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관광객 사이에선 서울 명동 거리가게(노점)의 '바가지 요금' 문제가 불만으로 거론된다. 사진은 명동 노점 거리. /그래픽=김은옥 기자
◆기사 게재 순서
①'관광 1번지'라는 명동, '바가지 1번지'?
②"돌아온 외국인들 놓칠라"… 자정노력없는 명동, 결국 '단속'이 답?
③"명동에 관광객들이 돌아왔다"… 고개 든 '패션·뷰티'
'K-관광 1번지'로 불리는 서울 명동이 활기를 되찾았다. 거리 곳곳엔 외국어로 호객행위를 하는 상인들과 기념사진을 찍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꽤 늘었다. 한국관광 데이터랩에 따르면 올 들어 7월까지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수는 546만명으로 전년 동기(107만명)보다 5배 이상 증가했다. 이 중 70~80% 정도가 명동에 방문했을 것으로 관광업계는 추산한다.

이처럼 명동 거리는 늘어난 외국인 관광객으로 북적이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이 물밀듯 들리면서 바가지요금을 씌우는 '배짱 장사'도 등장했다. 외국인 관광객 사이에선 명동 거리가게(노점)의 '바가지 요금' 문제가 불만으로 거론된다. 여행 웹사이트·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엔 명동에 대한 부정적 평가도 이어지고 있다.
핫도그 1개 5000원… "음식값 최대 178% 더 비싸"
명동 노점의 음식 가격은 프랜차이즈 외식 기업과 비교했을 때 더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명동은 뷰티와 의류 먹거리까지 다양한 관광 상품이 조성돼 있어 외국인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상권 중 한 곳이다. 명동 자체가 일종의 거대한 쇼핑 도시인 셈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발 직전인 2019년 발표한 외래관광객조사에 따르면 '한국 여행 중 가장 인상 깊었던 방문지'는 명동이 55.9%로 단연 1위였다. 이어 동대문 패션타운(24.7%) 신촌·홍대(18.0%) 순이었다.
다만 명동 노점 음식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싸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명동 노점에서 판매되는 음식 대부분은 시세보다 비싸게 팔리는 것으로 파악됐다. 가격이 가장 비싼 음식은 랍스터구이로 2만원이란 가격표가 붙어있다. 치즈와 소스 등이 함께 곁들여진다곤 하지만 길거리 음식인 점을 감안하면 비싸다는 의견이다.


명동 노점의 음식 가격은 프랜차이즈 외식 기업과 비교했을 때도 비싼 수준이다. 명동 노점의 한국식 핫도그 가격은 5000원으로 명랑핫도그(일반 핫도그·1800원) 대비 178%, 중국 전통 과일사탕 탕후루 역시 5000원으로 왕가탕하루(일반 과일 탕후루·3000원)보다 67% 비싸다. 내용물 차이가 있어 정확한 비교는 어렵지만 명동 노점 물가가 비싸다는 건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이 외에도 명동 노점 음식 가격을 확인한 결과 ▲김치말이삼겹살 1만원 ▲소라꼬치 1만원 ▲크레페 9000원 ▲닭강정 7000원 ▲꼬마김밥(6개) 6000원 ▲닭꼬치 5000원 등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가격이 비싸면서도 위생 상태는 불량이었다. 일부는 앞치마와 위생장갑 없이 음식을 조리하거나 노점 바로 옆에 서서 흡연을 한 뒤 다시 음식을 판매하기도 했다. 중구청이 지난 7월 실시한 불법행위 집중 단속 결과 물건을 쌓아 놓거나 위생에 문제가 있어 적발된 사례는 84건에 달했다. 중구청은 적발 노점을 대상으로 행정지도를 시행했다. 허가받지 않고 영업한 불법 노점에 대해선 계고(6건) 자진 정비 유도(3건) 강제수거(1건) 과태료 부과(1건) 등의 조치를 내렸다.
한강공원 합격점, 명동은 낙제점
세계 최대 규모 여행 웹사이트 트립어드바이저에는 명동에 대한 부정 평가가 끊이지 않고 있다. 사진은 명동 노점에서 판매하는 음식·외국인 관광객이 음식을 구매하는 모습. /사진=임한별 기자
바가지 요금 논란은 대부분 노점상 위주로 발생한다. 빛바랜 메뉴판을 비치하거나 인형 등을 통해 가격을 가리는 노점상도 있다. 반면 로드샵은 제품마다 가격 표시를 한다.
세계 최대 규모 여행 웹사이트 트립어드바이저에는 명동에 대한 부정 평가가 끊이지 않고 있다. 전체 후기 글 1만1247개 가운데 별점 3개 이하가 1709개(15.1%)에 달한다. 또 다른 관광지 한강공원의 경우 별점 3개 이하는 전체 후기의 8.4%로 명동의 절반 수준이다. 사이트 이용자들은 "길거리 음식 가격이 사악하다", "노점에서 현금만 받는다" 등 명동에 대한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일부 외국인 관광객은 가격표가 있어도 바가지 요금에서 안전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트위터에 올라온 외국인 관광객 글 중엔 "음식 2개를 주문하려고 했지만 노점 주인은 4개를 주문받은 것처럼 행동했다. 큰 목소리로 재차 말한 뒤 정상적인 주문이 이뤄졌다"는 불만도 있다.


