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와 업계가 KC 인증이 없는 일부 제품의 해외 직접구매를 금지하는 정책에 반발하자 정부는 기존 방침을 철회했다. 사진은 성태윤 정책실장이 지난달 20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해외 직구 정책 관련 브리핑을 하는 모습. /사진=뉴스1
금지 대상이 어린이·전기·생활화학 제품 등 실생활에 밀접한 80개 품목인데 대응 기간은 2주뿐이었다. 소비자와 업계가 불만과 혼란을 호소했고 국민의 눈높이를 고려하지 못한 정책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국내 이커머스 업계에서는 현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밀어붙이기식 정책 추진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KC 인증을 취득하는 데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완구 및 학용품 업계 205개 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KC 인증을 취득하는 데 평균 2.7개월이 소요된다. 인증에 지불한 금액은 평균 1500만원이 넘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KC 인증 의무화의 방향성에는 공감한다. 하지만 대상을 80개 품목 전체로 정한 것은 무리한 측면이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
소비자 60% "현재 규제 수준 유지 혹은 완화해야"━
소비자들의 가장 큰 불만은 이번 정책이 소비자 선택권을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점이다. 한 누리꾼은 관련 기사 댓글에 "국내에서 구하기 힘든 물건이나 가성비 좋은 제품을 사고 싶은 소비자의 기본적인 욕구를 무시한 행정 편의적 발상"이라며 "고물가 시대에 저렴하게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기회를 뺏지 말고 물가나 낮추면 좋겠다"고 적었다.
실제로 한 파우치 제품은 국내 이커머스에서는 1만원대에, 알리익스프레스에서는 2000원대에 팔리고 있다. 로봇청소기 제품을 중국 이커머스에서 검색할 경우 국내 이커머스보다 색감, 디자인, 그리고 가격 측면에서 다양한 제품을 팔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는 지난 5월25일부터 3일간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2004명을 대상으로 '알리, 테무 등 이커머스를 통한 해외직구에 대한 규제가 어떻게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에 대해 여론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소비권 보장을 위해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응답이 30.8%, '현재 규제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은 29.9%로 집계됐다. '안전성 확보와 국내 산업 보호를 위해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응답은 28.1%,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11.2%였다.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응답이 30%에 못 미쳤고 현 수준을 유지 혹은 완화해야 한다는 응답이 60%를 넘었다.
반발이 커지자 정부는 "안전성 조사 결과 위해성이 확인된 제품만 6월부터 반입을 제한해 나갈 계획"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정부의 사과에도 위해성 조사에 대한 정확한 기준조차 없는 상황에 졸속 행정이라는 질타가 이어졌다.
정부의 과도한 개입으로 소비자들이 피해를 본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도서정가제와 단통법은 과도한 정부의 규제가 소비자의 권리를 침해하고 시장의 질서를 무너뜨렸다는 비판을 받았다.
<저작권자 © ‘재테크 경제주간지’ 머니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