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건축법 시행령' 개정으로 생활숙박시설(생숙)의 주거 사용이 금지됐지만 현재는 이행강제금 부과가 유예되고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기사 게재 순서
(1) 생숙 준주택 인정 안돼… 이행강제금만 유예되나
(2) [체험기] 생숙 청약금 '100만원', 입금할 뻔했다
(3) [인터뷰] "내 집 마련 막차 탔다 국가에 버림받아"
서울에 위치한 A생활숙박시설.(이하 '생숙') 수년 전 분양을 완료했음에도 투자 상담 부스가 지금까지 운영되고 있다. 오는 10월15일부터 생숙 불법주거에 대한 이행강제금이 부과되는 가운데 수도권의 생숙들도 분양권 가격이 하락하는 '마이너스 프리미엄'(마피)이 속출하는 상황. 투자시장의 분위기는 어떨까. 지난 9월14일 A생숙의 투자 상담을 위해 온라인 예약을 신청했다. 시간 약속을 하고 사무실에서 만난 분양 관계자는 광고 팸플릿을 보여주며 "지금이 투자 적기인데 잘 오셨다"고 말했다.
"분양가 3.3㎡당 6000만원, 투자 수익률 연 9~10%"
평일 낮임에도 A생숙의 1층 로비에는 많은 내국인과 외국인이 눈에 띄었다. 분양 관계자는 "평일에도 예약이 많아 공실률이 낮다"고 설명했다. 분양 관계자의 안내를 받아 계약이 가능한 17㎡(전용면적) 원룸 타입의 내부를 둘러봤다. 분양가는 3.3㎡당 6000만원 이상이다.

2021년 '건축법 시행령' 개정으로 생숙의 주거 사용이 금지됐지만 현재는 이행강제금 부과가 유예되고 있다. 분양 관계자는 "다음 달 정부 규제 때문에 거주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그는 "투자 목적으론 이만한 상품이 없다"며 "대출 규제도 낮고 청약통장도 필요없다. 중과세도 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분양업체가 제시한 투자 수익률은 연 9~10%다. 분양업체가 위탁운영을 추천한 B사의 객실 점유율은 90%에 육박했다. B사가 공개한 1개월 기준 정산 세부 내역에 따르면 지난 8월 객실당 계약자의 월 수익은 200만원 안팎으로 관리비와 인건비 등 운영비를 제외한 금액이다.

서울 여의도에 있는 생활숙박시설 공사 현장. /사진=신유진 기자
분양 관계자는 "고민하는 동안 객실이 팔릴 수 있으니 신탁사에 청약금 100만원을 먼저 입금하라"고 계약을 권유했다. 추후에 변심해도 청약금을 돌려준다는 조건도 함께 제시했다. 다만 생숙이나 분양형호텔의 경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같은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했을 때 공실률이 상승해 수익률을 떨어뜨릴 수 있다.
최근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해당 생숙의 마피 매물이 올라온 것을 확인할 수 있다. 5000만원 안팎 할인된 가격으로 분양권 매물이 게시돼 있다. 서울에는 A생숙뿐 아니라 생숙 마피 분양권을 쉽게 볼 수 있다. 서울 강서구에서 분양을 완료한 또 다른 생숙도 2주 전 1억~1억5000만원 마피 매물이 공인중개사사무소에 등록됐다.
합리적인 최저주거기준 마련해야
서울 중구에 있는 생활숙박시설 모델하우스 모습.(사진은 본 기사와 무관함) /사진=신유진 기자
현재까지 계획대로라면 오는 10월15일부터 숙박업 미신고 생숙은 이행강제금을 내야 한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생숙 사태와 관련해 이행강제금 유예 등의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한국주택학회장)는 "생숙을 오피스텔로 전환할 수 있는 유예기간이 있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용도변경을 안 하면 이행강제금을 내야 한다.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하는 시간을 감안해 이행강제금 부과 시기를 6개월~1년 유예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규제를 피하려는 투자시장의 틈새상품이 제2·제3의 생숙 피해 사태를 키울 수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최소 기준에 따라 주택 인·허가를 실행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교수는 "주택의 조건, 나아가 사람이 살아가는 공간이 최소 어떤 기준을 갖췄는가에 대한 합의가 충분하지 않다"며 "생숙 역시 '건축법상 거주할 수 없다'는 조항을 만들었어야 했다. 정부도 부작용을 인지하면서 묵인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