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오른쪽)가 22일 서울 동작구 현충원에서 열린 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모식에서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을 향해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우고 있다. (공동취재) 2023.11.22/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이밝음 기자 = '통합'과 '희생'을 외치며 야심차게 출범한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시간이 갈수록 초라해지고 있다.
김기현 대표가 "전권을 부여하겠다"며 인 위원장을 임명할 때만 해도 이런 모습을 기대한 건 아니었을 것이다.
1호 혁신안으로 이준석 전 대표 등의 징계 취소를 제안하고 지도부가 이를 수용할 때까지 당 안팎에선 기대감이 엿보였다. 2호 혁신안을 발표하면서 지도부와 중진, 친윤(친윤석열)계에게 불출마·험지 출마를 권고했을 때도 평가는 긍정적이었다.
하지만 인 위원장이 불출마·험지 출마 대상자들에게 결단을 압박하는 과정에서 갈등이 누적됐다. 인 위원장이 '윤심(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을 언급하며 논란을 자초했고, 일부 혁신위원의 사퇴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사이 김 대표를 비롯한 친윤·중진 의원들은 한 달 가까이 침묵으로 일관했다. 친윤계 핵심 의원은 버스를 대절해 세를 과시했고, "소는 누가 키우냐"는 반발도 나왔다. 전권을 주겠다던 김 대표 역시 "모든 일에는 시기와 순서가 있다"며 거리를 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혁신위가 속도 조절에 실패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내년 4월 총선까지 아직 시간이 남은 만큼 이들에게 조금 더 생각할 시간을 줬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 대표를 향해 거취 질문이 쏟아지자 당내에선 동정론까지 일었다.
인 위원장은 김 대표 등이 결단을 내리지 않자 최후통첩에 나섰다. 문제는 인 위원장이 더 강력하게 결단을 촉구하는 과정에서 공천관리위원장 추천을 요구한 점이다. 당내에선 말로는 희생을 외치면서 내년 총선을 앞두고 가장 막강한 권력을 달라 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논점은 순식간에 불출마·험지 출마에서 공천 갈등으로 옮겨갔다. 김 대표가 "인 위원장이 공관위원장이 되기 위한 목표를 갖고 활동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곧바로 거절 의사를 밝히면서 권력 다툼을 하는 듯한 모습까지 연출됐다.
한 달 넘게 침묵한 지도부 역시 전권을 준다고 했으면서 기득권을 놓지 않는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지도부는 1호 혁신안인 대사면을 수용한 뒤 이후 안건은 대부분 공관위에서 논의할 사안이라고 넘겼다. 지도부 내부에서조차 "혁신위의 실패는 당 지도부의 실패"라며 혁신안을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여전히 답은 없는 상황이다.
앞서 이준석 전 대표는 혁신위 활동을 평가해달라는 질문에 "인 위원장이 신선한 이미지로 셀럽(유명인) 역할을 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정치 변화를 만들어 내는 데는 실패했다고 본다"고 했다. 매번 당과 각을 세우는 이 전 대표지만 이번 비판은 뼈아프게 들을 필요가 있다.
'이럴 거면 혁신위를 왜 출범시켰냐'는 질문에 지도부도 혁신위도 대답할 말은 있어야 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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