관련 소식은 해외 매체에도 소개되고 있다. 부끄러운 명동의 민낯이 공식적으로 알려진 셈이다. 중국 관영매체 인민일보는 명동 등 주요 관광지에서 외국인 대상 바가지가 기승을 부린다고 보도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외국인 관광객 사이에선 "다시는 명동을 찾고 싶지 않다"는 등의 후속 방문에 대한 부정적 반응도 나온다.

국내 관광산업은 엔데믹(주기적 감염병 유행)과 함께 간신히 활기를 되찾았다. 하지만 이 같은 바가지 요금 논란은 국내 관광산업 흥행에도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바가지'로 흑역사 쓰는 명동… 노점상들은 카드 결제 기피로 '탈세'
명동 노점상 일부는 신용카드 대신 현금이나 은행 계좌이체로만 결제를 유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명동 노점에서 판매하는 음식. /사진=임한별 기자
서울 명동이 흑역사를 쓰고 있다. 밝을 명(明)에 골 동(洞)으로 '밝게 빛나는 동네'라는 의미를 가진 명동은 이름과 달리 '바가지 상권'이란 오명을 갖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뿐 아니라 명동을 찾은 내국인들도 바가지 물가에 혀를 내두른다. K-관광 1번지로 불리는 명동의 위상을 스스로 흔드는 행위다.
친구들과 명동을 찾았다는 20대 회사원 박모씨는 "인스타그램에서 '명동 물가 근황'이란 게시글을 봤지만 이 정도로 비쌀 줄은 몰랐다"며 "떡볶이와 닭꼬치 몇 개를 샀는데 2만원이 훌쩍 넘었다"고 말했다. 최근 SNS를 중심으로 '명동 물가 근황' 등 바가지 요금을 지적하는 내용의 게시글이 확산하고 있다. 댓글을 살펴보면 명동 노점 음식을 'K-바가지'라고 비판하는 지적이 다수다.

신용카드 대신 현금이나 은행 계좌이체로만 결제를 유도하는 것도 논란이다. 한 누리꾼은 "노점 주인에게 카드 결제 여부를 물으니 현금만 된다는 답이 돌아왔다"며 "지하상가나 전통시장에서도 카드 결제가 이뤄지는데 왜 유독 노점만 현금을 고집하는지 모르겠다"고 푸념했다.

실제 명동 거리의 노점상들은 카드 결제를 기피했다. 이들은 "단말기가 없어 멀리 가야 한다"거나 "계좌이체로 해라"고 유도하고 일부는 "현금이 아예 없냐"고 되묻기도 했다. 이 같은 카드 결제 기피는 결국 탈세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 세무사는 "카드로 결제하면 부가가치세와 카드대금추심 시 지급수수료가 발생한다"며 "카드결제를 기피하는 이유는 매출과세표준이 늘어나 부가가치세부담액이 늘고 카드결제수수료등 부대비용이 늘기 때문으로 결국 매출수입을 누락해 부가가치세와 소득세를 탈세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