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선 현대해상 전무가 경영권 승계를 위한 광폭행보에 들어갔다. 사진은 지난 14일 서울 을지로 SKT타워에서 현대해상 정경선 CSO(왼쪽)와 SKT 유경상 CSO(오른쪽)가 협약식을 마치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사진=현대해상
정몽윤 현대해상 회장의 장남인 정경선 전무가 신사업 개척 분야에서 두드러진 행보를 보이고 있다. 현대해상에 입사한지 2개월이 채 안 돼 신사업을 위한 MOU(업무협약)를 2건 체결한 것이다.
대외 협력 파트너 확보를 위해 업종을 가리지 않고 동분서주 중이다. 보험사들이 눈 여겨 보는 디지털 보험, 인터넷 은행 분야 등에서 선점 효과를 누리기 위해 기반을 닦는 중이다.

15일 현대해상에 따르면 전날(14일) 정경선 전무는 SK텔레콤과 AI기술을 활용해 보험 비즈니스 혁신을 공동으로 추진하기 위한 전략적 제휴(MOU)를 체결했다.


이달 5일 인터넷 은행 설립 인가를 위해 세무 스타트업 자비스앤빌런즈, 의료 인공지능(AI) 기업 루닛 등 컨소시엄에 참여한지 9일 만에 타 업종 기업과 파트너 관계를 맺었다.

이번 현대해상과 SK텔레콤의 협력은 보험 서비스 영역의 AI 적용을 선도해 고객 경험을 혁신하고 보험과 ICT 사업간 협력을 통해 새로운 사업 영역을 발굴하는 등 양사의 서비스·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추진했다.

양사는 보험의 AI 전환 차원에서 AI 기반 보험 서비스 구축을 검토한다. 현대해상의 보험 비즈니스에 SKT의 다양한 AI 기술을 적용해 업무 프로세스 혁신을 추진한다.


SKT가 보유한 AI 언어 모델인 에이닷 엑스(A.X) LLM을 보험 업무에 적용해 고객 문의에 빠르고 정확하게 답하는 AI 콜센터 및 챗봇 서비스를 구축하고 현대해상 구성원 전용 LLM 프로세스 구축 등 업무 효율성 제고에 나선다.

보험 인프라 분야 협력도 강화한다. 거대 언어모델은 대규모 연산을 필요로 하는 만큼 이를 원활히 지원하기 위한 AI 인프라가 필수적이다. SKT는 에이닷(A.)과 같은 AI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 기술 노하우를 활용해 현대해상에 최적화된 AI 인프라 구축에 기여할 계획이다.

양사는 현대해상의 주요 보험 서비스를 SKT의 에이닷 앱 내에서도 이용할 수 있도록 협력할 예정이다. 보험상품 관련 문의나 보험 청구 등 업무를 현대해상 앱과 동일하게 구현해 에이닷 이용 고객도 보다 다양하고 폭넓은 서비스를 누릴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에이닷의 통역콜 기능을 활용해 고객 저변을 외국인으로 확대하는 등 양사의 핵심 역량인 통신 및 보험 경쟁력을 기반으로 신규 사업 모델 발굴에도 적극 협력할 계획이다.
존재감 드러내는 정경선

이번 현대해상의 SKT와 협력은 정 전무 주도로 이뤄졌다. 정 전무는 현대해상 미래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보험 외 은행과 같은 다른 금융 분야에서도 먹거리를 찾는 중이다. 앞서 현대해상은 지난 5일 렌딧·루닛·자비스앤빌런즈·트래블월렛 등과 U-뱅크 컨소시엄을 구성해 제4인터넷은행 예비인가 신청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1986년생인 그는 고려대학교 경영학과와 컬럼비아대학교 MBA를 졸업한 뒤 2012년, 사회적 혁신가를 지원하는 사회적기업 루트임팩트를 설립했다. 이후에도 록펠러 자선 자문단 이사와 커뮤니타스아메리카 이사회 의장, 리질리언트 시티즈 네트워크 이사로 활동하며 비영리 사단법인에서의 보폭을 넓혀왔다.

현재 정 전무는 디지털전략본부와 브랜드전략본부, 커뮤니케이션본부 등을 총괄하고 있다. 이중 디지털전략본부는 전략적으로 인터넷전문은행과 접점이 있다.

출산·고령화로 성장이 정체된 보험 시장에서 은행업 진출로 성장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포석이다. 보험업계는 현대해상의 인터넷전문은행 도전이 정 전무의 경영수업의 일환이자 경영능력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정 전무가) 기업 운영 경험을 살려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통해 신사업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