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을 방문한 환자의 절반 이상이 치료약물에 중독된 것으로 파악됐다. 사진은 2022년 3월10일 서울의료원 응급의료센터에서 구급대원들과 의료진의 모습으로 기사의 직접적인 내용과 관련이 없음. /사진=뉴스1
2022년 6월1일부터 2023년 5월31일까지 응급실을 방문한 중독 환자 중 치료약물 중독 환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이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약물 오·남용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질병관리청은 27일 질병관리청 누리집을 통해 응급실 기반 중독 심층 실태조사 1차년도 결과를 발표했다. 2차년도 보고서부터는 당해연도 1~12월까지 조사결과를 연 단위로 발표할 예정이다.

2022년 6월1일부터 2023년 5월31일까지 14개 시·도의 15개 응급의료기관에서 5997명의 중독환자가 발생했다. 중독 환자 중 여성의 비율이 56.2%로 남성보다 높았으며 의도적 중독 비중도 67.2%로 컸다.


연령대별 중독환자를 살펴보면 20대 비중이 19%로 가장 많았다. 뒤를 이어 70대 이상이 14.5%, 40대 14.4%, 50대 14% 순으로 집계됐다.

치료약물로 인한 중독 환자의 비중이 51.5%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가스류 13.7%, 인공독성물질 11.9%로 뒤를 이었다.

10대의 경우 가장 많은 중독을 유발한 물질은 아세트아미노펜 계열의 해열제(21.1%)였다. 벤조디아제핀 계열의 신경안정제에 중독된 10대도 19.2%나 됐다.


10세 미만에서는 인공 독성물질에 중독된 사례가 30.5%로 가장 많았다. 화장품, 락스 등 가정 내 생활화학제품에서 의도치 않게 중독된 것으로 분석됐다. 60대 이상의 경우 글라이포세이트, 글루포시네이트 등 농약류에 중독된 사례가 많았다.

질병관리청이 이 같은 조사를 한 것은 국내 독성물질 노출에 의한 중독환자는 연간 10만명가량 발생하고 이에 따른 진료비는 매년 증가해 2021년 기준 578억원이 넘는 것으로 분석돼서다.

질병관리청은 중독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대상별 맞춤형 예방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치료약물 중독에 취약한 청소년을 선정해 지난달 25일부터 올바른 치료약물 사용법 및 응급처치방법 등 중독질환 예방교육을 진행 중이다. 향후 소아와 노인 등 취약집단을 중심으로 중독 질환 예방사업의 대상을 확대할 방침이다.

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은 "응급실 기반 중독 심층 실태조사 결과가 중독 예방 및 관리를 위한 관계 부처의 정책 개발에 중요한 기초자료로 활용되기를 기대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