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글로벌 부동산 기업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C&W) 코리아는 올해 서울과 판교 권역의 주요 오피스 임차인 분석 리포트를 발표했다. 공사비 증가와 안전 관련 법령 강화 등으로 인해 당분간 신규 오피스 공급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양질의 오피스를 선호하는 기업들의 수요 증가로 서울 오피스 시장에선 올해와 같은 임대인 우위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됐다./사진=정영희 기자
올해 서울 오피스 시장의 키워드는 임대인 우위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사무실을 비우기 시작한 해외 주요 도시들과 달리 서울은 탄탄한 수요의 증가로 공실률이 감소하고 있다. 높은 임대료 상승률에도 프라임 오피스의 희소성과 직원들의 복지 인재 확보 등을 이유로 많은 기업들이 양질의 오피스를 선호하는 추세다.
5일 글로벌부동산컨설팅기업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C&W) 코리아는 기자간담회를 통해 올해 오피스 임차인 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다. 올해 서울 오피스 시장에선 수요 증가와 공급 부족이라는 특성이 나타났다.

한국은 지난 10년 동안 주요국 대비 견고한 경제성장률을 보였다.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 경제성장률 감소폭은 주요국 대비 낮았고 이후 빠른 회복 탄력성을 드러냈다. 팬데믹(세계적 감염병 대유행) 이후 재택근무 확산과 경기 침체로 미국과 유럽 등 주요 도시들은 공실률이 가파르게 상승했지만 국내 오피스 시장은 높은 임차 수요로 지난해 3분기부터 연 2%대의 공실률을 기록하고 있다.


재택근무 폐지 또는 축소 경향이 커진 것도 특징이다. 한국의 주당 평균 재택근무 일수는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0.4일이다. 이는 한국의 오피스 수요가 꾸준히 이어지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의 1인당 주거 점유면적은 34㎡로 평균 70㎡ 이상인 영미권 국가 대비 상대적으로 낮아 실제 재택근무 환경이 열악한 편이다.

오피스 업그레이드 이전 수요도 늘었다. 세계적으로 기업들이 직원들의 업무 생산성 향상을 위해 더 넓은 건물로 이전하면서 1인당 사무실 점유면적은 지난 10년 동안 약 10%(2010년 13.2㎡→2020년 14.5㎡) 증가했다. 직원들의 휴게 공간을 포함한 공용면적의 비중 또한 같은 기간 16%에서 23%로 확대됐다.

수요 대비 공급은 매우 부족한 상태다. 지난해까지 서울 오피스 신규 공급면적은 연평균 약 29만600㎡였으나 올해부터 2026년까지 신규 공급면적은 이전의 2분의 1 수준으로 추산된다. 정진우 C&W 리서치팀장은 "코로나19 이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고 기능 인력의 고령화, 신규 인력 부족으로 공사비 상승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금리 상승이나 안전 관련 법령이 강화돼 공사기간 지연 등의 요인들로 신규 오피스 공급은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C&W가 올해 서울·판교에 위치한 A급 오피스 166개를 전수 조사한 결과 업종별 임차사 비중은 ▲금융업 ▲서비스업 ▲IT업 ▲제조업 ▲도·소매업 순으로 높았다. 제조업은 지난해 도·소매업보다 순위가 낮았으나 모든 권역에서 도·소매업의 규모가 줄어드는 사이 제조업 비중은 빠르게 늘었다. 제조업의 경우 대기업 본사와 계열사들이 CBD(종로·중구)와 YBD(여의도·마포)로 이전을 완료하며 지난해 5위에서 올해 4위로 올랐다. 비중은 0.6%포인트(p) 증가한 12.2%였다.


금융업은 전체의 31.5%를 차지했다. 비대면 업무가 확대된 동시에 외국계 금융기관들의 면적 축소 움직임이 보였으나 국내 은행과 보험사는 면적을 늘리며 금융업 전체 비중이 0 .1%포인트 감소하는 데 그쳤다. IT업은 코로나19 이후 최대 수혜 업종으로 평가된다. GBD(강남·서초)를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하며 비중은 전년 대비 0.5%포인트 증가한 1.44%로 나타났다.

전체 오피스 면적 중 외국계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팬데믹 기간 상당 부분 줄었으나 올해는 감소폭이 1.0%포인트로 작아졌다. 정 팀장은 "외국계 기업이 재택근무와 자율좌석제 등을 활발히 시행해 임차 수요가 둔화하는 동안 국내 기업은 사무 공간을 적극 확장했는데 엔데믹 이후 이러한 움직임이 줄어든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금융업은 CBD와 YBD에 각각 39.7%, 31.7% 위치했다. 제조업 비중이 가장 높은 권역은 GBD(40.9%)이며 CBD는 37.4%로 집계됐다. IT기업은 테헤란로가 있는 GBD의 비중이 42.6%, PBD(판교)가 31.5%로 IT 업종의 강남과 판교 선호도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증가했다. 도·소매업은 GBD에, 서비스와 건설·개발은 CBD에 가장 많이 분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