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터스텔라 중 한 장면 ⓒ 뉴스1
(서울=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장바구니 물가가 많이 올랐다. 날이 쌀쌀해질 때면 제주 농가에서 박스 단위로 사던 귤은 집 앞 마트에서 바구니 단위로 사기로 했다. 최근 통계청의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11월 소비자 물가지수, 즉 물가 오름폭은 둔화했다지만 바닥에서 몇 개 썩도록 많이 사던 귤을 비롯해 과일은 자취 생활에 '사치 기호식품'이 돼 가고 있다.
물가 상승은 여러 요인이 있을 것이다. 2년째 접어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밀값 등 농산물 가격을 흔들었고, 캐나다 산불은 천연가스 가격을 밀어 올리며 전 세계 에너지 가격에 영향을 줬다.
기후변화를 쫓는 입장에서는 전지구적 기온 상승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잦아진 이상 기온 현상은 식물 생육과 소·닭·돼지 등 가축의 생장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올리브 경작지인 스페인의 낮 기온은 한겨울에 45도에 육박하며 최악의 흉작이 들었다. 이탈리아는 토마토 농사로 생산량이 크게 줄었다. 유럽중앙은행은 엘니뇨로 인해 기온이 1도가 올라가면 전 세계 식량 가격이 12개월 동안 6% 상승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기후변화는 농사나 목축의 품질뿐만 아니라 '종 다양성'에도 영향을 미친다. 적도부터 극까지 기온이 오르면서 다양한 품종의 작물을 기르기에는 조건이 나빠졌다.
2014년 나온 영화 '인터스텔라'는 이런 고민에서 출발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이 작품은 드넓은 우주를 헤매며 인류 생존 가능성을 탐색하지만 시작은 '옥수수'였기 때문이다.
이상 기후로 농작지는 사막화됐고, 여러 종의 농작물이 멸종한 끝에 마지막까지 남은 작물이 주인공 조셉 쿠퍼의 옥수수였기 때문이다.
황덕현 사회정책부 기자. /뉴스1 ⓒ News1
영화 속에서 조셉은 (시간이 왜곡된 기간을 포함해) 91년간 온 우주에서 헤매며 딸 머피 쿠퍼를 통해 인류가 지구를 탈출하도록 돕는다.
조셉은 딸을 살리기 위해 우주로 나가 약 100년 동안 인류의 미래를 찾아 헤맸고, 124살이 돼서야 자신이 준 힌트로 만든 '인공 우주 주거지' 스페이스 콜로니로 도착했다. 인터스텔라 속 인류는 그래도 종을 보존했으니 해피 엔딩이었지만 지구 입장에서는 인류에게 쓰이다가 버림받은 '새드 엔딩'이었다.
영화 속 설정 시점은 21세기 후반부(2051~2100년)다. 결국 '인터스텔라'는 2050년까지 전세계 탄소중립을 이루겠다며 아등바등하는 디스토피아적 결론인 셈이다.
연말 기후변화에 관한 유엔 기본 협약(UNFCCC) 당사국 총회인 COP28이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리고 있다. 탄소 감축 폭과 이를 위한 기금 마련을 놓고 지지부진한 논쟁을 벌이고 있는 말로가 '생존 찾아 지구 탈출'인 영화 속 모습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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