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이 용퇴를 결정했다. 사진은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에 참석한 권 부회장. /사진=LG에너지솔루션 제공
44년 동안 LG그룹에서 일한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이 아름다운 용퇴를 결정했다.
권 부회장은 LG에너지솔루션을 글로벌 주요 배터리 회사로 성장시킨 장본인이다. 회사 기업공개(IPO)를 성공적으로 이끌었으며 완성차 업체들과의 합작법인(JV) 및 공급 계약을 주도하며 LG에너지솔루션의 영향력을 넓혔다.

구성원들과의 소통을 중요시하고 LG에너지솔루션을 '일할 맛 나는 회사'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기도 했다.


머니S는 배터리업계는 물론 LG그룹에 여러 흔적을 남긴 권 부회장을 23일 화제의 인물로 선정했다.
권 부회장 모습. /사진=LG에너지솔루션 제공
1957년생인 권 부회장은 1979년 LG전자 기획팀에 입사한 뒤 지금껏 LG그룹에서 일해 왔다. LG전자 재경부문장 사장, LG필립스LCD(현 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 LG화학 전지사업본부 본부장 사장, LG유플러스 대표이사 부회장, ㈜LG 대표이사 부회장 등 굵직한 자리를 거쳐 2021년부터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 부회장을 맡았다.
그는 고 양정모 국제상사 회장의 사위로도 유명하다. 권 부회장은 양 회장의 딸 양정례씨와 결혼한 후 한때 재계 서열 7위까지 올랐던 국제그룹의 경영 참여를 권유받았으나 평생 회사원으로 살고 싶다는 이유로 제안을 거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월 LG에너지솔루션 코스피 신규상장 기념식에 참석한 권 부회장. /사진=뉴스1
권 부회장의 선택은 한국이 굴지의 배터리 기업을 보유하게 되는 결과를 이끌었다. 그는 2021년 11월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으로 부임한 뒤 IPO를 성공적으로 이끈 후 회사를 국내 시가총액 2위 기업으로 키웠다.
제너럴모터스(GM), 혼다, 토요타, 현대자동차, 스텔란티스 등 주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과의 협력을 통해 취임 당시 200조원 수준이던 수주 규모를 500조원까지 확대했다.
지난 5월 북미 배터리 합작법인 설립 계약을 체결한 뒤 장재훈 현대자동차 사장(왼쪽)과 기념 사진을 찍은 권 부회장. /사진=LG에너지솔루션 제공
실적 개선도 이뤄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 3분기 매출 8조2235억원, 영업이익 731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했을 때 각각 40.1%, 58.7% 상승했다. 같은 기간 경쟁사인 삼성SDI의 영업이익이 12.3% 줄고 SK온이 흑자 전환에 실패한 것과 대비된다. 권 부회장이 평소 강조해 온 '고객이 신뢰하고 사랑하는 수익성 No.1 기업'을 만들었다는 평가다.
LG에너지솔루션을 '일할 맛 나는 회사'로 만들기 위해 회사 구성원들과의 소통에 힘쓰기도 했다. 그는 취임 직후 구성원들과의 직접 소통 채널인 '엔톡'(Entalk)을 개설하고 사내 복지와 제도를 개선했다.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님' 호칭 제도를 정착시키기도 했다.

권 부회장은 "내년 글로벌 배터리 산업은 중요한 전환기를 맞을 것"이라며 "치열한 경쟁을 뚫고 더 강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젊고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임 대표이사가 LG에너지솔루션이 30년을 거쳐 쌓아온 도전과 역량, 성과를 밑거름 삼아 더 큰 도약을 해주길 기대한다"며 "세계 최고 배터리 회사가 되는 여정을 진심으로 응원할 것"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