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게재 순서
① 외국인 순매수 속에 훈풍 후 조정, 코스피 '삼천피' 갈까
② "하반기 성장주에 주목하라" 헬스케어·음식료주에 쏠린 눈
③ 미국發 반도체 훈풍에 '9만전자·15만닉스', 반도체 질주 어디까지?
④"대어급 납시오" 하반기 대형주 줄상장 예고… 판 커지는 IPO
주식시장 회복과 함께 움츠렸던 기업공개(IPO) 시장도 기지개를 켜고 있다. 증시침체와 함께 자취를 감췄던 1조원 이상 대어급 기업들도 잇따라 코스피 상장 채비에 나서는 모습이다. 상반기 코스닥 중소형주가 견인해온 IPO 시장에 하반기 코스피 대형주까지 참전을 예고하면서 갈수록 시장의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하반기 IPO 시장 '대어급' 등장 기대감↑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6월9일 두산그룹의 자회사 두산로보틱스가 한국거래소에 코스피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를 신청했다. 두산로보틱스는 2015년 두산 지분 100%로 설립된 국내 1위이자 글로벌 5위의 협동로봇 제조업체다. 시장에선 로봇 시장 성장세를 감안해 두산로보틱스의 기업 가치가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SGI서울보증보험과 중고차 거래플랫폼 엔카닷컴도 코스피 예비심사 청구에 들어간다. 등산용품 전문업체 동인기연 역시 6월 코스피 상장 예비심사 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반도체 설계전문 업체 파두는 지난 3월 예비심사를 청구하고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빠르면 7~8월에 공모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SK에코플랜트, 에코프로머티리얼즈, LG CNS 등도 하반기 상장 예비심사 청구를 검토하고 있다.


이들 대부분 기업가치 1조원을 넘는 '대어급' 공모주다. 시장에서 평가하는 SK에코플랜트의 기업가치는 약 10조원이다. LG CNS, 에코프로머티리얼즈, SGI서울보증 등은 2조~3조원 수준으로 평가된다. 파두의 예상가치도 1조원을 웃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증시 한파에 몸집이 큰 대어급들의 상장철회 연기가 줄을 이었다. SK쉴더스·원스토어 등이 상장 예비 심사 통과 후 수요예측 과정에서 상장 계획을 취소했고 하반기엔 골프존커머스·라이온하트스튜디오·제이오·밀리의서재·바이오인프라 등이 상장을 철회하거나 늦췄다. 시장의 기대를 한 몸에 받던 컬리와 케이뱅크 등도 공모 시점을 미루는 등 IPO 시장에 혹한기가 불어 닥쳤다.

하지만 최근 증시 상황이 점차 안정세에 접어들면서 대어급 IPO가 상장 시동을 다시 거는 분위기다. 지난해 1월 3000선에 육박했던 코스피 지수는 그해 24.89%나 빠지면서 투심이 얼어붙었지만 올들어 지수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이달 초엔 약 1년 만에 코스피 지수가 2600선을 회복하기도 했다.


증시 회복에 따라 대어급 기업들도 IPO 시장에서 제값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형성되면서 IPO 절차를 밟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5월 들어 기가비스가 성공적으로 증시에 입성하면서 하반기 시장 전망에 대한 긍정적 신호탄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기가비스는 공모가 기준 기업가치 5000억원 수준으로 올해 상장기업 가운데 가장 몸값이 크다.

전문가들도 하반기 코스닥 시장보다 코스피 시장의 강세를 주목하고 있는 점 역시 IPO 시장에 호재다. 강대석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2600포인트 돌파로 종가 기준 저점 대비 20%라는 강세장 진입 허들을 통과했지만 코스닥이나 글로벌 주요 증시와 비교하면 여전히 초입 수준"이라며 추가 상승 가능성을 열어놨다.
'대어급 출격 준비' 하반기 증권사 주관 경쟁도 '박빙'
하반기 조 단위 기업들이 등판을 예고하면서 증권사들의 주관 순위 경쟁도 박빙의 승부가 예상된다. 거래소에 따르면 6월 공모총액 기준 주관사 순위(리츠·스팩 제외)는 ▲삼성증권(1515억원) ▲미래에셋증권(1263억원) ▲한국투자증권(1081억원) 등의 순이다. 지난해 8곳을 상장시키며 주관사 성적 1위를 기록했던 KB증권은 예정했던 기업들이 일정을 철회하면서 아직 단 한 건의 주관 실적도 달성하지 못했다.
다만 KB증권은 LG CNS, 두산로보틱스, LS머트리얼즈 등의 주관사를 맡아 하반기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NH투자증권도 컬리, 오아시스, 케이뱅크 등의 상장이 모두 연기되면서 올들어 공모총액이 260억원에 그쳤으나 에코프로머티리얼즈, 파두, SK에코플랜트 등의 주관을 맡으며 반전을 모색 중이다.

미래에셋증권은 SGI서울보증, 에코프로머티리얼즈를 비롯해 SSG닷컴, 엔카닷컴, IGA웍스 등 조 단위 기업가치로 추정되는 기업의 상장을 주관하고 있어 하반기 주관시장의 순위 격돌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대형사들이 장악해온 IPO 주관 시장에 여타 증권사들도 경험을 쌓기 시작하면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대신증권은 큐라티스·삼기이브이 상장을 주관하며 530억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키움증권은 프로테옴텍·꿈비·샌즈랩 상장 주관으로 560억원의 공모금액을 따냈다. 이외에도 한화투자증권(504억원)·신영증권(495억원)·신한투자증권(416억원) 등이 중위권을 형성했다.

이경준 혁신IB자산운용 대표는 "하반기 코스피 대어급 상장이 예고돼 있고 그동안 일부 대형사에 쏠림 현상도 있었지만 다른 증권사들도 주관에 나서면서 시장 판도가 달라지고 있다"며 "하반기 IPO 시장에서 주관 기업을 얼마나 무사히 증시에 상장시키는지도 관전 포인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