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이 지난달 미국 보스턴에서 진행된 바이오USA에서 언급한 내용이다. 지금까지 국내 기업들이 '팔로워'로서 성과를 냈으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내는 '퍼스트 무버'로서의 면모는 부족하다는 우려가 섞여 있다.
이번 바이오USA의 화두는 중국을 비롯한 후발국의 약진이 두드러진다는 점이었다. 중국 기업들은 대부분 지난해 바이오USA에 참가하지 않았으나 올해는 중국관을 운영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한국 바이오산업이 3~5년 안에 의미 있는 발전을 이루지 못하면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걱정이 나온 배경이다.
이 부회장은 "옛날에는 중국의 기술을 의심했는데 이제는 그런 것 같지 않다"며 "중국을 무시하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노연홍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 역시 "신약 파이프라인 숫자 등 중국 기업들이 활동하는 역량을 보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파트너"라고 평가했다.
국내 기업이 글로벌 무대에서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절하고 신속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업계는 이재명 대통령에게 희망을 걸고 있다. 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내세운 제약·바이오 공약의 방향이 옳다고 판단하면서도 빠른 지원이 필요하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후발국에 추월당하지 않기 위해 '지원 골든타임'을 사수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 원료의약품 자립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중국과 인도에 대한 원료의약품 의존도가 높은 만큼 과거 요소수 사태와 유사한 의약품 대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업계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기업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규제를 네거티브 중심으로 바꾸겠다는 이 대통령의 발언도 업계에서 환영받는다. 규정되지 않은 내용에 대한 규제가 사라지면 신약개발을 보다 자유롭고 빠르게 할 수 있어서다. 이 밖에 R&D(연구·개발) 투자시스템 구축, R&D 투자비율 연동형 약가보상체계 구축 등의 공약도 긍정적인 평가다.
관건은 지원이 얼마나 빠르게 이뤄지는지다. 제약·바이오산업은 반도체, AI(인공지능) 등 핵심산업과 견줬을 때 비교적 관심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반도체와 AI가 각각 대한민국의 핵심 산업 및 미래 먹거리인 만큼 제약·바이오산업은 투자 우선순위에서 밀릴 가능성이 크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활약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늦게 마련될수록 후발국과의 격차는 좁혀지고 선두 주자와의 경쟁은 힘들어질 전망이다.
이 부회장은 "제약·바이오산업은 이번 정부에서 키우려는 산업 톱5에 분명히 들어간다"며 "이번 정부에 기대감을 걸고 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을 비롯한 제약·바이오업계 관계자들이 만족할 수 있는 정부의 확실한 지원책이 '빠르게' 마련되길 기대를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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