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타코마호 /사진제공=HMM
▶기사 게재 순서
①M&A 적극적인 LX, 구본준의 청사진은
②2% 부족한 하림·동원의 마지막 키 HMM
③몸값 최소 5조, 누가 품어도 신용도 타격[소박스]
국내 최대 해운 선사인 HMM(구 현대상선) 인수전에 대한 관심이 뜨겁지만 적격인수후보(숏리스트)로 선정된 '하림·LX·동원'의 자금 조달능력에 불안감이 감돈다.

KDB산업은행(산은)과 한국해양진흥공사(해진공)는 HMM 인수 후보 3사에 개별적으로 적격심사 결과를 통보했다. 산은은 2개월 동안의 실사를 거친 후 오는 11월 본입찰에서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 올해 안에 HMM 매각 작업을 마무리 지을 방침이다.


후보 3사는 덩치가 큰 HMM을 인수하기 위해 저마다 컨소시엄을 구성, 자금 확보에 나섰는데 결국 외부 자본 없이는 인수가 불가능한 만큼 본입찰에서 유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올 상반기 연결기준 HMM 자산 규모는 27조원이다. 하림지주는 14조원, LX인터내셔널 8조원, 동원산업 7조원으로 HMM과 격차를 보인다.
현대차·포스코는 외면한 HMM 인수전
재계와 해운업계에서는 HMM의 매각 관련 얘기가 흘러나올 무렵 현대자동차그룹과 포스코를 유력한 인수후보로 지목했다. 자금 여력이 충분한 데다 글로벌 기업인 만큼 해운업 사업 확장으로 시너지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서다. 해당 기업들은 여전히 "인수를 고려하지 않는다"고 단호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HMM 인수전은 지난 7월 말부터 본격화됐고 당시 SM그룹과 하림그룹, 동원그룹, LX그룹이 매각 주관사인 삼성증권으로부터 투자설명서(IM)를 수령한 사실이 알려졌다. 예비입찰이 마감된 8월21일에는 '하림·LX·동원'과 함께 세계 5위 해운사 독일 '하파크 로이트'(하팍로이드)까지 총 4사가 이름을 올렸다.


독일 선사 하파크 로이트는 가장 높은 가격을 써내고도 국내 기업이 아니라는 이유로 인수대상자에서 제외됐다. 국내 최대 해운사를 외국 자본에 넘겨서는 안 된다는 해양업계 주장이 반영된 결과다.

이에 상대적으로 체급이 낮은 기업들만 인수 후보자로 선정됐다. 이들 가운데 누가 품더라도 투자금 회수 과정에서 HMM의 재무 건전성이 악화될 수 있고 결국 신용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HMM의 향후 자금조달 시 금리 면에서 불리할 수 있고 과도한 이자비용 등 경영악화가 야기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 한 해운사 관계자는 "후보로 나선 3사는 HMM 인수에 강한 의욕을 보이지만 현실의 벽이 높다"며 "자금 동원력은 물론 인수 후 HMM의 재무건전성을 어떻게 유지할지에 대해 고민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후보 3사, 덩치 큰 HMM 어떻게 삼킬까
1만1000TEU급 컨테이너선 HMM Blessing 호 /사진=HMM
이번 매각 대상은 산은과 해진공이 보유한 HMM 지분이다. 산은은 20.69%, 해진공이 19.96%를 보유했다. 여기에 양 사가 보유한 HMM의 영구 전환사채(CB)·신주인수권부사채(BW) 1조원어치를 주식으로 전환할 예정인데, 이 또한 매각 대상에 포함했다. 이에 HMM의 몸값은 5조원을 훌쩍 웃돌 전망이다.
하림은 벌크선 비중이 큰 팬오션을 인수해 해운 사업을 하고 있다. 동원은 육상 물류 사업 중인 동원로엑스와 항만사업인 동원부산컨테이너터미널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LX그룹은 물류회사 LX판토스를 보유하고 있는데 LG그룹과 GS그룹과의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

하림은 HMM 인수비용을 지불하기 위해 팬오션 인수 당시 협력했던 JKL파트너스와 컨소시엄을 구성, 다시 힘을 모으기로 했다. 올 상반기 기준 하림의 현금성 자산은 1조5000억원 수준이며 JKL파트너스의 블라인드펀드 투자여력은 3000억~4000억원이다. 자금이 부족한 하림이 지난해 말 기준 8500억원의 가치로 평가된 양재동 부지를 매각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하림·JKL파트너스 컨소시엄은 자금 동원력을 높이기 위해 신한·KB·우리은행 외에도 NH투자·미래에셋을 대주단으로 확보했다. 대주단은 채권금융사가 채권단을 꾸려 자금을 지원하는 것이다.

6000억원 수준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한 동원은 김남정 부회장 등 대주주 보유지분을 유동화하고 동원산업 지분을 활용, 전환사채(CB) 발행을 고려하고 있다. 이를 통해 1조원 이상의 자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낮은 부채비율과 높은 신용도를 활용한 인수금융(M&A 대출)을 통해 부족분을 메울 것으로 전해진다.

김재철 동원 명예회장의 장남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도 인수전이 본격화되기 전부터 태스크포스(TF)를 꾸린 것으로 알려졌다. 동원 역시 하나은행을 중심으로 한 대주단을 꾸렸다. 최대한 자기자본을 위주로 인수자금을 마련할 것으로 전해진다.

LX는 인수 후보 중 가장 많은 2조5000억원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지만 인수전에는 가장 늦게 뛰어들었다. 인수전에 대해서도 유달리 조심스러운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인수 관련 실사 작업이 시작됐지만 본입찰에서 유찰 가능성이 제기되는 건 3사 모두 자력 인수가 어려워서다. 투자업계는 부족한 현금 보유분을 재무적 투자자(FI) 등의 도움을 받고, 인수 후엔 14조원에 달하는 HMM의 유동자산을 인수대금으로 활용할 것으로 예상한다. 배당금 규모를 늘리는 등의 방식으로 투자금을 회수할 가능성이 높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현재 인수전에 참여한 3사가 파격 조건을 내걸지 않는 이상 인수가 어려울 수 있다"며 "유찰돼 HMM 매각가가 낮아지면 재계 상위권 그룹이 움직일 여지가 생기지만 이 역시도 장담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