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스토랑 '에빗'(EVETT)은 서울 도산공원 인근에 자리잡고 있다. /사진=다이어리알
전 세계적인 K-푸드 열풍의 근간에는 바로 '발효'가 있다. 발효라는 과정을 통해 얻은 전통장과 김치의 스펙트럼은 식문화의 뿌리를 지키는 장인들과 이를 현대의 언어로 풀어내는 셰프들, 그리고 미식에 있어 새로운 경험과 가치, 건강, 맛 모든 면을 고려하는 세계인을 만나며 확장을 거듭하고 있다.
◆에빗(EVETT)
레스토랑 '에빗'(EVETT)은 서울 도산공원 인근에 자리잡고 있다. /사진=다이어리알
최근 농림수산식품부에서 지정하는 대한민국 식품명인 제35호인 기순도 명인이 이어가는 370년 종가의 전통 장맛을 많은 이들에게 전수하고자 '기순도 발효 학교'가 일반인을 대상으로 열리며 화제를 모았다. 일일 체험 수준이 아닌 명인에게 직접 전통장에 대한 이론과 실습 전반을 배우는 깊이 있는 과정이다. 수강생들에게 전남 담양군 창평면 종가 고택의 역사와 전통이 담긴 기순도 장고지를 개방하며 전통 방식으로 장 담그는 법과 다양한 발효 기법을 활용한 종가의 음식 체험 등을 통해 한식의 뿌리를 지켜나가기 위한 선도적인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기순도 전통장은 일찍이 뉴욕, 파리 등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고 CNN 등 해외 매체에 소개되며 전 세계 많은 셰프들의 요리에 발효의 깊이를 더하는 역할을 해왔다. 장고지에는 명인에게 전수받아 담근 세계적인 셰프들의 전용 장독대들이 시간을 더해가고 있다. 서울 도산공원 인근에 자리한 레스토랑 '에빗'(EVETT)의 조셉 리저우드 셰프도 그중 한명이다.
호주 출신으로 2020년부터 4년 연속 미쉐린 가이드 1스타를 달성한 에빗의 리저우드 셰프가 에빗에서 '메주에 얹은 도넛' 메뉴를 만들고 있다. /사진=다이어리알
한국 식재료를 새로운 관점으로 재해석하고 에빗만의 차별화한 독창성을 보여주기 위한 노력을 거듭하고 있다. 셰프의 요리를 보다 특별하게 만들어 주는 근간에도 발효가 뿌리를 내리고 있다. 셰프는 한식 전통 발효를 이해하기 위해 그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담양과 서울을 오가며 장독대에 끈기와 시간을 보태왔으며 그 과정에서 그의 음식은 장과 함께 깊게 익어갔다.
런치와 디너 단일 코스로 선보이는 에빗의 독창적인 메뉴들을 마주하면 한국 식재료와 발효 산물에 대한 새로운 접근 방식에 감탄하기 마련이다. 오히려 외국인 셰프이기에 고정 관념 없이 재료들을 대할 수 있었던 점도 강점이다.
감과 고추장, 설탕, 소금을 섞어 말린 얇은 젤리에 기순도 딸기 고추장을 바르고 딱새우를 채워 말아낸 '고추장& 감 젤리'는 에빗의 대표적인 메뉴다. /사진=다이어리알
오메기떡에서 영감받은 한입 도넛은 실제로 셰프가 만든 메주를 플레이트 삼아 등장한다. 메주 자체를 그릇으로 활용하는 아이디어도 고정관념이 걷힌 남다른 시선의 일부다. 훈연 참기름을 곁들인 메밀국수는 반죽 과정에서 한식 속 '삭힘의 미학'이 담긴 식혜를 활용한다. 후식으로만 접근하던 식혜의 새로운 발견이다.
설악산 개미를 활용한 소르베, 기순도 명인의 석장을 넣어 지은 토종 쌀밥, 된장 퓌레를 곁들인 스테이크, 그리고 기순도 된장을 캐러멜에 버무려 설탕물, 크림을 넣어 굳힌 수제 캐러멜까지 발효의 맛과 멋을 현대의 언어로서 풀어낸 기승전결이 완벽한 한 편의 공연이 식탁 위에 펼쳐진다. 셰프의 요리는 요리사들뿐만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많은 메시지를 던져준다. 오래되어 낡은 것이라 할지라도 다시한번 돌아보고 소중한 것을 놓치지 말라고 말이다.
◆블그레
블그레는 서울 강남구 논현로에 자리잡고 있다. /사진=다이어리알
◆해방촌 윤주당
윤주당은 서울 용산구 신흥로에 위치한 전통주 전문점이다. /사진=다이어리알
◆큔(Qyun)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에 위치한 큔에서는 발효를 기본으로 한 가벼운 식사와 디저트를 즐길 수 있다. /사진=다이어리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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