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렌털 가격을 인상한 정수기 업체의 수익성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①돈 되는 물장사… 후발 LG, 1위 코웨이 잡을 수 있을까
②렌털료 올린 정수기 업체들, 수익성 향상 앞세워 대주주 배당도 늘릴까
③"누가 베꼈나"… 코웨이 vs 청호-SK매직 vs 쿠쿠 '소송전'
정수기 업체들이 올 상반기 렌털 가격을 일제히 인상하며 수익성 개선에 나섰다. 원부자재 가격이 오른 데다 인건비마저 상승해 어쩔 수 없는 조치라는 게 업체들의 설명이다.
실제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전 세계적인 원자재 가격 상승이 이어져 온 만큼 적어도 이 같은 이유가 표면적으론 인상 조치의 근거는 된다. 렌털 가격 인상 후 각 업체들마다 매출 증가와 함께 영업이익이 좋아지고 있다. 확실히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다만 원가 상승 요인에 고액의 톱스타 모델을 기용하는 비용이 포함되고 대체로 두 자릿수의 영업이익률을 유지하며 매년 대주주들에 대한 고배당이 유지돼 온 점 등은 소비자들에게 부담을 전가시키는 게 아니냐란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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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3~5% 인상━
정수기 업체 4개사가 올해 상반기 주요 제품 가격을 인상했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이어 4월엔 SK매직이 '올인원 직수 정수기' 등 주요 품목 렌털 비용을 1000~3000원(평균 5%) 인상했다. 월 렌털료 기준 3만원 이상은 3000원, 1만원 이상~3만원 미만은 2000원 올렸다. 올인원 직수 정수기로 36개월 가입 시 월 렌털료는 3만6900원에서 3만9900원으로 대여 기간 동안 총 10만8000원을 더 낸다.
쿠쿠홈시스는 지난 5월 ▲100도씨 얼음정수기 ▲100도씨 냉온 직수 정수기 ▲직수 살균 정수기 ▲직수 정수기 등 주력 모델 4종에 대한 렌털 비용을 올렸다. 인상료 비용은 2000~3000원(3~5%). 100도씨 냉온 직수 정수기의 렌털료는 월 3만900원에서 3만2900원으로 2000원 뛰었다. 같은 달 교원웰스도 정수기 품목 월 렌털료를 1000~4000원 상향 조정했다. 교원웰스 정수기 듀오(방문)의 36개월 렌털료는 기존 월 3만1900원에서 3만4900원으로 3000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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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가 부담, 감내 범위 벗어났다"… 영업익 일제히 증가━
정수기 업체들은 이 같은 렌털료 인상 이유로 원부자재와 인건비 상승을 들고 있다. 수년 간 원가 부담을 자체적으로 흡수하며 인상을 자제해 왔지만 감내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 가격 조정을 결정했다는 입장이다. 그만큼 수익성 제고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는 항변이다.실제 올해 가격 인상을 단행한 정수기 업체들의 2022년 영업이익률은 한 해 전보다 대체로 떨어졌다. SK매직의 영업이익률은 2021년 6.6%에서 2022년 5.9%로 0.7%포인트(p) 빠졌다. 같은 기간 쿠쿠홈시스는 19.4%에서 12.8%로 6.6%p나 급감했다. 코웨이는 2021년 17.5%에서 2022년 17.6%로 횡보세를 보였다.
올 들어 렌털 가격을 올리면서 영업이익률은 전체적으로 향상됐다. 코웨이의 올 3분기 누적(연결기준) 영업이익률은 19.1%로 지난해 같은 기간(17.9%)보다 1.2%p 증가했다. SK매직의 3분기 누적 영업이익률은 5.6%로 역시 전년 동기(4.5%)보다 1.1%p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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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주 배당 올리나?━
정수기 업체의 수익성이 개선된 가운데 높은 수준의 배당이 이어질지 관심사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2020년 2월 넷마블이 인수한 코웨이는 주당 배당금이 2020년 1200원에서 2021년 1250원, 2022년 1300원 등으로 늘었다. 쿠쿠홈시스 역시 주당 배당금이 2020년 600원, 2021년 650원, 2022년 700원 등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코웨이는 넷마블이 지분 25.08%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창업자인 방준혁 대표가 넷마블 지분 24.12%를 보유하고 있다. 쿠쿠홈시스는 쿠쿠홀딩스(40.55%)와 구본학 대표(20.53%) 등 특수관계인이 70.0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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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 '코웨이'-임영웅 '청호'… 고공실적 견인하는 톱모델들━
SK매직 정수기 모델 송혜교. /사진=SK매직
2021년 광고 모델로 BTS를 발탁한 코웨이는 올 초 군에 입대한 진을 제외하고 재계약을 체결했다. 교원웰스와 SK매직은 각각 지난 3월과 5월 이찬원, 송혜교와 모델 계약을 맺었다. 이준호와 함께해 온 쿠쿠홈시스는 지난 10월 연장 계약을 하고 마케팅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정수기 업계가 톱스타를 모델로 기용하는 이유는 그만큼 실적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이들의 몸값이 수십억원에 달하는데 그만큼 마케팅 효과가 뛰어나다고 판단하고 있다. 해외시장을 공략 중인 코웨이는 BTS를 모델로 쓴 덕을 봤다고 평가한다. BTS를 앞세운 코웨이는 해외시장에서 인지도와 선호도를 끌어올려 2020년 8961억원이던 해외법인 매출액이 2022년 1조4019억원으로 증가했다.
SK매직은 제품 자체 경쟁력에 더해 '송혜교 효과'가 주효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SK매직에 따르면 송혜교 발탁 후 제품 문의와 판매가 약 10% 증가했다. 이찬원을 기용한 교원웰스는 올 4~7월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27% 늘었다. 2020년 4월부터 지난 4월까지 임영웅을 모델로 내세웠던 청호나이스도 스타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본 업체로 꼽힌다. '임영웅 커피머신'으로 불린 커미퍼신 '에스프레카페'의 지난해 판매량은 임영웅 광고 송출 전인 2021년과 비교해 3배 이상 늘었다.
하지만 정수기 업체들이 톱모델을 기용하며 그 비용을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 전가한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 코웨이, SK매직, 쿠쿠홈시스, 교원웰스 등은 올해 렌털 가격을 일제히 인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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