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직구 짝퉁 피해 사례가 증가하면서 소비자 인식 제고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 지난달 A씨(41)는 알리익스프레스(알리)에서 고속 충전기, 전기면도기, 블루투스 스피커를 구매했다. 가장 저렴해 선택한 고속 충전기는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않았다. 그는 "평소 가격 부담이 덜한 알리에서 '뽑기'하듯 저가 제품을 구매한다"며 "보통 구입한 제품 다섯 중 하나 정도가 짝퉁(가품)인데 제대로 기능할지 의심하면서도 초저가에 이끌려 구매 버튼을 누르고 본다"고 말했다.
해외직구(직구) 시장이 커지고 있다. 특히 중국 플랫폼 알리바바가 운영하는 알리는 국내 이커머스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 시장 분석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 10월 알리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613만명으로 G마켓(582만명)을 제치고 쿠팡, 11번가에 이어 3위 자리에 올랐다. 중국 앱이 국내 이커머스 플랫폼 시장 순위에서 3위를 차지한 것은 처음이다.

알리를 비롯해 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은 고물가, 고금리 상황에서 초가성비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의 심리를 공략해 입지를 키웠다. 다만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 이용자 수가 많아질수록 직구 피해 수도 증가하고 있다. 저가 상품에 쉽게 현혹되는 소비자도 늘어나고 있는 셈이다.


지난달 한 창업자 카페에서는 직구 규제에 대한 형평성 문제를 지적했다. 작성자는 "기존 국내 판매자는 유아용품, 전자제품에 대한 인증을 받기가 까다롭지만 직구 상품은 별다른 인증 없이 국내 유통이 가능한 상황"이라며 "국내 상인들이 피해를 받는 것에 대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초저가에 혈안… "보다 이성적인 소비 필요한 시점"
직구에 대해 부족한 규제는 곧 중국발 짝퉁 피해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말 직구 사이트에서 명품 브랜드를 위장한 가품 가방을 구매한 B씨(29)는 "후기란에 게재된 이미지를 확인했지만 진품인지 짝퉁인지 알 길이 없었다"면서 "높은 할인율에 끌린 게 실수였다"고 털어놨다.

직구 피해는 국내 이커머스 플랫폼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올해 초 쿠팡 로켓직구를 통해 짝퉁 티셔츠를 구매했다는 C씨(28)는 "평소 알던 가격보다 훨씬 싸서 이월상품인 줄 알았다"며 후회했다.

전문가들은 고물가 상황에서 알리처럼 초저가를 내세우는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의 기세가 꺾이지 않을 것으로 본다. 그러면서 짝퉁 피해를 보지 않으려면 보다 이성적인 소비를 주문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상품을 구매하는 것은 소비자들의 당연한 자유지만 지금의 행태는 다소 비이성적"이라며 "소비자들이 스스로 제품을 알아보는 능력과 이성적인 소비 인식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업계에서는 중국발 직구 시장이 커지면서 짝퉁 상품이 확산하는 것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시장의 신뢰를 떨어뜨려 피해는 결국 소비자한테 되돌아갈 수 있다는 지점에서다. 전문가들이 '초저가' 이면의 이성적인 소비를 강조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알리는 최근 이 같은 짝퉁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3년 간 100억원을 투자키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