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한 부침 속에서도 연구개발(R&D)을 포기하지 않고 비상을 노리는 1세대 바이오텍이 조명되고 있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①'플랫폼 기술 장착' 바이오텍 1세대는 '내가 제일 잘 나가'
②25년 만에 첫 의약품, '중꺾마'로 재기 노리는 바이오텍
③언 발에 오줌이라도… 여전한 바이오 투자 한파
국내 바이오기업 수가 1000개를 넘어선 지 2년이 됐다. 2000년대 전후 바이오벤처 설립 붐이 일어나면서 1세대 바이오텍이 등장한 이후 20여년 만이다.
2000년 설립된 크리스탈지노믹스(현 CG인바이츠)가 2015년 국내 바이오텍 중 처음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로부터 골관절염 치료제 아셀렉스를 국산 22호 신약으로 코오롱생명과학이 2017년 골관절염 치료제 인보사를 국산 29호 신약으로 각각 승인을 받았던 것을 제외하면 국내 바이오텍은 별다른 성과물을 내지 못했다. 설립한 지 20여년이 지나면서 심하게 부침을 겪으면서도 꿋꿋이 연구개발(R&D)을 포기하지 않고 비상을 노리는 1세대 바이오텍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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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는 실패했지만… 첫 의약품 출시 앞둔 제넥신━
성영철 전 대표(포스텍 생명과학과 교수)가 1999년 설립한 제넥신은 첫 의약품 출시를 앞뒀다. 이르면 이달, 늦으면 내년 초 인도네시아에서 신성빈혈 치료제 에페사(GX-E4)를 출시할 예정이다. 지난 10월 인도네시아 식약처에서 에페사 품목허가를 받았는데 지난달 국내 식약처에서 에페사의 임상 3상 시험계획을 승인받아 국내 임상시험 진행을 앞두고 있다.제넥신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감염병 대유행) 기간 국내와 인도네시아에서 코로나19 백신·치료제 개발에도 도전하며 시장의 큰 주목을 받았다. 제넥신 주가(종가기준)는 중국에서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직전인 2019년 11월29일 5만2300원에서 2020년 9월2일 18만2900원으로 249.7% 급등했다.
하지만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최종 실패하며 주가는 급격한 하락세를 보였고 지난 1일 9520원으로 최고점 대비 94% 이상 빠졌다. 여기에 지난달 12일 닐 워마 전 제넥신 대표와 우정원 전 바이오연구소장(CTO·최고기술책임자)이 동시에 사임하면서 리더십은 물론 신약개발 역량에 대해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제넥신은 최고재무책임자(CFO) 출신인 홍성준 제넥신 대표 체제로 정비한 뒤 R&D 역량을 갖춘 대표의 추가 영입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지속형 플랫폼 기술 hyFc 및 DNA 백신 제조기술을 바탕으로 항암면역치료제 후보물질 GX-I7, 소아 성장호르몬 결핍증 치료제 후보물질 GX-H9, 자궁경부암 치료백신 후보물질 GX-188E, 결핵 치료 백신 후보물질 GX-170 등을 개발하고 있다.
신라젠이 2022년 9월 스위스 제약사 바실리아로부터 총액 3억3500만달러에 도입한 항암제 후보물질 BAL0891과 자체 기술력으로 개발한 항암바이러스 플랫폼 SJ-600 시리즈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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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젠, 펙사벡 임상 3상 실패 딛고 항암제 개발 '뚝심'━
2006년 설립한 신라젠은 2022년 9월 스위스 제약사 바실리아로부터 총액 3억3500만달러(4402억원)에 도입한 항암제 후보물질 BAL0891과 자체 기술력으로 개발한 항암바이러스 플랫폼 SJ-600 시리즈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BAL0891은 신라젠이 2022년 9월 바실리아에서 총 계약규모 3억3500만달러(4402억원)에 도입한 항암제 후보물질로 올 2월 미국에서, 7월 국내에서 각각 임상 1상 시험 진행을 위해 환자에 약물 투여를 시작했다.
신라젠은 올 1월 미국면역항암학회(SITC) 공식 학술지인 '암 면역요법 저널'(JITC)에서 SJ-600 시리즈의 전임상 연구결과를 담은 논문을 발표했다. SJ-607은 대조 항암 바이러스의 5분의 1 이하의 양으로도 기존 항암 바이러스와 동일한 항암 효과를 보였다.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를 형성하면서도 암세포를 감염시키고 사멸시키는 것을 방해하는 중화항체에 내성을 보인다는 결과도 확인했다.
신라젠의 '아픈 손가락' 항암신약 후보물질 펙사벡 임상시험도 순항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신라젠은 2019년 펙사벡을 간암치료제로 개발하기 위해 실시한 글로벌 임상 3상 시험에 실패했다. 하지만 지난달 24일 신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펙사벡과 리제네론의 면역항암제 리브타요를 병용한 글로벌 임상 1b/2a상 결과를 발표하면서 파트너사 리제네론과 펙사벡의 기술수출을 포함한 다양한 협력 방안을 적극 논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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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 허가·취소 '롤러코스터' 코오롱, 美 임상서 기회 찾는다━
2000년 설립된 코오롱생명과학은 1999년 설립된 코오롱티슈진을 통해 미국에서 골관절염 치료제 인보사의 임상 3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5월 모기업 코오롱이 코오롱티슈진의 제3자 배정 방식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500억원의 R&D 자금을 지원했다. 코오롱티슈진은 2025년까지 미국에서 인보사 임상 3상 시험을 마치는 게 목표다.인보사는 2017년 국내 최초로 식약처 승인을 받은 유전자치료제다 당시 크리스탈지노믹스에 이어 국내 바이오기업으로는 두 번째 식약처 허가였다. 하지만 주세포가 연골세포가 아닌 암을 유발하는 신장세포였다는 점이 밝혀져 '조작' 의혹을 받으며 2019년 3월 인보사 허가는 취소됐다. 코오롱티슈진은 미국에서 진행 중이던 글로벌 임상 3상 시험도 잠정 중단되는 어려움을 겪었다. 이후 2020년 4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인보사 임상시험 재개 결정에 힘입어 2021년 12월부터 환자 투약을 다시 시작했다.
코오롱티슈진은 인보사의 적응증 확대를 위한 미국 임상시험도 추진 중이다. 지난달 16일 FDA에 인보사를 퇴행성 척추 디스크 질환 치료제로 개발하기 위한 임상 1상 시험계획을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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