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의 교통정책과 함께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는 'MaaS'(Mobility as a Service·마스)다. '서비스로서의 이동수단'이라는 의미다.
여러 이동수단은 각각의 서비스 주체다. 이를 하나로 묶어 연계한다면 이용자 관점에선 매우 편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집 앞에 나서서 전동킥보드를 타고 버스정류장이나 전철역까지 간 뒤 해당 이동수단을 연계해 이용하게 된다.
도심형항공모빌리티(UAM)과 함께 자율주행시대가 열리면 MaaS의 개념은 하늘과 땅으로 확장한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우버가 육상을 넘어 해상에서도 MaaS 개념을 도입하며 파트너를 모으고 있다. 육-해-공에서 '끊김 없는' 이동을 가능케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MaaS는 이동수단의 끊김 없는 연결성을 갖춰야 하는데 이를 구현하려면 여러 기능을 한 데 모은 '슈퍼앱'이 필요하다. 슈퍼앱은 하나의 앱에서 많은 기능을 제공하고 구현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네이버나 카카오 플랫폼도 넓은 의미로 이에 포함된다.


정부는 'K-MaaS'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전국 지자체들도 앞다퉈 'ㅇㅇ형 MaaS' 사업을 도입하고 있다. 여러 이동수단을 대중교통으로 보고 공공기관 주도로 이를 통합, 서비스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기능이 집중되면 이용자 편의는 증가하지만 그만큼 보안문제나 사생활 침해 문제 등이 야기될 수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언급은 전무하다. 이용자 동선의 시간대별, 지역별 통계를 낼 수 있어 특정 사용자의 생활 패턴을 추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공이 확보한 데이터를 다른 서비스 주체와 주고받을 때 어느 수준까지 공유할지도 관건이다. 쌓인 데이터를 긍정적으로 활용하면 빅데이터 기반 타깃 마케팅으로 맞춤형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 반대로 내가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등의 데이터가 다른 이에게 유출될 수 있다. 기술적으로는 문제가 없더라도 서비스 운영회사 직원의 일탈이나 해킹 등의 문제도 제기할 수 있다.


서비스 애플리케이션에 문제가 생기거나 서버에 장애가 발생하면 국가적인 교통 대란을 불러올 수도 있다. 지난해 카카오 서버 화재로 온 나라가 난리가 난 적이 있다. 최근엔 정부의 행정망 마비 사태도 있었다. 이처럼 서비스의 고도화에 따른 대비책은 반드시 필요하다.

정부 주도의 슈퍼앱 전략은 개별 서비스 업체들의 의욕을 꺾을 수 있다. 여러 업체가 참여하는 형태의 슈퍼앱이라면 개별 업체마다 다른 알고리즘 등 노하우가 유출될 수도 있다.

새로운 것을 도입하고 추진할 때는 긍정적인 면만 바라보게 되는데 과도한 정보의 집중은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보던 무서운 장면이 현실로 다가올 수 있음을 뜻한다. 항상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대비책을 철저히 세워야 한다. 편리함만 강조하기보다 내 정보가 안전하게 처리된다는 신뢰를 주는 게 먼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