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ETF 보수인하가 운용업계의 출혈경쟁으로 번졌다는 지적이 나온다./사진=이미지투데이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운용은 순자산액이 전날 기준 56조원 규모로 전체 ETF시장의 39%를 차지하고 있다. 업계 2위 미래에셋운용(37%)이 ETF 시장점유율 격차를 좁혀오자 지난달 19일 ETF 운용보수를 최저수준으로 내렸다.
삼성운용이 운용보수를 내린 상품은 미국 대표지수인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를 추종하는 해외주식형 ETF 4종이다. 보수가 기존 0.05%에서 업계 최저 수준인 0.0099%로 내리면서 1억원을 투자 시 연간 운용수수료가 9900원 수준까지 줄었다.
미래에셋운용도 삼성운용의 운용보수 인하에 참전하며 ETF 운용보수 인하 경쟁을 촉발시켰다.
미래에셋운용은 지난 10일부터 양도성예금증서(CD) 1년물 금리를 추종하는 'TIGER(타이거) 1년은행양도성예금증서액티브(합성) ETF'의 총보수를 연 0.05%에서 0.0098%로 내렸다. 이 상품은 삼성운용 보다 총보수를 0.0001%포인트 낮추면서 '국내 ETF 최저 보수' 타이틀을 확보했다.
다만 삼성운용의 운용보수 인하 전략에도 정작 ETF 점유율 변화는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3월 기준 삼성운용의 ETF 점유율은 40.18%로 나타났다. 이후 4월 보수 인하 후 점유율은 오히려 39.07%로 뒷걸음질 쳤다. 같은 기간 미래에셋운용의 ETF 점유율은 36.58%에서 36.66%로 소폭 늘었다.
데이터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24일 기준 10거래일간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1년은행양도성예금증서액티브'(합성)에 대한 개인 순매수 규모는 21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같은 유형의 'KODEX1년은행양도성예금증서+액티브'가 81억원의 개인 순매수 규모를 기록한 것보다 높은 수준이다. 미래에셋운용의 자금 순유입 높은 이유로는 투자자들이 단기간 여유자금 운용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만큼 수수료 등 기타 비용에 대한 민감도가 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선 운용보수 인하 경쟁이 중소형사들의 부담만 가중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ETF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두 운용사가 출혈 경쟁을 시작하면서 일부 중소형사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운용보수 인하에 동참했다는 것이다.
실제 한화자산운용은 지난달 대표 ETF인 'ARIRANG(아리랑)200'의 운용보수를 0.4%에서 0.017%로 낮췄다. 또 신한자산운용도 이달 상장한 'SOL(쏠) 미국 테크 TOP(톱)10'과 'SOL 미국 테크TOP10 인버스'의 총보수를 미국 빅테크 투자 ETF 중 최저 수준인 0.05%로 책정했다.
무분별한 보수 인하 경쟁은 업계와 투자자 모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운용보수 인하 경쟁은 투자자의 주목을 받을 만한 이벤트성 마케팅으로 활용하기에만 좋을 뿐 오히려 치킨게임으로 치달아 운용업계 전반에 손실을 가져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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