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후(한국시간) 호주 퀸즐랜드주의 브리즈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국제축구연맹(FIFA) 호주·뉴질랜드 여자월드컵 H조 3차전 한국 대 독일 경기, 한국대표팀 선수들이 경기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2023.8.3/뉴스1 ⓒ News1 포토공용 기자

(서울=뉴스1) 안영준 기자 = 콜린 벨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축구 대표팀이 그동안 담금질해 온 '고강도' 훈련의 효과를 볼 수 있을까.

한국은 30일 오후 5시30분 윈저우 스타디움에서 북한을 상대로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8강전을 치른다. 운명의 남북전이자, 지면 그대로 짐을 싸야 하는 외나무다리 승부다.


2019년 부임, 4년 넘게 여자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벨 감독은 북한을 처음 만난다. 북한이 한동안 국제무대에서 자취를 감추면서 격돌할 일이 없었다.

가장 최근 맞대결은 2017년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었는데, 당시 한국은 0-1로 졌다. 한국은 이 패배를 포함해 북한과의 상대전적서 1승3무15패로 열세다.

북한은 국제 경기가 없었던 탓에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삭제됐지만, 전력은 아시아 최정상급으로 평가된다. 강한 체력과 넓은 활동량을 바탕으로 상대를 압도하는 북한의 팀 컬러에 한국은 매번 크게 고전했다.


15일 오후 일본 지바 소가스포츠파크에서 열린 2017 동아시안컵(EAFF E-1 풋볼 챔피언십) 북한과 일본의 여자 축구경기에서 2-0으로 승리한 북한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북한은 이번대회 3전 전승으로 우승했다. 2017.12.15/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하지만 한국도 많이 발전했다. 긴 호흡으로 대표팀을 지도해 온 벨 감독은 그동안 '고강도' 훈련에 집중했다. 빠른 템포로 공격에 나선 뒤 다음 공격에 나서기까지의 회복 시간을 크게 줄이는 게 골자다.

벨 감독은 "약한 팀들과의 경기에선 기존 템포로 경기를 운영해도 통했지만,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강팀을 상대로도 경쟁력을 발휘하려면 결국 더 강한 체력과 속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해왔다.

북한전은 고강도 훈련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팀을 성장시켰는지 판가름할 중요한 결전이다. 이전까지 북한의 압박에 맥을 못추렸던 한국이 이를 극복하고 결과를 낸다면, 진일보 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아울러 사상 첫 결승 진출을 원하는 벨호의 목표를 위해서라도 잡아야 할 경기다. 한국은 그동안 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만 3회 연속 땄다. 이번에는 그 이상에 도전한다. 역시 '강팀과의 경기에서 경쟁력'을 원하는 벨 감독의 포부와 맞닿아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 축구 대표팀의 지소연이 18일 경기 파주시 축구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2023.9.18/뉴스1

한국은 아시안게임서 약체로 평가되는 나라들을 상대로 대승을 거뒀지만, 정작 중요한 승부처에선 늘 힘을 쓰지 못하고 탈락해 결승전에 진출하지 못했다.

이번 대회서도 한국은 조별리그 3경기를 13득점 1실점 3전 전승으로 마무리했다. 물론 기분 좋은 승리이자 값진 결실이지만, 2~3수 아래의 전력을 가진 팀을 상대로 거둔 승리라 크게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

결국 메달을 위해선 실질적인 메달 경쟁자들을 상대로 우위를 보이는 힘이 있어야 하는데, 그걸 확인할 첫 잣대가 바로 북한전이다.

벨 감독은 기대를 안고 떠났던 2023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 월드컵에서 1무2패의 아쉬운 성적을 거둔 뒤 "선수들이 압박감에 익숙하지 않다. 중요하고 압박이 큰 경기에서는 매번 제 실력을 보이지 못하는 게 안타깝다"면서 "그 압박에도 익숙해지는 것 역시 강팀이 갖춰야 할 요소"라는 견해를 냈다.

고강도 훈련을 앞세워 북한의 체력을 압도하고 남북전이라는 압박감 큰 경기에서도 결과를 내는 것. 북한과의 8강전에 주어진 한국 여자축구의 두 가지 미션이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축구 대표팀을 이끄는 콜린 벨 감독과 선수들이 5일 경기도 파주 NFC에 소집돼 훈련을 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2023.9.5/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