47종이 품절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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